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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칼럼]산으로 가는 문재인 정부 정책들(경향신문200811)

2020년 08월 11일

[전성인 칼럼]산으로 가는 문재인 정부 정책들

 

나라가 격랑을 헤맨다. 뒤늦은 장마와 태풍이 쏟아부은 물폭탄에 전국이 물바다다. 그러나 어찌 자연재해뿐이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쏟아붓는 헛발질과 오발탄들이다.

검찰 개혁이 산으로 가고 있다. 가축이야 물바다를 피해 산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정부 개혁의 상징인 검찰 개혁이 왜 산으로 가고 있단 말인가. 공익(公益)과 사감(私感)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그 대표적인 예가 ‘검사 육탄전’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서 검사가 피의자를 덮쳤다는 얘기는 대단히 생소하다. (물론 검찰은 그 반대로 설명한다. 어느 쪽이건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다.) 육탄전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압수수색의 방법이다. 검찰은 유심칩을 압수한 후 이것을 공기계에 꽂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려고 했다고 한다.

나는 이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7호에 규정된 ‘감청’행위라고 본다. 피의자의 지인들이나 통신회사가 피의자에게 보낸 메시지를 검찰이 중간에 가로채 실시간으로 들여다본 것이기 때문이다. 보안업계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중간자(man-in-the-middle·MITM) 공격”이다. 이런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일정한 중대 범죄의 경우 예외적으로 법원이 별도로 발부하는 ‘통신제한조치 허가서’(소위 ‘감청 영장’)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걸 어기면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에 따라 형사처벌된다. 그런데 이번 검사 육탄전에 등장하는 범죄는 감청 영장이 발부될 수조차 없는 강요미수죄이다.

결국 검찰은 정상적 방법으론 감청 영장을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변칙적으로 유심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으로 사실상 감청을 한 것이다. 검찰은 과거 데이터만 보려 했다고 강변하지만, 우선 새로 인증번호를 받는 것은 빼도 박도 못하는 감청이고, 과거 데이터는 카카오 서버에서 이미 다 삭제된 상황이므로 과연 이런 변명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경제 정책이나 사회 정책도 산으로 가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길을 잃고 있다는 점은 더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 부동산의 취득, 보유, 매각 등 모든 단계의 세금을 강화한다고 부동산 가격이 잡히겠는가? 거래는 그대로 두고 보유에 중과세를 해야 한다. ‘똘똘한 한 채’로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1가구 1주택’에 대한 세율도 현실화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태풍이 물폭탄 퍼붓듯이 정책 간의 조화 또는 상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아는 정책을 다 쏟아붓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설익은 정책이 발표되는가 하면 책임 있는 당국자가 발표한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집히기도 한다.

설익은 정책이 뒤집힌 대표적인 예가 ‘한국판 뉴딜 펀드’다. 국가가 나서서 원금 보장에 3% 금리까지 보장해 준다고 호기롭게 외쳤다. 정신 나간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자본시장법 제55조는 금융투자업자들이 사전이건 사후이건 손실의 보전이나 이익의 보장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걸 어기면 자본시장법 제445조에 따라 형사처벌된다. 즉 범죄행위를 국가가 앞장서서 하겠다는 것이다.

혹자는 제3의 기관(예를 들어 신용보증기금)이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면 금융투자업자가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므로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만일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선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궁극적으로 국가로부터 나온다. 즉 이 말은 국가가 왼손으로는 지급 보증을 서고, 오른손으로는 지급 보증이 있으니까 투자 손해가 없을 것이라고 강변하는 것과 같다.

그러다가 이곳저곳에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원금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원금 보장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것은 더 문제다. 전형적 불완전 판매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원금 보장이 안 되는 금융상품을 마치 원금 보장이 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자는 것이다.

설사 어찌어찌해서 원금과 3% 이자를 모두 보장하는 상품을 합법적으로 만들어 판매했다고 하자. 그럼 문제가 없는가? 아니다. 사람들이 은행이나 저축은행에 맡겨둔 돈을 그대로 두겠는가? 누구라도 그 돈을 다 인출해 이 펀드에 투자할 것이다. 인출 러시. 뱅크 런. 저축은행에서 인출 러시 나면 막을 돈이 있나? 예금보험공사의 상호저축은행 계정에는 쌓아둔 돈이 별로 없다.

정책 당국자의 발언이 하루아침에 뒤집힌 예는 부지기수다. 긴급재난지원금 부분 지급을 주장하던 부총리와 정책실장 말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요구 앞에 추풍낙엽이었다. 택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면서 “부처 간 협의가 다 끝났다”던 호언장담은 정치권과 국무총리가 이의를 제기하자 결국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기업형 벤처투자(소위 CVC) 도입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도 코미디다. 일부 재벌들이 구축한 일반 지주회사 체제에 금산분리 규제를 무시하고 기업형 벤처투자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러자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투자특별법을 변칙적으로 개정해 도입하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그러다 신기술금융사업자가 자기도 끼워 달라 해서 또다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재차 방향을 틀었다. 이게 과연 정상적 정책 집행인가?

최근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일괄 사표를 냈다. 정책의 난맥상과 지지율 하락, 그리고 보유 주택 매각을 둘러싼 티격태격 등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초리는 싸늘하다. “직보다 집을 택했다”거나, “다른 참모들은 잘못이 없다는 거냐?”라는 항의가 떨어지는 지지율을 향해 날아와 꽂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선택을 하고 있다. 국가를 위한 심사숙고의 결과이기를 바란다.

출처 및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8110300065&code=990100#csidxd26f37bc9a50eaa830b2a671b416ce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