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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만 투명해져라. 단 우리는 빼고.(계명대학교 손혁교수)

2020년 07월 7일

니들만 투명해져라. 단 우리는 빼고.

 

손 혁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진보의 사전적 정의는 앞으로 걸음을 나아간다는 뜻이다. 진보는 구태의연한 틀을 깨고 변혁을 추구하여 사회에 이바지 하는 것이 그 목표이다. 누구나 긍정적인 변혁을 꿈꾸면 진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구태의연하다는 것에 대해 정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것이면 다 구태의연한가? 그렇지는 않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옛 것과 전통에도 좋은 점은 많다. 중요한 점은 구태를 나누는 잣대다. 옛것이라고 무조건 구태라고 볼 수 없다. 특히 진정한 반성과 참회는 구태를 벗어버리는 중요한 요소다.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를 진심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진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속칭 진보세력은 자신들이 권력을 얻은 근본을 잊고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다.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나온 주요 이유는 사회의 불투명에 대한 반감이다.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고 말한 승마선수의 부정입학으로 인해 유일하게 남은 기회의 사다리였던 대학입시의 불공정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했다. 선거로 뽑은 대통령이 불투명한 비선실세에 놀아났다는 것에 화가 났다. 어른들의 불투명과 탐욕으로 아이들이 바닷속으로 떠났다. 이런 불투명에 대한 분노가 겹겹이 쌓이고 마침내 점화함으로써 촛불혁명은 시작했다.

 

지금 이 사회에서 필요한 도구는 단연컨대 투명성이다. 투명성은 다음의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첫째, 누구나 진행과정을 알 수 있다. 둘째, 누구나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하다. 전자를 과정의 투명성이라 하고 후자를 접근의 투명성이라 한다. 투명성은 둘의 곱이다. 아무리 한쪽의 투명성이 높더라도 다른 쪽의 투명성이 0이라면 전체의 투명성은 0이다. 이러한 투명성의 가치는 우리나라가 가져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지금까지 성장에 촛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는 투명성의 확립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가치를 훨씬 높일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대중의 분노로부터 얻은 권력이지만, 그들이 길에 나올 정도로 분노했던 갈망은 전혀 알지 못하고 속칭 진보는 단지 과거 권력의 흉내만 내고 있으며 오히려 커지고 있는 불투명성에 시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조국사태 이후 수시, 의전원, 로스쿨 등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지위의 세습도구로 전락한, 과정의 불투명으로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차인 시민은 다시 한 번 끓어오르고 있다. 일제에 모진 고초를 당한 할머니들에게 기부한 돈이 비루한 자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쓰이고 있을 지도 모르는 불투명성에 분노한다. 제도와 법의 맹점을 이용해 합법을 가장한 증여와 변칙은 대기업에서부터 개인까지 일상다반사이다. ‘바꿔봤자 별수 없다’의 망령이 다시 들려오고 있다.

 

그 사이 속칭 진보는 구태의 모습을 어지간히 드러내고 있다. 공정과 정의는 말뿐이고 투명성은 상대방에 대한 강요일 뿐이며, 진영논리로 우리편은 철저히 보호하고 상대방을 무참히 짓밟고 개혁은 적들의 척결수단일 뿐이다. 투명성은 사찰도구와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투명성은 상대방에게만 강요되는 이념으로 누구나 피로감을 느끼는 존재로 떨어졌다. 우리 빼고 전부 투명해져라! 파놉티콘(panopticon, 벤담이 만들어낸 용어로서 ‘소수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이라는 뜻)의 망령이 우리 곁에 있다.

 

대중은 다시 한 번 진정한 투명성을 원하고 있다. 알 것 다 아는 국민이다. 남 탓, 전 정부 탓,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지록위마를 주장해봤자 사람들은 콧방귀만 뀔 뿐이다. 이미 시민은 네트워크라는 투명의 창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호도되는 여론조사, 가짜뉴스라고 치부해도 시민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 결단이 필요하다. 투명성은 진보도 보수도, 여도 야도, 좌도 우도 가리지 않고 갖추어야 할 무기이다. 국민은 상대방의 압력의 수단이 아닌 진정어린 과정과 결과의 투명성을 원하고 있다. 투명성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자가 곧 진보요, 사회의 흐름과 방향을 아는 선도자가 될 것이다.

 

 

첨부: ED200707_제3의시선_니들만_투명해져라_단_우리는_빼고(손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