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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9_미국 연방 판사의 사생활 보호와 우리나라 법관 불법 사찰 논쟁의 검토(전성인)

2020년 11월 29일

미국 연방 판사의 사생활 보호와
우리나라 법관 불법 사찰 논쟁의 검토

 

전성인(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일러두기>

필자는 미국 헌법학이나 검사 윤리 등을 전공한 법학교수가 아니다. 미국 법조계의 관행에 능통한 법조인도 아니다. 이 글은 우리나라 일반인의 평범한 상식에 기반하여 인터넷으로 검색 가능한 범위 내에서 미국 연방 판사의 사생활 보호에 관한 법률적 한계를 살펴보는 글이다. 따라서 이 글에는 비전공자의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 지적하는 조언은 언제나 환영한다. 필자가 무지의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글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극심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소위 “판사 불법 사찰” 주장의 타당성을 간접적으로 검증해 보고자 함이다.

 

  1. 사법제도의 신뢰성 보호와 언론 및 출판의 자유 간의 충돌

 

어느 나라나 판사는 판결을 통해 개인 간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재배분(민사)하고, 국가 권력의 행사를 허용하거나 금지(형사)한다. 따라서 이해 당사자는 누구나 판사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개별적 재판 또는 집합적 의미에서의 사법 제도가 특정한 욕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그것 자체로 부당할 뿐만 아니라, 사법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를 붕괴시키고 민주 국가의 기초를 뒤흔들게 된다. 특히 판사에 대한 사적 정보가 공개될 경우 자칫 판사에 대한 부적절한 접촉 시도나 부당한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판사의 개인 정보에 대한 공개는 재판의 공정성이라는 민주 사회의 공동선(共同善, common good)을 위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제한될 필요가 있다.

 

판사의 개인 정보 공개는 통상 말이나 글을 통해 이루어지고 전파된다. 그런데 민주 사회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freedom of speech and freedom of press)를 가진다. 따라서 말이나 글을 통해 이루어지고 전파되는 판사의 개인 정보에 대한 보호는 언론 및 출판의 자유 보호라는 헌법적 권리와 일정 부분 충돌한다. 판사의 프라이버시와 사법제도의 신뢰성 보호를 위해 판사의 개인 정보에 대한 발언이나 개인 정보를 담은 문서의 출판을 제한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우선시하여 이런 발언이나 출판을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인가?

 

  1.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기준과 Bridges 판례

 

미국 연방 대법원이 이에 대해 적용하는 기준은 소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기준(“clear and present danger” criterion)이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기준이란, 간단히 말해서, 문제가 된 말이나 글이 사법제도의 신뢰성을 중대하게 훼손할 것이 명백하고 그것이 현재 당면한 위험인가를 살피는 기준이다.(There must be a determination of whether or not the words used are used in such circumstances and are of such a nature as to create a clear and present danger that they will bring about the substantive evils.) 이 때 단순히 위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그 가능성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만으로는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논거가 될 수 없다. 위험은 실체가 있어야 하고, 중대해야 한다.(The likelihood, however great, that a substantive evil will result cannot alone justify a restriction upon freedom of speech or the press. The evil itself must be substantial; it must be serious.) 이와 유사한 표현은 얼마든지 더 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판례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체적 해악은 극단적으로 중대해야만 하고, 위험의 즉시 발생 가능성은 지극히 높아야만 비로소 문제의 발언을 처벌할 수 있다.(The “clear and present danger” cases, decided by this Court, indicate that the substantive evil likely to result must be extremely serious and the degree of imminence extremely high before utterances can be punished.)

 

이 기준의 의미를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대표적인 판례가 1941.12.8. 선고된 Bridges v. California (314 U.S. 252) (이하 “Bridges 사건”) 판결이다. (위에 인용한 영문 구절은 모두 이 판례에 실제로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이 판결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2개의 서로 독립적인 사건을 하나로 묶어서 사법제도의 보호와 언론 및 출판의 자유 간의 경계를 획정한 판례다. 두 사건 중 하나의 사건은 The Los Angeles Times 신문이 3개의 신문 사설을 통해 그 당시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재판부에 특정한 방향으로의 판결을 강한 어조로 주문했다가 법정 모독(contempt of court)으로 벌금형에 처해진 사건이었다. 또 다른 사건은 AFL/CIO 산별 노조의 임원인 Bridges가 역시 그 당시 진행 중인 별개의 재판과 관련하여 특정한 방향으로 판결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파업을 하겠다는 전보를 노동부 장관에게 발송하여 처벌받은 사건이다.

 

이 사건들은 모두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형이 확정되었다. 이들은 그 판결에 불복하여 이 판결이 미국 연방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면서 미국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들의 행동이 미국 사법 제도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이 경우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하며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확정하였다.

 

이 판결문은 Black 대법관이 대표 집필했는데 그 중에는 다음과 같은 명언이 등장한다.

 

“사법부에 대한 존경이 출판을 통한 비판으로부터 판사들을 보호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는 가정은 미국 여론의 성격을 잘못된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공공 제도에 대하여 자신의 속내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언제나 완벽하게 훌륭한 취향을 동반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아주 귀중한 미국인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지 법관의 위신을 보존한다는 미명하에 강요되는 침묵은, 그것이 아무리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아마도 존경을 제고하기 보다는 분노, 의심, 그리고 경멸을 훨씬 더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The assumption that respect for the judiciary can be won by shielding judges from published criticism wrongly appraises the character of American public opinion. For it is a prized American privilege to speak one’s mind, although not always with perfect good taste, on all public institutions. And an enforced silence, however limited, solely in the name of preserving the dignity of the bench, would probably engender resentment, suspicion, and contempt much more than it would enhance respect.)”

 

결국 사법제도의 신뢰성은 사법제도와 판사에 대한 비판을 금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판사에 대한 비판(심지어는 악의적이기까지 한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공정한 재판을 함으로써 달성된다는 것이다.

 

  1. 미국 「연방 법관 연감」과 Yagman 판례

 

우리나라에 「한국법조인대관」이라는 법률신문사가 출판하는 책이 있다. 우리나라 모든 판사, 검사, 변호사의 학력 및 경력 등의 자료가 수집되어 있다고 한다. 그 외 취미 등 약간의 개인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해당 법조인에 대한 “세간의 평가” 즉 “세평”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에도 이런 책이 있다. 「연방 법관 연감」 정도로 번역되는 The Almanac of Federal Judiciary 라는 책이 그것이다. 한 때는 교과서 전문 출판사인 Prentice Hall 사가 출판하다가 요새는 법학도서 전문 출판사인 Wolters Kluwer 사가 출판하고 있다. (인쇄본 가격이 자그마치 3,440 달러이다) 연방 법관 연감은 미국의 모든 연방 판사와 주요 도산법원 판사(미국은 판사와 도산법원 판사의 신분이 다르다)의 신상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학력, 경력 등의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해당 판사와 재판장에서 마주한 변호사들의 가감 없는 평가와 해당 판사 대처법 등까지 수록되어 있다.

 

미국 연방 법관 연감의 표지 (출처: https://bit.ly/37fJWmy)

 

 

여기서 문제는 특정 판사에 대한 변호사의 판단이 언제나 객관적인 것은 아니며, 그 논조 또한 점잖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이 연감에 수록된 세평에 대해 해당 판사가 항의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런 세평을 제공한 변호사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갈등이 최고조로 폭발한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Yagman 사건(Standing Comm. on Discipline of the United States Dist. Court v. Yagman, 55 F.3d 1430)이다. 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991년에 보험회사 몇 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인 Yagman은 자신의 재판을 담당한 판사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이 기피 신청 사건을 담당한 Keller 판사는 이 신청을 기각하고 Yagman의 자격을 정지시켰다. 이에 Yagman 은 Keller 판사가 “유태인에 대한 악감정”(anti-semitism)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The Daily Journal 신문 기자에게는 Keller 판사가 “술에 취한 채” 법정에 있었다고(drunk on the bench) 말한 혐의를 받았다.

 

연방 법관 연감은 이 때 등장한다. 연방 법관 연감을 발간하던 Prentice Hall 출판사는 Keller 판사에 대한 세평을 수집하던 중 Yagman에게 세평을 부탁했고, Yagman 은 다음과 같은 악담을 회신했고 이는 연방 법관 연감에 수록되었다. 그 내용이 대단히 적나라하다.(이 세평에는 실명이 그대로 나오는데, 미국 판례나 법학전문 학술지에도 실명이 그대로 인용되므로 이 글에서도 실명을 그대로 인용한다.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다.)

 

“그[Keller] 판사가 연방 법관 연감이 그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는 것을 부정확하게 가혹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의 세평을 다시 수정하기를 바라는 것은 얼토당토하지 않다. 그 판사가 [캘리포니아 주의] ”중앙 구역에서 최악의 판사“라고 묘사하는 것은 진실을 과소평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판사가 무식하고, 부정직하며, 성격이 괴팍하고, 거들먹거리며 아마도 미국 전체에서 최악의 판사 중 한 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조금 더 공정할 것이다. 만일 그의 법정에 TV 카메라의 입장이 허용된다면, 미국의 다른 연방 판사들은 이 판사의 어릿광대 짓거리에 너무나 당혹감을 느껴 쥐구멍이라도 찾으려고 달려 나갈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판사가 이처럼 인간 이하인 말종이 된 이유가 최근에 신랄한 이혼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믿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판사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다른 변호사와 얘기를 해 보니 굳이 따지자면 그 판사의 성깔은 예전에 비해 많이 죽었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덧붙일 말이 있다. 그 판사의 여자 친구인 Lourdes Baird 역시 최근에 임명된 로스앤젤레스의 연방 검사인데 그 여자도 판사와 똑같이 극우 극렬분자다. (It is outrageous that the Judge wants his profile redone because he thinks it to be inaccurately harsh in portraying him in a poor light. It is an understatement to characterize the judge as “the worst judge in the central district.” It would be fairer to say that he is ignorant, dishonest, ill-tempered, and a bully, and probably is one of the worst judges in the United States. If television cameras were permitted in his courtroom, the other federal judges in the country would be so embarrassed by this buffoon that they would run for cover. One might believe that some of the reason for this sub-standard human is the recent acrimonious divorce through which he recently went: but talking to attorneys who knew him years ago indicates that, if anything, he has mellowed. One other comment: his girlfriend is, or was, the newly-appointed U.S. Attorney in Los Angeles, Lourdes Baird, who, like the judge, is a right wing fanatic.)”

 

다시 한 번 읽어 봐도 적나라하다. 이런 Yagman의 언행에 격분한 Keller 판사는 Yagman이 미국 사법제도의 온전함을 위협하며, 재판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이유로 캘리포니아 지역의 변호사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했고, 윤리위원회는 2년간 변호사 자격을 정지시켰다. 이에 Yagman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연방 지방 법원에 제소하였으나 패소하고, 캘리포니아를 관장하는 연방 제9 항소법원(Ninth Circuit)에 항소하였다.

 

1995년 제9 항소법원 재판부는 Yagman의 언행은 미국 사법 제도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그의 언행을 제약한 자격 정지 처분은 연방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원심 결정을 파기했다. (다른 논점은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판결문을 대표 집필한 Kozinski 판사는 결론에서 Bridges 판례를 인용하며 자신이 그 판결문을 작성한 Black 대법관보다 결론을 더 잘 표현할 수 없다며 이 글의 앞에서 인용한 Black 대법관의 명언을 인용함으로써 결론에 갈음하였다.

 

이 판례는 법관의 사생활 보호보다 언론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 판례다. Yagman 변호사의 언행은 누가 보더라도 사회적인 상식의 선을 넘은 것이다. 따라서 이런 언행에 대해 변호사 자격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윤리위원회의 판단은 한국적인 시각에서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런데도 연방 항소법원은 법원이 언론의 자유 보호를 위해 그런 정도의 비판은 감내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더욱 특기할 만한 점은 Keller 판사가 연방 법관 연감을 출판한 Prentice Hall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와 같은 내용의 세평을 게재한 것을 트집 잡을 수도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Keller 판사는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Prentice Hall 출판사에 이의를 제기했고, 재판 기록에 따르면 출판사는 그 이의를 일부 수용하여 다음 번 연감 판본에서는 세평을 일부 순화시켰다고 한다. Keller 판사와 Prentice Hall 출판사 사이에는 그것이 전부였다.

 

  1. 미국 검사 협회 산하 미국 검사 연구소의 공판 실무 매뉴얼

 

그렇다면 미국에서 이런 연방 법관 연감은 오직 변호사만 사용하는 것일까? 검사는 이런 책을 구입해서도 안되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정리해도 안 되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오히려 미국 검사들을 위한 공판 실무 매뉴얼은 판사에 대한 정보 수집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미 일부 한국 언론(https://bit.ly/3mj33lY)에는 미국 검사들이 참조하는 공판 실무 매뉴얼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 이 매뉴얼은 미국 검사 협회(the National District Attorneys Association, NDAA) 산하의 미국 검사 연구소(the American Prosecutors Research Institute, APRI)가 2005년에 발간한 「검사를 위한 기초 공판 기법」(Basic Trial Techniques for Prosecutors)을 말한다.

 

「검사를 위한 기초 공판 기법」의 표지, (출처: https://bit.ly/2VeCCBS)

 

위 책은 초임 검사들이 공판 실무를 순조롭게 연마할 수 있도록 미국 형사 재판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를 알기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또 유익한 조언을 해 주고 있다. 이 때 검사와 판사와의 관계를 묘사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출처: 「검사를 위한 기초 공판 기법」, 제6쪽

 

위 부분에 따르면 공판을 준비하면서 담당 재판부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고, 그에 따라 검사의 전략과 행동방식을 조정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판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판사의 스타일을 숙지하는 이유는 판사를 억압하거나 유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두 번째 문단을 보면 언제나 판사에게 존경을 표시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원칙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선배 검사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다.

 

출처: 「검사를 위한 기초 공판 기법」, 제6쪽

 

이미 선배들이 다 걸어간 길은 혼자서 새롭게 개척하려고 하지 말고, 경험이 많은 검사에게 문의하고 조력을 구하라는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경험이 많은 검사들은 자신이 지득한 경험이나 정보를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후배 검사에게 전수하는 것이 통례라고 볼 수 있다.

 

  1. 우리나라의 소위 “판사 불법 사찰” 논쟁의 검토

 

지난 11월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 및 직무배제 사실을 발표했다. 추 장관은 그 근거로 6가지 혐의를 언급했으나 그 중 핵심은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 여부였다. 불법 사찰 의혹이 발표되자 25일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글을 통해 “”얼마나 공소 유지에 자신이 없었으면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판사의 무의식과 생활 습관인 성향을 이용해 무죄 판결을 받으려고 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밝히면서 “유리한 재판을 받으려는 이런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해 달라”고 법원행정처에 당부했다.

 

그러나 25일 해당 문건의 작성자인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당시 수사정보2담당관)이 문제의 자료는 인터넷 검색 등 공개된 자료와 일부 담당 검사들에 대한 문의에 기초하여 작성했을 뿐, 불법 사찰을 통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뒤이어 26일 윤 총장이 해당 문건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에 대해 26일 법무부는 “사찰 방법은 인터넷 검색, 탐문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는 이런 주장이 “우리나라의 현행 법령과 불법 사찰에 대한 기존의 판례”에 비추어 과연 타당한 주장인지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는다. 그것은 법률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한계를 넘는 일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이런 주장이 “앞에서 살펴 본 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과연 타당한 주장인지 여부를 검토하고자 한다.

 

우선 장창국 판사의 주장부터 살펴보자. 미국에서 검사가 “판사의 무의식과 생활 습관인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재판에 이용하여 유리한 판결을 받도록 시도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용납되지 않는” 잘못된 행동으로 평가되는가? 그렇지 않다.

 

Yagman 판례에서 보듯이 미국에서 판사의 “성향”에 관해서는 한국적인 시각에서 볼 때 지나치게 적나라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개인 정보가 포함된 출판물이 공개적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 법관 연감」에 수록된 Yagman 변호사의 세평에는 Keller 판사가 최근에 이혼했다는 사실과 그 여자 친구의 실명이 수록되어 있고, 해당 판사 및 그 여자 친구에 대해 매우 신랄한 (한국적 시각에서 보면 과도할 정도로 적나라한) 어조로 그 성향을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연방 제9 항소법원은 이 출판물 그 자체를 판매금지 시키지 않았다. 출판의 자유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연감에 세평을 보낸 변호사 역시 최종적으로는 언론의 자유 조항에 힘입어 불이익한 처분에서 벗어났다. 그 판결의 배경에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판사에 대한 개인정보를 보호함으로써 제고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런 시도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뿐이라는 1940년대 이후 미국 연방대법원의 철학이 깔려 있다. 사법부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런 행동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야기하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 한한다.

 

다음으로 검사가 그런 공개된 자료를 이용하여 판사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미국에서 “불법 사찰”의 범주에 포함되는 불법이거나 적어도 비윤리적인 행위인가? 그렇지 않다.

 

「검사를 위한 기초 공판 기법」이라는 초임 검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오히려 판사의 재판 진행 스타일이나 성향에 익숙해지라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일 이런 행위가 불법이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라면 이를 드러내놓고 권고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검사가 인터넷 검색이나 탐문을 통해 판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불법) 사찰일까? 그렇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연방 법관 연감」은 서적 형태의 출판물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인터넷 서비스 형태로 판매되기도 한다.

 

출처: https://bit.ly/37fJWmy

 

따라서 미국에서 서적 형태의 정보를 참조하는 것이 합법이라면 이를 인터넷 검색 형태로 참조한다고 하여 불법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탐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런 방법은 미국에서 불법인가? 그렇지 않다. 앞에서 인용한 「검사를 위한 기초 공판 기법」 제6쪽 하단을 보면 언제든지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경험이 많은 선배 검사에게 문의하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적어도 미국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사 불법 사찰 여부로 논란이 되고있는 대검의 문건은 조금도 불법적인 것이 아니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연방 판사에 대해 현재 대검의 문건에 수록된 세평보다 훨씬 더 적나라한 내용이 포함된 서적이 공개적으로 오프라인과 인터넷을 통해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검사는 판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그 성향과 재판 스타일을 파악하도록 권고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