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송곳과 프리즘

200625_공수처 출범을 앞두고-21대 국회에 제안한다(권경애)

2020년 06월 26일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21대 국회에 제안한다

 

권경애(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1996년 이래 공수처는 검찰과 권력의 유착을 끊을 수 있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논의되어왔다. 집권세력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권력층의 부패범죄를 비호하거나 정적 제거 목적의 표적수사를 위해 악용해 온 역사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공수처가 제시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해 12월 30일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다음 달 7월 1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검찰이 독점하던 기소권의 일부를 공수처도 나누어 갖게 된 것이다. 공수처는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검찰총장,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의 뇌물 등 일정 범위의 범죄에 대해서 기소권을 부여받았다. 검경수사권조정안 관련 법률의 통과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사실상 폐지되었으니, 70여 년 지속된 검찰 중심의 형사사법제도의 대변혁이 시작된 것이다.

 

공수처의 정치성

공수처법의 입법취지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설치하여 권력형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정권의 주구’였던 수사기관의 역사를 근절할 공수처의 실험은 공수처장의 임명 과정을 통해 그 성패의 가능성이 드러날 것이다. 대통령은 공수처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2명의 후보 중 1명을 지명한다. 공수처장 2명의 추천은 공수처장추천위원 7명 중 6인의 동의를 요한다. 공수처장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의원 4명(여당 2명, 야당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과 여당의원 2명은 친정부적 성향의 인사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정부와 대립하며 각을 세울 인사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21대 국회 원내구성에 따라 교섭단체가 구성되는 정당의 몫인 야당의원 2명은 미래통합당 의원이 참여하게 된다.

야당 추천의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로 추천할 수 없다는 점은 공수처가 독립성이 보장되는 조직이라는 주장의 주된 논거였다. 만약 집권여당의 위성정당이자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나 강경한 검찰개혁론자들이 포진한 열린민주당이 각각 20석을 차지하고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 없이 독자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였다면 공수처장 후보는 어떤 정치적 성향의 사람이 추천되었을까. 이러한 가정은 공수처법이 정치적 역학의 영향을 차단하면서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완결된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민의가 반영된 국회구성’과 ‘공수처의 독립성 보장’은 동의어가 아니다. 공수처장 및 수사처 검사의 구성 자체가 정치적 역학구도에 강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수사처검사 신분의 불안정성과 정치적 의존성 문제

공수처장과 수사처검사의 신분보장 및 임기 문제도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직업공무원의 신분보장’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의 핵심이다. 직업공무원 신분보장의 내용은 ‘정년까지의 종신직’, ‘파면, 해임 등 징계의 법정주의’가 핵심이다. 정치검찰의 개혁방안이라는 공수처의 수사처검사 신분은 일반 검사보다 매우 불안정하다.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공무원인 검사와 달리 수사처검사의 임기는 3년이다. 3회의 연임이 가능하다. 수사처검사의 임용, 전보 등 인사는 인사위원회에서 정하고, 인사위원회는 공수처장, 차장, 법무부차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구성한다.

정권 실세의 수사로 정권에 밉보인 수사처검사를 다른 수사팀으로 전보시키거나 3년의 임기 후 재임용하지 않음으로써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할 소지를 배제하기 힘든 것이다. 신분이 불안정한 수사처검사들이 현재의 검찰조직보다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더욱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고위공직자 부패범죄 수사에 소신을 굽히지 않고 매진할 것이라는 기대의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공수처 사건 암장의 통제 장치 부재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법의 국회 본희의 상정 직전에 전격적으로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하는 경우 공수처에 통보할 의무 조항을 삽입했다(공수처법 제24조 제2항 및 제4항). 이 조항으로 인해 공수처 수사대상 고위공직자범죄는 공수처만 수사할 수 있는 전속수사권이 보장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물론 다른 수사기관의 통보의무조항을 신설 공수처의 축적된 경험의 부재를 메우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검찰의 인지수사 능력은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경험치이지만, 파견검사제도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검사는 금융위, 공정위, 국세청, 노동청은 물론이고 심지어 국회 등지에 널리 파견되어 각계로부터 범죄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고 현장 실무를 통해 범죄의 실태를 파악할 능력도 배양할 수 있다. 처장과 차장을 포함하여 25명 내외로 구성되는 수사처검사는 이러한 정보접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통보의무 조항은 공수처 업무가 여의도의 정쟁을 정치적으로 끌고 오는 고소고발사건 처리에 한정되지 않고 업무를 확장하는 긍정적 기능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인지사건이 혐의가 충분함에도 내사종결이나 불기소처분으로 묻으면 어떻게 될까. 공수처법은 공수처장은 통보한 다른 수사기관에게 수사개시 여부를 회신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인지사건의 경우에는, 고소고발사건처럼 항고나 재정신청 절차가 구비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니,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사건을 암장한다면 달리 방책이 없다.

 

민감한 인지 사건을 암장할 가능성을 방지하는 원 포인트 개정 필요

21대 국회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공수처장 추천제도와 관련한 개정작업은 공수처 출범을 지체시킬 수 있으므로 차후 과제로 삼는다 해도, 공수처법 제24조 제2항 및 제4항에 내포된 사건 암장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는 개정은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의 인지사건을 통보받고도 암장하는 경우 통보한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를 할 수 있는 등의 견제장치를 만드는 원포인트 개정작업은 공수처 출범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공수처는 정치검찰을 대체하는 좀 더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정권 보위 기관이나 권력층의 비리와 부패를 좀 더 조용히 암장하기 위한 조직이 되어서는 안된다. 끝.

 

첨부: ED200625_송곳과프리즘_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21대 국회에 제안하다(권경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