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발전연구원의 차명계좌:
수면 아래 감춰진 거대한 빙산의 모습
김경율(회계사, 경제민주주의21 대표)
내가 노무현 재단 산하 미래발전연구원(이하 “미래연”)의 차명계좌(이하 “차명계좌”) 의혹을 처음 접한 것은 달포쯤 되었다. 그 후 물 밑에만 존재하던 이 의혹은 시사저널이 5월 29일자로 단독 보도(https://bit.ly/30P4KPW)하면서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의혹을 제보한 제보자의 말과 이 의혹을 보도 중인 시사저널의 기사에 따르면 제보자는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윤건영 의원이 2011년 2월 경 미래연 기획실장으로 부임하고, 5월 경 윤 기획실장의 지시에 따라 제보자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하여 운영하였다고 한다. 제보자로부터 통장거래내역(금융기관으로부터 발행된 것으로 이하 “통장 내역”)과 내부 회계장부(이하 “내부 장부”)를 입수하여 의문점들을 정리한다.
■ 차명계좌와 미래연 법인 계좌 간의 수상한 자금 거래 내역들
우선 차명계좌의 주요 특징적인 거래 내용을 살펴 본다. 차명계좌의 첫 거래를 보면, 통장 내역에는 5월 17일에 11백만원이 신규 입금되었으며, 내부 장부에는 당시 미래연 원장인 김용*의 이름과 비고란에 ‘무크지 비용’이라 적혀 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미래연 직원인 강** 명의로 4,780천원이 입금되는데 내부 장부에는 이 금액의 원천이 ‘성북구청 용역비’라고 기재된다.
이후 5월 31일과 6월 1일 양일 간 차명계좌로부터 13백만원이 현금으로 출금되는데, 6월 1일에는 미래연의 공식 법인계좌에 원장인 김용* 명의로 12백만원이 현금 입금된다. 그 후 공식 법인 계좌에서 6월 20일 10,290천원이 현금 출금된 후 ATM을 통해 차명계좌에 290천원, 5백만원, 5백만원 등 세 번으로 나누어 입금된다. 공식 법인계좌의 자금이 현금 입출금의 방식으로 차명계좌의 자금과 뒤섞이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차명계좌 개설의 이유와 최초 입금된 11백만원의 의미
미래연 원장인 김용*은 이 차명계좌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까? 그렇다. 왜냐하면 당시 원장인 김용*이 차명계좌를 개설한 후 최초의 입금자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 원장 명의로 차명 계좌에 최초 입금된 11백만원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시사저널(https://bit.ly/3d7olh4) 보도에 따르면 당시 기획실장이었던 윤건영 의원은 “처음 (김씨 통장에) 입금된 돈은 당시 유행하던 무크지를 미래연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여러 사람의 제안과 후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같은 기사에서 보도했듯이 이 돈은 무크지 제작을 위하여 쓰이지 않았다. 실제 무크지 제작 비용은 미래연 법인계좌에서 빠져나갔다. 무크지 제작이 무슨 범죄행위도 아니고 차명계좌를 만들고 입출금을 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최초 입금된 11백만원 중 상당액은 윤건영 의원에게 이체되었다. 이 부분은 윤 의원이 해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성북구청 용역비라는 4,780천원을 둘러싼 의혹
또 하나 강**이 5월 24일 차명계좌에 입금한 4,780천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돈의 성격은 미래연 장부와 제보자의 증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5월 14일 미래연 법인 계좌에 4,780천원이 계좌이체의 방식으로 입금되는데, 이에 대해 미래연 공식 장부에는 “강** 이체오류”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제보자 김씨는 (법인계좌에 강** 명의로 입금된 4,780천원이) “이체오류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성북구청으로부터 들어온 용역 대금”이라고 주장했다. 이체오류로 법인계좌에 들어 왔던 4,780천원은 이틀 뒤인 5월 16일 ‘강** 이체오류 환불’ 명목으로 다시 법인계좌에서 빠져나간 후 같은 액수의 돈이 5월 24일 강** 이름으로 미래연 차명계좌에 입금된 것이다.
이것이 일단 4,780천원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의 전부다. 그러나 여러 근본적인 의문은 계속 남는다. 과연 이 돈이 성북구청의 용역비가 맞는지? 그 용역사업은 어떤 사업이었는지? 성북구청은 그 용역사업 관련한 계약서나 내부 결제서류, 보고서 등을 다 보관하고 있는지? 그 돈이 강** 연구원에게 지급된 이유가 무엇인지? 강** 연구원에 대한 인건비인지 아니면 다른 성격의 지급인지? 강** 연구원이 이 돈을 다시 차명계좌에 입금한 경위가 어떤 것인지? 이 돈의 적법한 소유자가 용역수행자로서의 미래연 법인인지, 아니면 용역수행을 통해 인건비를 지급받은 강** 연구원인지? 수없이 많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 다른 의혹들과 진실 규명의 필요성
미래연과 관련해서는 제보자가 공개한 차명계좌 외에도 다른 의혹들도 많다. 시사저널은 6월 15일자 후속 보도(https://bit.ly/2AxdzU5)에서 2011년 2월에도 성북구청이 미래연에 두 차례에 걸쳐 총 611만원을 송금했으며 그 명목은 “성북구청 용역(수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사저널의 취재 결과 성북구청에는 관련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계약서는 아예 생산된 적이 없”으며, “용역 결과 보고서는 없다”고 밝혔다. 돈은 오고갔는데 서류도, 결과물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미래연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미심쩍은 회계 처리와 성북구청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과의 수상한 용역거래 등 알려진 의혹에 대한 엄밀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금액은 미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제보된 차명계좌는 2011년과 2012년 일부의 내역일 뿐이다. 그 이전과 이후에는 또 다른 형태로 이와 유사한 불명확한 또는 허위 용역 명목의 자금거래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차명계좌와 연관된 사건 중 백원우 의원실 허위 인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되어 수사 중에 있지만, 성북구청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미래연 간의 용역사업의 문제점은 아직 그늘 속에 가리워진 상태다. 이 부분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검찰수사가 신속하고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