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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220809_[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대기업보다 무서운 입주자대표회의

2022년 08월 9일

[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대기업보다 무서운 입주자대표회의

 

회계사 생활을 하면서 기업가치 평가, 회계감사, 매각 목적 실사, 부정 적발 감사 등 여러 가지 용역을 의뢰받아 경험했지만 가장 껄끄러운 것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다. (중략)

뭔가를 찾으면 의혹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난리를 피우고, 찾은 게 없이 특이점이 없다는 일종의 건강하다는 신호를 주면 회계사가 어떻게 장부를 보고 부정행위를 못 찾는다고 면박을 주기 일쑤다.

의사결정구조 전반도 소수 몇몇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마련이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는 코스닥 자본시장을 예로 들고 싶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은 무자본 엠엔에이의 난장판이라고 지적하겠다. 문재인 정부를 뒤흔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기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 들어가면 무자본 인수합병은 필수제처럼 요소요소에 들어가 있다. 사실 이 같은 일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벤처붐이 일 때부터 매년 반복된 일이다. 그럼에도 자본시장 참여자 중 일부 세력들이 위법적 탈법적 행위를 하더라도 처벌이 솜방망이라 더 많은 사람들이 끼어든다. 소위 해외 유학파 출신 엘리트들부터 건설 시행을 하던 사람, 심지어 조직폭력배들까지 발을 디밀게 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다시 돌아가서 순전히 내 개인적인 얘기를 해 보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지난 5월27일자로 사우나 등 공동이용시설 사용료 관련 투표를 했고, 과반 참석 과반 지지로 1안이 채택됐다. 거칠게 얘기하면 1안은 이용자 부담, 2안은 공동 부담 안이다. 그리고 이를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의결했다.

그런데 한 달 보름이 지난 7월14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재심의 후 재투표를 의결했다.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과 이를 준용한 아파트 관리규약 제42조에서는 재심의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한 안건이 관계법령 및 관리규약에 위반’되는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입주자가 적시한 관계법령 위반 사항은 커뮤니티 운영규정 제1조의 목적 중 “효율적인 운영과 질서유지를 확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기술한 것 중 효율적인 운영이 아니어서 법령 위반이라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목적으로 기술된 사항을 두고 단정적으로 위반이라 하는 것도 의문이고 또한 본인들이 ‘법령 위반’이라는 안을 그대로 둔 채 재투표하는 것 역시 황당할 따름이다.

서울시 공동주택통합마당에 연락을 했다. 뚜렷하게 재심의 및 재투표 의결은 부당하게 보인다는 대답과 본인들은 관할이 아니니 해당 구청 공동주택 관리과에 연락을 취하란다. 구청 도시관리국에 연락을 취했다. 서로 대화를 이어가다가 해당 아파트 이름을 말하는 순간부터 태도가 바뀐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등등 각종 항목을 들이대며 가능하단다. 뭔가 익숙한 경우다. 그렇다. 코스닥 자본시장에서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무자본 인수합병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 제기할 경우 딱 금융감독원 혹은 금융위원회 등 견제 감시할 기구의 태도와 같다.

결국 도움을 받기 위해 전화한 담당 주무관과 말씀한 조항은 이 경우에 적용될 여지는 없다는 반박을 해야 했으며 결국 “그러면 따로 민원을 제기하라”는 답변을 얻었다. 지금 내 통화하는 것이 전화 민원이 아니면 뭐냐고 투덜거려 봤자 달라진 건 없었다. 매번 반복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둘러싼 소란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가 입주자대표회의 내부뿐 아니라 이를 관리 감독할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 기관에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슷한 지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마약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깡패가 설치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검수완박 등으로 말미암아 검찰과 경찰의 수십 년 이어온 공조 체계가 무너지며 독버섯처럼 번질 위험에 노출된 것을 들었다.

내가 소중한 지면을 빌려 사적인 이유를 중언부언 쓴 이유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영역에서든 감시와 견제, 그리고 사후적 제재가 적절히 따르지 않는다면 아수라장이 돼 버리고 말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또 하나가 떠올랐다. 국회!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