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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220807_[소통하는 사회, 길을 묻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

2022년 08월 7일

[소통하는 사회, 길을 묻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

 

  • “권력의 범죄와 온갖 진흙탕 싸움… 소신이 만든 용기였죠”

 

진영 논리로 옳고 그름과 네 편 내 편이 갈리는 시대. 정의와 정치, 시민과 정치권, 진영과 진영을 잇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 이 시대를 살아내는 용기엔 무엇이 필요할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조국 저격수’, ‘대장동 저격수’로 불리는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53)를 만났다. 그의 이력은 2019년 이른바 ‘조국사태’ 이후 확 바뀌었다. 혹자는 ‘진보의 아이콘’이었다가 ‘보수의 스피커’로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를 문제라고 지적할 뿐”이라는 그에게 진영 논리는 옳고 그름의 대상이 아니다. “사실과 의혹에 따라, 사회적으로 옳은 일인지 아닌지에 따라 할 말을 할 뿐”이라는 그에게서 조금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략)

■ 사회적의미 있는 일 파헤치는 ‘덕후’

김 회계사는 돈의 의혹, 흐름을 좇는 곳엔 늘 등장한다. 1998년 참여연대에 발을 들인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다스 비자금 사건, 미르재단 등등 참여연대 시절 거대 권력의 범죄 의혹을 서슴없이 파헤쳤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론 이른바 진보 진영의 ‘내로남불’에 앞장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온갖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찾는 일들은 그의 말대로 표현하자면 “삽질”이다. 공시된 자료나 등기부 등본, 혹은 1만원짜리 유료 정보를 사서 확인하고 분석한다. “굴삭기 한 대면 한 시간에 할 일을 혼자서 야전삽 하나 들고 와서 20~30일 걸려서 하는 거예요. ‘조국사태’ 때 핵심 사안들을 국세청 단말기 한 대만 있으면 하루에 다 할 일을 20~30일 걸려서 퍼즐 맞춰가면서 했어요.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이 나서서 하면 한 시간 걸릴 걸 내가 왜 일주일 걸려서 하나, 국가나 돈 많은 분들은 왜 이런 일을 안 하나 싶을 때 뭐랄까, 좀 허무하더라고요.” 돈 많은 이들도, 국가도 하지 않는 일에 그는 왜 불나방처럼 뛰어들까. 그는 스스로를 ‘덕후’라고 표현했다. 돈이 안 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익적인 일을 파헤치는 걸 좋아하는 기질 말이다.

김 회계사는 조국 사태가 벌어진 2019년, 21년간 몸 담았던 참여연대를 떠났다.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 조사한 내용에 대해 발표하려는 논평과 성명은 계속 ‘커트’ 됐다. 그는 판단했다. “사실적인 판단과 자료를 가지고 사건을 논하는데, 진영 논리에 따라서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말이 나오구나. 이곳은 더 이상 있을만한 곳이 아니구나”. 21년간이나 몸을 담았던 곳이지만, 미련은 없었다. 친목이 아닌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회 견제와 감시를 위해 모인 단체인데, 더 이상 그 기능을 하지 못한다 생각이 들면 단호하게 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참여연대 시절엔 재벌과 이와 연계된 보수 정치권에 메스를 들었다면,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는 “나도 사석 술자리에선 지난 이명박·박근혜정권땐 재벌과 싸우는데, 문재인정부에선 ‘잡범’과 싸운다는 표현을 했었다”면서 “어제 경기에 오른 투수를 비판할 수 없으니 앞으로 2개월여간 라임펀드,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펀드 등 이재명 의원 주변의 사건이 정리되면 당연히 또 윤석열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권력형·금융경제 범죄 단죄하고, 극단적 권리당원 선거권 제한해야

김 회계사 본인이 생각하는 정치 성향은 어떨까. 그는 “20대 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노동운동을 해와서 스스로 진보라 생각했지만, 이를 자처하기에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지적,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보수정치를 이겨내고 이끌어내는 게 진보라 생각하는데, 내가 그만한 지적, 도덕적 우위에 있나를 생각하면 자신 없어 스스로 진보라 자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우리 사회의 ‘자칭 진보인사’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보단 지적,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본다. 또 진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미력하게나마 내가 도움을 주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진보라고 해도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쉽게 던진 질문에 뒤 이은 그의 답변은 긴 세월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한 많은 고뇌와 시사가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 쉽게 뱉는 답이 없었다.

그런 그는 윤석열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 현안으로 ‘권력형 범죄, 금융경제 범죄’를 꼽았다. 김 회계사는 “과거 정권에 있어왔던 사모펀드 사건과 이재명 의원 주변에서 벌어진 대장동, 성남 FC 의혹은 권력의 영역에서 일어난 권력형 범죄”라며 “사모펀드 피해는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간 어마어마한 사건이고 현재도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세계경제 차원에서 벌어지는 인플레이션 등 복잡한 와중에 경제영역 벌어지는 금융경제 범죄를 손 놓으면 위험하다. 과거정권에 있었던 사모펀드 명백히 밝혀내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들이닥친 경제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로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마음과 맞닿는 것. 김 회계사가 보는 국민 마음에 와 닿는 정치는 무엇일까. 그는 “우리나라 정치^의회 구조는 쭉정이들, 악화들만 뽑아내는 구조인 것 같다”면서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권리당원들이 선거권을 가지는 구조는 ‘문빠’ 같은 극단적인 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런 권리당원들이 극단적인 편중을 들어 정치를 한다면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논쟁만 할 뿐이란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며 선거개혁, 정치개혁을 외치시는데 권리당원들이 가진 선거권 등을 시급하게 바꿔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 할 말 안 하는 ‘해괴한 시대’… 시민들이 바꿔가야

김 회계사가 청문회장 등에서 뱉은 말은 늘 SNS를 뜨겁게 달군다. 정치권으로도 논쟁이 이어진다.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격려하기도 한다. “평범한 말과 글을 쓰고 하는데,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누군가는 해야 할 말, 누군가는 써야 할 글을 안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 시민사회가 생산성이 없어지고 존립 근거도 스스로 없애버린 것 아닌가 싶어요.”

그런 그를 많은 이들은 ‘해괴사’라 부른다.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이 검수완박법을 강행하기 위한 온라인 회의에서 최강욱 의원이 동료 김남국 의원에게 했다는 발언에 대해 ‘ㅉ이냐 ㄸ이냐’에 관해 최종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이상 ‘짤딸이’라 칭하겠다며 해학과 풍자를 안기기도 했다.

해괴사에는 그의 평소 가치관과 철학이 담겨 있다. “해괴사는 제가 생각해도 참 재밌어요. 해괴한 일들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시나봐요.” 사실 그처럼 공적인 영역에서 뛰는 회계사들은 드물다. 대학생 시절 노동운동을 하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1998년 회계사가 됐지만, 곧바로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해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지냈다. 직장인이라도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했고 줄곧 직업을 실현해 나가면서 금전적이든 시간적으로든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왔다.

“민변 등 변호사분들의 공익적 활동은 많은데, 전 때론 이걸 정말 나 혼자 해야 하나?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하지만 나이 서른에 회계사 자격증을 따면서, ‘40세 되어도 노트북 들고 다니면 불행한 회계사’란 말을 들었는데, 지금 불행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삽으로 두 달 동안 의혹을 파는 일이라도, ‘삽질을 함께 해 줄 사람이 있으면 조금 나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커요.”

경기일보 고정 필진으로 지난 1년 넘게 써온 그의 칼럼들만 봐도 ‘송곳’이 느껴진다. 세상에 대한 관심과 할 말은 해야겠다는 용기, 그런 소신에서 나온 확신의 발언들이다. 그는 “이 시대를 사는 일반 시민들께도 권해드리고 싶다”며 조심스러우면서도 단단한 어조로 마지막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물리적으로 보아도 일부는 사회적인 몸으로 구성돼 있어요. 일반 시민 한 분 한 분이 본인이 가진 사회적인 책무를 조금씩 진다면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또 그런 자세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경율 회계사는…

대한민국의 공인회계사이자 시민운동가이다. 1969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한 지 11년 만에 졸업했다. 대학 시절 성남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회계법인 등에서 회계사로 활동했다. 이후 시민단체에 뛰어들어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경제금융센터 소장 등을 지내며 론스타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다스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거대 권력, 경제 권력을 파헤치며 참여연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2019년 9월 29일 이른바 ‘조국 사태’로 21년간 몸 담았던 참여연대에 결별을 선언한 이후 2020년 출범한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정자연기자

 

원문출처: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2080758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