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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220607_[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잔다르크가 끌어낸 기억

2022년 06월 7일

[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잔다르크가 끌어낸 기억

노영희 변호사가 페이스북에서 방송인 김어준을 가리켜 “그는 투사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현 정권에 저항하는 잔다르크처럼 여겨질 거”라고 했단다. 사실 다른 사람을 가리켜 뭐라고 생각하든 그것은 순전히 본인의 자유이다. 최초의 근대소설이라 일컬어지는 돈키호테에서도 주인공에 의해 여관의 하녀로 손님들에게 몸을 파는 창녀이지만, 자신이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숙녀인 둘시네아 공주로 변신하는 알돈자가 있지 않던가?

사뭇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위와 같은 소식을 들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이가 있으니 잔다르크에 관하여 우리나라에선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추다르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 전 장관이 어떻게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게 됐는지는 의문이다. “×같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사주 같은 놈” “이회창 이 놈” 이라는 욕설을 잘해서인가 하고 살펴보면 딱히 잔다르크가 욕을 잘한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추 전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동조하고서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특권과 반칙에 맞서 정공법으로 싸우셨듯이” 운운하며 노무현 정신을 팔며 대통령 후보 출마 선언을 한 것처럼, 잔다르크가 프랑스 국왕을 탄핵했다거나 혹은 탄핵하려하고서 국왕에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쯤에서 이 글 쓰는 것을 포기하려 했다. 많은 자칭 진보·개혁적 인사들이 추미애 전 장관을 가리켜 시시때때로 ‘역시 추다르크’라고 치켜세우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기며 말이다. 다시 한번 잔다르크의 생애를 찾아보던 중 드디어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평민 출신인 그녀는 잉글랜드 왕국과의 백년전쟁의 막바지로 전황은 프랑스에 대단히 불리했던 때 반년 넘게 지속되던 오를레앙 전투에서 열흘 만에 승리를 이끌어 전세를 유리하게 역전시켰다. 그리고 총사령관이 되어 영국 최고의 명장 존 탈보트를 포로로 잡더니 역사에 길이 남을 우회 대기동을 성공시켜 랭스를 함락시키고, 샤를 7세의 대관식을 올려 백년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었다고 전해진다.

이 부분을 접하고서야 15세기 초반의 여성 영웅과 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등치시켜 연상시키는지가 뚜렷해졌다.

추미애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오른 것은 2020년 1월 2일이다. 때는 직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내정에 따른 조국 사태가 국정을 휩쓴 시기였으며 잇따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라임 사태의 발발 그리고 민주당 유력 전현직 정치인들을 아우르는 라임 리스트가 도는 등 집권 여당에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

추 전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부패의 온상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금융범죄 컨트롤타워를 폐지하여 금융범죄 수사역량을 약화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취임 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월 8일 대규모 검찰 인사를 단행하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와 청와대를 수사한 검사들을 모두 한직으로 좌천시킨 보복성 인사였다.다음 달인 2월 4일, 추 전 장관은 국회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공개요청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헌법 제61조 1항의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라거나 국회법 128조, 국회증언감정법 4조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이후 재임 기간 불거진 옵티머스 펀드 사태도 위와 같은 선제적(?) 조치가 있었기에 별 탈 없이 막아낼 수 있었다.

(중략) 이것이 추미애 전 장관을 추다르크라 부를 수 있었던 이유이다. 국정농단에 비견할 만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민주당과 관변 시민단체의 위선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던 조국 사태, 그리고 집권 세력의 경제적 기반을 드러내는 각종 의혹으로 둘러싸인 대규모 펀드 사기 사건 등에 대한 공권력의 수사를 방해하고 노골적으로 중단시킨 첨병이 추 전 장관이었다. 이런 이를 가리켜 당시 집권 여당과 주변을 배회하는 관변 단체의 구성원들은 추다르크라 비유하였다.

추 전 장관으로 말미암아 중단됐던 라임펀드, 옵티머스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다시 시작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양산하고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한 이를 찾아 단죄해야 건강한 사회로 회복하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잔다르크가 노영희 변호사에 의해 추미애 전 장관에 의해 얼마나 희화화되는지 프랑스에 알려질까 두렵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원문출처: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20607580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