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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200723_개국본 이번엔 회계 논란… 법인 신청 단계서 모금액 한푼 안넘겨

2020년 07월 23일

개국본 이번엔 회계 논란…
법인 신청 단계서 모금액 한푼 안넘겨

 

시민들이 지난해 9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현 개혁국민운동본부)가 개최한 ‘제7차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1월 서울시에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뉴시스

 

지난해 ‘조국수호·검찰개혁 집회’를 개최한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옛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가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을 신청하면서 기존 모금액을 이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국본은 지난해 15차례 검찰 개혁 집회를 치르면서 약 20억원을 회비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집회 개최에 얼마를 썼고 얼마가 남았는지 등 내역은 내부에서도 구체적으로 공지되지 않았다. 일부 회원은 회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지난달 성명을 냈다. 개국본은 법인 설립 이후 회비를 법인 통장으로 옮겼다고 해명했다.

개국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반발, 지난해 하반기 서울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한 단체다. 온라인 커뮤니티(다음 카페)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정식 시민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사단법인 설립 신청을 했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22일 국회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을 통해 개국본이 서울시에 낸 법인 신청 서류를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이 단체는 현금 4000만원과 서울 마포구 한 건물 임차권을 법인의 재산으로 신고했다. 서류에는 이종원 개국본 대표가 이 재산을 법인에 출연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이 대표는 ‘본인이 소유한 재산을 개국본 법인의 재산으로 무상 출연(기부)한다’는 승낙서를 써냈다.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80만원인 사무실도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임차한 것을 법인이 무상으로 사용토록 했다.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설립을 위해 서울시에 제출한 재산 출연 승낙서(위)와 2019년도 수입·지출 예산서. 서류에는 ‘본인(이종원 대표)이 소유한 재산을 개국본 재산으로 무상 출연(기부)할 것을 승낙한다’고 적혀 있다. 수입예산서에는 가입 회원이 낸 회비가 24만원으로 명시됐다. 서울시,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개국본은 이와 함께 지난해 가입 회원 회비 수입으로 24만원을 신고했다. 이는 사단법인 창립총회에 참석한 회원 20명이 연회비로 1만2000원씩 낸 것이다. 설립 신청 서류상 기존 회비가 이전된 것은 한 푼도 없었다. 공인회계사인 김경율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법인을 만들기 전이라도 개국본이 실질적으로 회비를 걷고 사용했다면 입출금과 잔액을 정리해 고스란히 (법인으로) 승계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개국본 전신인 개싸움국민운동본부는 ‘개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문재인정부는 꽃길만 걸으시라’는 뜻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법인 설립 방침을 밝히고 11월 카페에서 ‘개국본의 법적 사단법인 명칭이 개혁국민운동본부가 됐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비영리법인이 된 건 올해 1월이다.

취재팀은 개국본의 설명을 듣기 위해 17일 서울 마포구 개국본 사무실을 찾았다. 회비 계좌를 관리했던 개국본 간부 김모씨는 “집회에 쓰고 남은 돈은 사단법인을 만들면서 사용했다”며 “법인 회계와 관련해서는 이종원 대표에게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이 대표를 사무실에서 만났지만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취재팀의 전화와 메시지에도 “카페 공지를 참조하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취재팀은 공식 해명을 듣기 위해 이 대표의 개인 이메일로 관련 질문을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대표는 국민일보 기사가 온라인에서 보도된 뒤인 이날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에서 보도에 관해 해명했다. 그는 “당시 통장 이름(개국본 회비통장 예금주)이 김○○씨(간부 김씨)였다. 사단법인 개국본 통장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전액(1억5200여만원)을 이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 5일 이체 내역을 화면으로 보여줬다. 서류상 본인이 출연한 것으로 돼 있는 4000만원에 대해서는 “내 돈이 아니다. 난 (4000만원을) 기부한 적이 없다. 모두 개국본 회비다. 개국본 회비 통장에서 4000만원을 제 통장으로 보냈다가 그걸 사단법인 출연금으로 서울시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기존 회비를 왜 한꺼번에 이전하지 않고 두 차례 나눠 넣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김경율 대표는 “왜 처음부터 4000만원과 1억5200만원을 한꺼번에 넣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면서 “당시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면 미수금으로 처리하고 채권이라고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출연금 4000만원에 대해 서류상 내용과 방송에서의 말이 다른 것도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법인 신청 서류에는 4000만원이 ‘이종원 대표가 소유한 재산’으로 명시돼 있다. 개국본의 창립총회 회의록에서도 이 대표는 “현재 의장을 맡고 있는 제가 4000만원을 출연하고 제가 임대한 사무실을 무상으로 법인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중략)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keys@kmib.co.kr

 

출처 및 원본: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8788&code=111211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