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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200722_‘조국 집회’ 20억 모은 개국본, 법인에 회비 한 푼 이전 안했다

2020년 07월 22일

‘조국 집회’ 20억 모은 개국본,
법인에 회비 한 푼 이전 안했다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현 개혁국민운동본부)가 지난해 9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제7차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15차례 검찰개혁 집회를 주도한 개국본은 올해 1월 서울시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뉴시스

 

지난해 ‘조국 수호·검찰개혁 집회’를 개최한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옛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모금액을 이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국본은 지난해 15차례 검찰개혁 집회를 치르면서 약 20억원을 회비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집회 개최에 얼마를 썼고 얼마가 남았는지 등 내역은 내부에서도 구체적으로 공지되지 않았다. 일부 회원은 회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지난달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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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취재팀은 22일 국회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을 통해 개국본이 서울시에 낸 법인 신청 서류를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이 단체는 현금 4000만원과 서울 마포구 한 건물의 임차권을 법인의 재산으로 신고했다. 이 재산은 그동안 걷은 회비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종원 개국본 대표 개인이 법인에 출연한 것이다. 이 대표는 “본인이 소유한 재산을 개국본 법인의 재산으로 무상 출연(기부)한다”는 승낙서를 써냈다.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80만원인 사무실도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임차한 것을 법인이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 대표는 개인 돈 4000만원을 한 차례 기부하고 또 해마다 3360만원을 사무실 비용으로 기부하는 셈이다.

개국본은 이와 함께 지난해 가입 회원 회비 수입으로 24만원을 신고했다. 이는 사단법인 창립총회에 참석한 회원 20명이 연회비로 1만2000원씩 낸 것이다. 기존 회비가 법인으로 이전된 것은 한 푼도 없었다.

 

개혁국민운동본부가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설립을 위해 서울시에 신고한 재산목록. 현금 4000만원과 사무실 임대료 모두 대표 이종원씨가 출연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서울시,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서울시 관계자는 “임의 단체나 모임의 사단법인 설립을 허가할 때 기존 재산 이전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국본의 경우 ‘개혁국민운동본부’가 ‘개싸움국민운동본부’를 계승한다는 점을 카페에서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런 경우는 기존 회비 등 자산을 법인으로 이전하는 게 도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인회계사인 김경율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법인을 만들기 전이라도 개국본이 실질적으로 회비를 걷고 사용했다면 입출금과 잔액을 정리해 고스란히 (법인으로) 승계하는 게 타당하다”며 “지금의 신고 내역만 놓고 보면 남은 회비가 어딘가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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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국민운동본부가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설립을 위해 서울시에 신고한 2019년도 수입·지출 예산서. 가입 회원이 낸 회비 수입이 24만원으로 명시돼있다. 서울시,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개국본의 전신인 개싸움국민운동본부는 ‘개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문재인정부는 꽃길만 걸으시라’는 뜻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법인 설립 방침을 밝히고 11월 카페에서 ‘개국본의 법적 사단법인 명칭이 개혁국민운동본부가 됐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비영리 법인이 된 건 올해 1월이다.

취재팀은 개국본의 설명을 듣기 위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개국본 사무실을 찾았다. 회비 계좌를 관리했던 개국본 간부 김모씨는 “집회에 쓰고 남은 돈은 사단법인을 만들면서 사용했다”면서 “법인 회계 관련해서는 이종원 대표에게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무실에서 취재팀과 마주쳤지만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취재팀은 이 대표의 이메일로도 회계 관련 질문을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문제 제기 회원에게 회비 반환
개국본은 지난해 조국 수호 집회를 치르면서 약 20억원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비 명목으로 매달 최소 1000원씩을 받았다. 수십만원을 한꺼번에 납부했다고 인증한 회원도 적지 않다. 카페에서는 회원이 7만명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원 대표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시사타파TV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1차부터 9차 집회까지 총 5억5000여만원이 지출됐고, 잔액은 2억1500여만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월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이후 회계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회원 중 일부는 ‘개국본 회비 반환촉구 소송을 추진하는 촛불연대’(반소연)를 꾸리고 지난달 20일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종원 대표가 자세한 회비 사용 내역과 영수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촛불시민의 감사를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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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피해 8800만원 돌려받기 힘들 듯
개국본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4억여원 가운데 8800만원은 돌려받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간부 김씨는 “피해액 4억원 가운데 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돌려받은 금액은 2억3200여만원이고 소송을 통해 추가로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은 8000만원정도”라고 말했다.

개국본에 따르면 간부 김씨는 지난해 10월 7일 경찰과 금감원 등을 사칭한 이들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입었으니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번호를 불러 달라는 내용이었다. 개국본은 이때까지 김씨 개인 명의 계좌로 회비를 받고 있었다. 김씨는 이를 믿고 OTP 번호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하루 만에 계좌에서 4억원이 빠져나가자 보이스피싱임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종원 대표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직후인 10월 16일 유튜브에서 진행한 개국본 회비 정산 방송에서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후원금 모집에 이상이 없고 제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함께 출연한 김남국 변호사(현 민주당 의원)는 “수입·지출상 안 맞는 것은 6580원뿐”이라고 강조했다. 개국본은 지난 3월 보이스피싱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회원들에게 사기 사실을 설명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출처 및 원문: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825848&code=611211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