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 언론속의 경민21

[경기일보]220913_[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론스타 중간 결산

2022년 09월 13일

[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론스타 중간 결산

 

“외환은행은 당시 경영상황 및 경제상황 등에 비춰 전략적 투자자가 아닌 론스타에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이강원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은 론스타 딜을 성사시킬 목적으로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해 매각이 불가피한 것처럼 관계기관 등을 설득했고, 매각협상기준가격을 부당하게 낮게 산정했다. 금감위도 BIS비율 등 외환은행의 경영상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은행법상 인수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이 매각되도록 승인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이강원 행장은 외환은행 매각협조 후 은행장직에서 물러나는 대가로 15억8천여만원을 부당 수수하는 등 각종 부당·비위행위 등도 발생했다.”

위는 감사원이 2006년 3월 국회로부터 ‘외환은행 불법·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청구’를 접수해 감사에 착수 후 2007년 3월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검찰 수사로 말미암아 론스타와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변양호, 이강원 등은 구속 수감됐으나 2010년 10월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으며, 함께 기소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지분매각 당시 외환은행에 대규모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있었는지, 론스타와의 협상 절차가 적정했는지, 신주발행 및 구주매각 가격이 적정했는지 등 관련 사실을 상세히 인정한 다음 그에 근거해 변 전 국장 등이 배임행위를 했다거나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론스타 스캔들과 관련한 국내 법원의 판단은 사실상 론스타와 소위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을 일컫는 말)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와 별개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이슈로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2012년에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 있었고, 지난달 말일 이에 대한 중재판정이 선고됐다. 중재판정부는 금융 쟁점에 대한 론스타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우리 정부 측에 미화 2억 1천650만 달러(한화 약 2천800억원) 및 2011년 12월 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할 것을 명했다. 한편, 중재판정부는 나머지 금융 쟁점 및 조세 쟁점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 측 주장대로 중재판정부의 관할이 없거나 국제법 위반이 없음을 확인해 론스타 측 주장을 기각했다.

이를 보다 상세히 들여다보면 금융 쟁점 관련,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와 하나은행 간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라고 보았으되, 다만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형사 유죄판결로 인한 책임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매각가격 인하에 론스타 측의 50% 과실상계를 인정하고 이에 따라 인정된 론스타 측 손해는 인하된 매각가격인 4억3천300만달러의 절반인 2억1천650만달러라 했다. (중략)

현재 이를 둘러싼 책임론에서부터 대책에 이르기까지 제 정당과 시민사회 그리고 정부에서의 방안들은 제각각이다. 론스타 스캔들의 발단이 노무현 정부 때이고 당시 주요 인사들이 의심스러운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윤석열 정부 경제라인을 이끄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무능한 정책 결정으로 수천억 혈세 낭비 참사의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들”이라 맹공을 취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밝혔더라면 이번 분쟁에서 쉽게 이겼으리라 주장한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9월6일 법무부가 공개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요지서’에 따르면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점”이 우리나라 정부에 지대하게 유리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는 필자를 포함, 시민사회가 놓쳤다고 봐야 할 부분이다. 반면에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다투는 것이 과연 분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까 하는 점에는 의문이 따른다. 줄곧 론스타가 주장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자의적 법 집행’이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이미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어서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공표한 바 있는 한국 정부로서는 영락없이 론스타의 주장을 뒷받침할 따름이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원문출처: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2091358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