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의 수상한 실적과 씁쓸한 평가
하이트진로 제품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들이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 옥상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직업이 회계사인지라 가장 먼저 하이트진로 재무제표를 찾아보았다. 2019년 이후 과거 3개년 매출은 줄곧 2조원을 상회하였고, 매출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1조원에 육박하며, 매출총이익률은 40%를 넘는다. 또 오너라 할 수 있는 박문덕 회장은 44억7000여만원으로 롯데그룹, CJ그룹에 이어 올해 상반기 유통가 연봉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참고로 2021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매출총이익률은 각각 40%와 19%다. 제조업 특성을 감안한다면 40%대 매출총이익률은 이례적이고, 대개는 뚜렷한 기술적 우위가 있지 않은 한 나올 수 없는 수익률이다. 혹시 매년 발생하는 7000억원대 판관비를 들어 이익 규모를 호도할 수도 있으나, 매출과 직접적 연관이 상대적으로 적은 판관비의 속성 등을 감안할 때 거액의 판관비는 의심을 가중할 따름이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제품 운송과 관련하여 운송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100% 자회사인 수양물류, 천주물류, 강원물류를 통해 운송노동자와 위·수탁 형태의 계약 관계를 유지한다(2021년 중 합병 등을 통해 수양물류만 남아 있다). 심지어 수양물류가 아닌 재하청사와 계약 관계를 맺는 경우도 많다. 하이트진로는 물류 운송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고용 및 처우와 관련하여 직접적인 위험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운송노동자들을 살펴보자. 필자가 몇 명을 만나 2021년 세무신고 자료 등을 보고 파악한 내용이다. 운송노동자별로 큰 차이가 없기에 대략의 평균치로 적는다. 연간 수입 금액은 유류 보조금을 포함하여 1억200만원이다. 이에 대응하는 주요 비용을 따져보면 유류비가 4400만원, 보험료가 적재물 보험을 포함해 500만원으로 계상된다. 그리고 주요 비용 중 차량 감가의 경우 취득가액과 내용연수 및 잔존가치 등을 감안하면 연간 1500만원가량이다. 이에 더해 세무사무실로부터 전달받은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 내역 등을 보면, 요소수 등 차량 소모품과 수리비 등이 1300만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톨게이트비와 소속 회사 중개수수료(대개 3~10%)와 운송업무와 관련한 식대 등을 감안하면 연간 2000만원대 금액을 운송노동자들이 집에 가져다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쯤 되면 뭔가 어색한 대조가 발생한다. 하이트진로 회사는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총이익이 발생하고, 회사의 제품을 운송하는 운송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2000만원대 소득에 머문다. 더군다나 운송노동자는 마치 유령처럼 하이트진로와는 관계가 없단다.
하이트진로 홈페이지에서는 경영철학을 “하이트진로人은 그룹원으로서의 일체감을 갖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상호 간 존중하며 끊임없이 설득하고 이해시키려 많은 노력을 한다”고 소개한다. 하이트진로 제품이 전국 매장으로, 집으로 옮겨지는 데 필수불가결한 운송노동자는 상호 간 존중과 설득 그리고 이해의 대상이 아닌 건가? 나는 집회 현장을 찾아갔을 때 중년과 고령의 운송노동자들을 보고 놀랐다. 이와 같은 처우라면 젊은 노동자들이 같은 일을 하려 할까?
우리나라 기업들은 ‘평판’에 무감하다. 심지어 유럽과 북미가 본사인 기업들은 유럽에서는 각종 선제적 조처와 사후 대책을 내놓고 실행하면서, 같은 사안에 대하여 국내에서는 시쳇말로 드러눕는 경우가 흔하다. 한 식구인 운송노동자의 처우에 대해서 나 몰라라 하는 기업은 언제고 소비자도 주주도 나 몰라라 팽개칠 가능성이 높다. 2021년 말 현재 하이트진로의 지분 중 8.12%를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현재와 같이 기업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할 때는 적극 나서야 하지 않을까? (후략)
원문출처: https://m.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209010300025#c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