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성재호 기자의 페이스북 글입니다.)
김경록 PB를 취재한 당시 보도 책임을 맡았던 성재홉니다.
뒤늦게 예고편을 보고 너무 큰 우려가 생겨 이렇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실제 본방송이 어떻게 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김경록 PB가 사실과 다르거나 매우 주관적인 선입견에 매몰된 주장들을 여기저기 펼치면서 우리 제작진이 고통을 받아왔기에 이렇게 글을 써 알립니다.
우선, 지난해 이맘 때 김경록 PB에 대한 KBS 취재는 매우 정상적이고 당연한 절차와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해 진행됐음을 말씀 드립니다.
당시 김 PB의 증언을 통해 제기된 2가지 핵심적이고 중요한 취재 내용은 ①조국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이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펀드의 실질적인 운용자였음을 정경심 교수는 투자 당시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하지만 조국 장관은 당시까지 이를 부인해 왔음) ②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가 다른 펀드를 통해 투자한 회사(WFM)에 대한 투자가치를 정경심 교수가 (마치 코링크 PE의 주주처럼) 알아보고 다녔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조국 장관이 그동안 부인해왔던 의혹들이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격인 김PB를 통해 ‘사실일 가능성’이 구체적인 경험적 증언을 통해 제기됐지만, 아직은 측근 한 사람의 말이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당사자인 조국 장관과 정경심 교수의 반론 취재는 너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국 장관과 정 교수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이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이며 동시에 포괄적인 정보를 쥐고 있는 검찰이 어느 정도의 신빙성과 중대성을 부여하고 수사를 해오고 있는 지를 취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언론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자 원칙이기도 했습니다. PD수첩이 김경록 PB와 인터뷰한 뒤 우리 KBS 제작진과 검찰 측을 취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걸 갖고 ‘유착이니, 편향적이니’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 예고편 “KBS랑 인터뷰 했대, 조국 교수가 김경록 집까지 쫓아갔다…네가 털어봐”에 대하여
김PB 취재 당일 방송 예정이었던 보도는 뉴스 책임자들의 연기 결정에 하루 뒤에 9시 뉴스를 통해 방송됐습니다. 당시 김PB 인터뷰 취재와 보도는 이름만 밝히지 않았지, 사실상 실명 보도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김PB가 KBS 취재에 응한 사실은 방송이 나가면 누구든지 알수 있는 것이지 무슨 기밀 사항이 아니지 않습니까? 또한 김PB가 KBS에 밝힌 위 내용들은 이미 김PB 스스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기도 해서 검찰에겐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것들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검찰이 KBS 인터뷰 취재에 응했다는 것을 구실로 당시 피의자인 김PB를 압박했다면 당연히 비난받아야 할 일입니다. 우리도 김PB의 뒤늦은 주장을 듣고 검찰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을 했고, 김PB도 나중에는 다시 자신이 본 게 ‘KBS와 인터뷰했다고 하니 잘 털어봐’라는 검사들끼리 대화 내용이 담긴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아니라 그것을 인쇄한 종이였다며 자기 주장을 일부 바꿨고, 당시 배석한 김PB 변호인도 그런 모니터 화면이나 그런 내용이 담긴 종이를 자신은 직접 보질 못했다는 얘기여서 우리가 검찰에 사과나 조치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조국 교수가 김경록 집까지 쫓아갔대…’ 이 부분은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미 방심위 재심 과정에서도 소명했듯이, 우리는 인터뷰 취재 당시 김PB에게 이런 얘기를 들은 사실이 없습니다.
김PB는 ‘조국 교수가 김경록 집까지 쫓아갔대…’는 검사들의 대화창 내용을 봤다며 이게 KBS와 검찰의 유착 증거라고 주장했고, 우리 제작진이 그런 것을 들은 사실도 없고 당연히 검찰에 전한 사실이 없다고 하자, 이번에는 말을 바꿔 ‘최성해 총장이 조국 교수에게 양복을 주려했다’는 얘기를 KBS 제작진에게 했고, 이걸 우리 제작진이 검찰에 잘못 알려줬거나, 검찰이 잘못 알아들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우리 제작진은 검찰에게 크로스체크 취재를 하면서 전술한 2가지 핵심 의혹에 대해 물었지(이는 조국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에게 당시 물었던 것과 거의 비슷한 내용임), 다른 인터뷰 내용은 알려준 적도 없습니다. 황당한 주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양복 얘기는 녹화된 취재 내용에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 예고편 “검찰에 유리하게 보도가 나가겠구나…”
KBS 보도의 방향과 내용은 방송편성규약에 따른 제작 자율성의 바탕아래 저널리즘 원칙을 좇아 이뤄집니다. 저 또한 이를 KBS 안에서 쟁취하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을 해왔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PB가 우리 취재 과정에서 조국 장관은 전혀 투자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정경심 교수가 이른바 ‘꾼’들에게 당한 것 같다고 얘기한 것은 분명 맞습니다. 하지만 조국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공직을 맡기 전에 한 번 만나 얘기한 것이 전부인 김PB가 만남 이후 한참 뒤에 벌어진 펀드 투자와 관련해 조국 장관의 무관함을 주장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일 뿐입니다. (앞선 내용들과 달리) 직접 겪은 경험이나 증거가 전혀 없는 그저 개인적인 판단과 주장에 불과하지 않나요? 우리 취재진은 당시나 지금이나 김PB가 조국 장관의 투자 관련 여부를 판단할만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정경심 교수가 당한 것 같다는 것도 본인의 판단과 추정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합리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 교수가 투자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제작진의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김PB는 답했습니다. 더구나 앞선 김PB의 경험적 증언들과도 서로 모순되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조국 장관조차도 이후 수사에서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직접 자신의 돈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핵심 측근의 증언은 이렇듯 개인의 경험적 사실에 대한 진술과 판단 및 추정에 대한 진술을 잘 구분해서 보도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의혹 당사자들, 또 그들의 측근이나 관련자들의 생각과 말을 그저 모두 중계하듯이 보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저널리즘의 객관성은 비록 과학적 논증까지는 못해도 합리적 추론과 증거 등 방법론적 객관성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갖고 KBS가 마치 검찰과 유착 혹은 검찰에 유리하게 편향적인 보도를 한 것처럼 시청자들이 오해토록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경록 PB는 보도 이후 지금까지 당시 있었던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들을 이곳저곳에 펼치면서 제작진의 명예를 훼손해 왔습니다. 이 부분을 논박하자면 글이 너무 길어져 생략합니다. 다만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MBC PD수첩이 한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방송의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쟁취하기 위해 함께 싸워온 KBS 제작진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및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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