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코인 기부금 법인계좌 허용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돼
- 서울대, 코인 관련 사기죄 수사받는 위메이드의 코인 기부금 수령 반성해야
- 범죄의 온상인 코인 산업 마케팅에 대학이 돈 때문에 동참하는 것 좌시해서는 안돼
1.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대가 위메이드로부터 받은 10억원 상당의 위믹스를 현금화하기 위해 국내 거래소용 법인계좌 개설을 교육부를 통해 금융위에 요청했다고 한다(서울대 법인계좌 허용해달라). 그런데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재 가상자산의 원화 거래는 개인계좌로만 가능하다. 법인계좌 거래는 자금세탁과 시장과열 우려 때문에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들이 이 사실도 모르고 코인을 기부 받았다면 자신들의 무지함을 부끄러워해야 마땅한데, 오히려 코인을 팔겠다고 법규 면제를 요청한 것이다.
2. 2022년 위메이드는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 서강대 등에 각각 10억원 상당의 위믹스를 발전기금 명목으로 기부했다. 그 뿐만 아니라 유니세프와 100년간 매년 100만달러, 총 1억달러(약 1300억원) 상당의 위믹스를 기부하는 장기 협약을 맺었으며(유니세프 기부 협약), 위믹스를 상금으로 지급하는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렇게 선심 쓰듯 코인을 뿌리며 코인을 남발하면서도 유통량을 축소 공시한 사실이 드러나 위믹스는 상장폐지되고(시총 3조5천억 위믹스 상장폐지), 장현국 대표는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위믹스 투자자 장현국 대표 고소).
3. 거액의 기부금을 준다고 아무 생각없이 덥석 코인을 받은 국내 대학들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기부금으로 받은 코인은 그 자체로는 아무 쓸모가 없으므로, 코인을 거래소에서 팔아야만 진짜 기부’금’이 된다. 인심은 회사가 쓰지만 기부금은 개인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위믹스 기부금에는 투자자들의 분노와 좌절이 고스란히 배여 있다는 사실을 서울대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최초로 비트코인을 기부금을 받았던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코인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기부금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그린피스 비트코인 기부금 수령 중단). 지각있는 단체라면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기부금을 가려 받는 게 마땅하다. 학교 기부금 방침을 점검하여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앞으로는 코인 기부금을 받지않는 것이 서울대가 취해야 할 태도일 것이다.
4. 코인 거래 법인계좌 허용은 현재 가상자산업계가 목을 매고 있는 사업이다. 법인들이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끌어올려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면 시들해진 코인 열풍을 되살리는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할 경우 “법인계좌 개설이 허용됐다”, “이제 가상자산의 선한 목적이 인정됐다”는 선전이 쏟아져나고 코인 사기가 더욱 극성을 부리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금융위는 업계와 대학이 유착하여 법인계좌 허용을 요구하는 것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 또한 여기에 협조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코인 기부금 실태를 점검하고, 앞으로 위믹스 사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기부금의 윤리적 기준 마련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