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면죄부 준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검찰총장이 고발요청권 행사해야
- 공정위, 박 회장 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에서 계열사 과징금만 부과
- 이 사건의 핵심인 박 회장에 대해서는 과징금도, 검찰 고발도 없어
-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4항은 “지시”와 “관여”모두 위법 규정해
- 검찰총장은 공정거래법 제71조 제3항에 규정된 고발요청권 행사해야
- 금융위원회는 미래에셋대우의 초대형 IB 관련 사업 인가에 신중해야
- 어제(5/27)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기업집단 「미래에셋」의 10개 계열사(행위주체 9개사, 행위객체 1개사)에 43.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https://bit.ly/2TKIDGl)하는 것으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정작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 회장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만을 내렸을 뿐, 공정거래법 제24조의2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과징금 부과나, 동법 제66조 제1항 제9의2호의 규정에 의한 검찰 고발을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박 회장이 일감몰아주기를 ‘지시’하지는 않고 ‘관여’하기만 했다는 점을 면죄부의 구실로 내세웠으나, 일감몰아주기 금지의 근거규정인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4항은 ‘지시’행위 뿐만 아니라 ‘관여’행위도 동일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번 공정위의 면죄부에 따라 박 회장은 자칫 형사처벌을 면제받고, 미래에셋 그룹은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 등에서 부당하게 유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경제민주주의21(대표: 김경율 회계사)은 ▲이번 공정위 제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근본이 대주주 일가의 일탈행위에 대한 규율이라는 점을 망각하여 ▲공정거래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박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결정이라고 규정하고, 이같은 공정위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정거래법 제7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고발요청권을 신속하게 행사하여 이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할 것과 ▲금융위원회는 미래에셋대우의 초대형 IB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 규정된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라는 해당 조문의 제목이 말해 주듯이 기업집단의 실질적 의사결정자가 계열사를 동원하여 부당하게 자신이나 그 일가 친족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방지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핵심 현안이었던 경제민주화 조치의 일환으로 박근혜 정부가 2013년에 신설한 것이다. 이 조항은 표면적으로는 계열사의 행위를 규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은 대주주의 일탈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계열사의 행위를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대주주이고, 계열사의 행위를 통해 대주주가 이익을 얻었다면 그 이면에는 계열사를 지배하는 대주주의 부정한 지시나 관여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대주주 일가가 부당한 이득을 얻음으로써 이 조항의 보호법익이 침해되었다면, 해당 위법행위의 표면적인 주체와 객체인 계열사를 처벌함에 그치지 않고, 뒤에서 이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조종한 대주주도 함께 처벌함이 마땅하다.
- 실제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4항은 특수관계인이 누구에게든지 이런 위법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24조는 만일 이런 위법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공정위가 “해당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고, 동법 제24조의2 제2항은 “해당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통상 시정조치나 과징금이 사업자 또는 회사를 상대로 부과되는 데 비해, 위 조항들이 특별히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를 시정조치나 과징금의 부과 대상으로 명시한 이유 역시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핵심이 단순히 표면적인 행위주체나 행위객체만을 규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주주의 일탈 유인을 규율하려는 데 있음을 잘 보여 준다. 그런데 공정위는 이번 일감몰아주기 사건에서 행위주체로 미래에셋 그룹의 11개 계열사, 행위객체로 1개 계열사, 관여자로 박현주 회장을 특정하고, 이들 모두에 대해 제24조에 의한 시정조치인 ‘시정명령’을 발동하였으나, 과징금의 경우에는 유독 박 회장만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금지, 시정조치 및 과징금 규정>
-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반할 경우 그에 대한 처벌은 단순히 시정조치를 명령받거나 행정벌인 과징금을 부과받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반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전체에서 가장 무거운 형벌인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위법행위(공정거래법 제66조 제1항 제9의2호)다. 따라서 공정위는 마땅히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11개 계열회사(제1항 위반)와 일감몰아주기에 “관여”한 박 회장(제4항 위반)을 검찰에 고발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공정위는 11개 계열회사도, 박 회장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잘못된 일이다.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
언론보도(https://bit.ly/3gwvD0L)에 따르면 공정위는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해야 고발하는데 이 사건에서 박 회장은 ‘지시’가 아닌 ‘관여’를 해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마치 공정거래법이 “지시”만을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거나, 또는 공정거래법이 일반적인 관여가 아니라 “중대하고 명백한 관여”만을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앞에서 인용한 법조문에서 명백하게 드러나 있듯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4항은 “지시”와 “관여”를 동등한 지위로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법규정에 근거할 때 마치 “지시”는 위법성이 중대한 것이지만, “관여”는 위법성의 정도가 사소해서 고발을 면제할 정도라는 식의 공정위 주장은 공정거래법을 임의로 왜곡한 것에 불과하다.
- 이제 공정위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책무는 오직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달려 있다. 공정거래법 제71조 제3항은 검찰총장이 공정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벌칙 조항이 적용되는 위법행위자를 고발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조항>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9.7.25. 제43대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라면서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https://bit.ly/2X8TJqL)했다. 이제 윤 총장은 본인이 취임사에서 했던 발언을 행동으로 입증할 때가 되었다. 경제민주주의21은 향후 검찰의 대응을 주시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