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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04호]200313_이재용 부회장, 입에 발린 사과로 실형 면할 수 없어

2020년 03월 13일

이재용 부회장, 입에 발린 사과로 실형 면할 수 없어

  • 입바른 사과와 약간의 사재 출연으로 실형 회피 꼼수, 이번에는 안돼

  •  과거 약속의 이행과 원상 회복이 사과에 선행해야

  •  삼성준법감시위, 성급하게 의견 내기에 앞서 자신들의 운영자금 출처와 사용내역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1. 최근(3/11)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감시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거 경영권 불법 승계 및 노동조합 탄압에 대해 “반성과 사과” 및 “재발 방지” 등을 국민에게 공표할 것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http://bit.ly/2w4aeJF) 그러나 과거 재벌총수들은 실형의 위험에 처할 때마다 입바른 대국민 사과와 약간의 사재 출연을 통해 실형을 회피해왔고, 특히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우 조준웅 삼성 특검 수사 당시 약속한 차명재산의 사회 환원 약속을 아직까지도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상기할 때, 약속의 이행과 왜곡된 현실의 시정을 수반하지 않는 “반성과 사과”는 진정성을 상실한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닐 수 없다.

 

경제민주주의21(대표: 김경율)은 이재용 부회장이 입에 발린 사과를 통해 임박한 실형을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되며, 반성과 사과 이전에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의 사회 환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에 따른 이득의 반환, ▲삼성생명공익재단 재산을 통해 확보한 계열사 주식의 매각 및 출연 재산의 공익목적 사용 등 실질적인 해결책을 공표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감시위는 실효성 없는 해결책 제시를 통해 이 부회장의 실정법상 책임을 어물쩡 넘어가려는 헛된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감시위의 운영자금 출처와 사용내역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1. 삼성 총수들이 입에 발린 사과로 엄정한 법의 심판을 회피했던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대선자금 제공 의혹이 담겼던 ‘안기부 X파일’사건이 한창이던 2005.9.4. 돌연 미국으로 출국한 뒤 5개월만인 2006.2.4. 휠체어를 타고 귀국하면서 “작년 1년 동안 소란을 피워 죄송하게 생각하며 책임은 전적으로 나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2006.2.7.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은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http://bit.ly/38J1eqJ)을 통해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안기부‘X파일’ 파문 등에 따른 물의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 8천억원을 조건 없이사회에 환원하고, ▲삼성 구조조정본부 축소 및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및 삼성SDS BW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취하, ▲옴부즈만 성격의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운영, ▲사회공헌 확대 등 발표했다. 입에 발린 사과, 약간의 사재 출연, 그리고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운영과 같은 소통 제스처 등 전형적인 특색을 모두 구비한 이벤트였다. 그 대가는 안기부 X파일 관련 이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제외였다.

 

  1. 이건희 회장의 면피성 사과와 실형 회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조준웅 삼성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인 2008.4.22. 자신의 경영일선 후퇴가 포함된이건희 회장 대국민 사과문 및 삼성쇄신안(http://bit.ly/2II1XOj)을 발표하면서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진심으로 사과 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다시 한번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한 삼성 쇄신안을 통해 ▲홍라희 라움미술관장직 사임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CCO(최고고객책임자) 직 사임, ▲이학수 부회장 및 김인주 사장 사임,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약속했다. 그리고 문제가 된 차명계좌 처리와 관련해서는 “차명계좌 처리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으로 이번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하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 보자고 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이러한 회장의 취지에 맞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습니다.”라고 하여 다시 한번 전가의 보도인 사회공헌 약속을 하였다. 2년 전의 이벤트와 비교해 볼 때 대국민 사과, 약간의 사재 출연은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 갔고, 다만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과 같은 소통 제스처만 빠졌을 뿐이다.

 

  1. 그러나 이런 반성과 사과는 한번도 진정성을 띄지 못했고,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은 번복되기 일쑤였다. 2006년 축소하기로 약속한 구조조정본부는 전략기획실로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은 초기 몇 번 모임을 가진 이후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008년 삼성 쇄신안의 약속 이행은 더 가관이었다. 경영일선에서 후퇴한다던 이건희 회장은 경영위기를 이유로 곧 복귀하였다. 이재용 전무는 부회장으로 승진하여 불법적 승계 작업을 벌이다 국정농단의 한 축이 되어 지금 재판중이다. 전략기획실은 미래전략실로 부활하여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 인멸 등 불법을 주도했다. 차명재산의 실명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금융계좌에서 인출되었다. 이에 대한 과세는 2018년 들어서야 이루어졌다. 차명재산 중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겠다고 호언했지만 차명재산 4조5천억원의 대부분은 아직도 이건희 회장의 재산으로 남아 있다.

 

  1. 이재용 부회장 역시 거짓말의 대열에서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한 약속을 꿀꺽한 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발표하기 직전인 2015.5.15. 위 두 재단의 이사장직에 취임했다. 이와 관련하여 이 두 재단을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삼성은 “경영권 행사를 위해 이들 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거나 상속 관련 절세를 위해 이 회장 보유 주식을 재단에 추가 출연할 계획도 없다”고 못박았다.(http://bit.ly/2U4bS66)
    그러나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라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2016.2. 삼성SDI는 보유중인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했다. 그런데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약 3천억원을 들여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를 사들인 것이다.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취득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은 이렇게 물거품이 되었다.(http://bit.ly/2U2RDFV)더욱 놀라운 점은 삼성은 이미 2012년에 그룹 지배구조 개선방안 검토라는 문건에서 공익재단이 보유한 삼성생명주식의 처분대금을 “법인세 부담 없이 전액 물산 지분 매입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등, “다소 사회적 논란이 있더라도”공익재단을 경영권 보호와 세부담 회피에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 했었다는 점이다. (http://bit.ly/3cO9TLM) 결국 이 부회장은 이런 검토를 모른 척하면서 시치미를 잡아 뗀 것이다. 더구나 이 돈은 이종기 삼성화재 회장이 유증 형태로 삼성생명공익재단에 기부한 삼성생명주식 매각대금의 일부였다. 공익재단은 출연재산의 매각대금을 공익목적 사업에 사용해야 하는데 총수의 경영권 보호에 이를 사용한 것이었다.

 

  1. 이상의 역사적 경험이 웅변으로 보여주는 것은 삼성가 총수의 약속은 절대로 믿을 것이 못된다는 점이다. 신선해 보이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라는 모임조차 과거에 급조되었다 결국 흐지부지된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삼성에 의해 유지되는 모임은 그것의 명칭이 무엇이건 삼성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제민주주의21은 이 부회장이 섣부른 반성과 사과 이전에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의 사회 환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에 따른 이득의 반환, ▲삼성생명공익재단 재산을 통해 확보한 삼성물산 주식의 매각 및 출연 재산의 공익목적 사용 등 실질적인 해결책을 공표할 것과 감시위의 운영자금 출처와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끝.

 

첨부 : ED200313_논평04호_이재용은 사과대신 약속이행과 원상회복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