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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native Issue Paper, No.23]도시개발의 공적 성격과 민관 공동 개발사업의 제도적 문제점: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이 남긴 숙제 / 조혜경

2022년 05월 19일

도시개발의 공적 성격과
민관 공동 개발사업의 제도적 문제점: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이 남긴 숙제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
chohk02@gmail.com

 

요약

부동산개발업자와 공직자·정치권의 유착과 야합이 만들어내는 토건 비리는 개발사업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며 시대와 정권을 초월한다. 개발사업 인허가권을 가지고 사업의 내용과 방향을 좌우하는 공공부문의 의사결정에 민간개발업자들의 성패와 명운이 갈리고 이러한 정치적 리스크 뇌물로 해결하는 관행이 고착된 탓이다. 이 글은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이슈화된 대장동 사태로 드러난 민관 공동 개발사업의 실태와 제도적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공익과 사익 간 이익 비대칭이 어떻게 제도화되어왔는지를 밝힌다. 2000년 이래 민간 주도 도시개발사업이 확산하면서 국토개발 관련 모든 정책과 제도는 개발사업의 공적 성격을 후퇴시키고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수단으로 변질하였다. 민관 유착 토건 비리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온 공공부문의 재량권과 민·관의 자율적 협상에 의존하는 기부채납 공공기여, 민간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의제화, 도시개발법의 토지수용 특례, 민·관 공동 출자법인 규제 공백 등 도시개발사업의 공적 성격 보호에 역행하는 수많은 제도적 허점이 의도적으로 방치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토지공개념에 입각하여 개발이익의 사적 전유를 제한하고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된 개발부담금제도를 수익자부담원칙에 입각하여 공공과 민간의 협상과 합의로 결정하는 기부채납 공공기여로 흡수통합하는 방향으로 개악이 이루어지고 있어 개발이익의 일부를 공공이 환수할 수 있는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제도적 수단인 개발이익환수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발사업은 개발이익 극대화가 곧 공익이라는 등식이 지배한다. 민관 공동개발은 공공개발에 민간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민간개발에 공공부문이 참여하는 형태이며, 공공부문이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 극대화에 동참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겨가는 이권 거래를 구조화한 것이다. 여기서 대선정국을 뒤흔들었던 대장동 사태가 통상적인 개발사업 비리와 다른 특이점이 있었다면 지자체장 선거공약 실행이라는 정치적 목적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를 민간사업자의 폭리와 맞교환했다는 것에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라는 정치적 치적과 민간사업자의 폭리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대장동 사태의 재발을 막는 것은 도시개발사업의 공적 성격을 회복하는 것이다. 먼저 지자체장의 재량권 남용을 막고 기부채납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부채납 및 공공기여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재량적 공공기여에 희생된 개발이익환수제도를 본래 취지에 맞게 복원하고 정상화해야 한다.

 

들어가며

20대 대통령선거 정국의 최대 논란거리 중의 하나였던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토건 비리의 연장선에 있다. 부동산개발업자와 공직자·정치권의 유착과 야합이 만들어내는 토건 비리는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마다 어김없이 등장한다. 개발사업에 필수적인 각종 인허가 관련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정치적 리스크를 뇌물로 해결하는 관행이 고착된 탓이다.1 그로 인해 정치권이 연루된 토건 비리가 사업 중단의 주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으며, 부산 해운대 엘시티 논란처럼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그 파장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인허가 관련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불법적 해법이 만연하고 그것이 사업 실패의 정치적 리스크를 높이는 역설을 낳고 있는 것이다.

도시개발법, 지자체 토건 비리의 길을 열다

현재 지자체 주도로 진행되는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의 대부분은 2000년 제정된 도시개발법에 따른 것이다. 제정 당시 도시개발법은 도시개발구역 지정권자를 광역자치단체장으로 한정하고 100만㎡ 이상 규모의 개발사업의 경우는 국토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2008년 도시개발사업 지정권자에 대도시 시장이 포함(2008.03.28. 도시개발법 일부 개정)되고, 2009년 국토부 장관 승인 요건을 폐기(2009.12.29. 도시개발법 일부 개정)함에 따라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는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본문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도시개발법 덕분에 재정이 열악한 기초지자체도 대규모 개발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기초지자체 주도 도시개발사업의 허용은 지방분권의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도시개발 경험과 전문성 부재, 무엇보다도 재정적 제약으로 인해 공공부문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그로 인해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험을 축적한 서울, 부산 등 소수 광역지자체를 제외하면 민간사업자 참여 없는 공공 도시개발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 추진 시 민간사업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여건에서 기초지자체의 독자적·자율적 개발 권한 행사는 도시개발사업에 꼬리표처럼 달린 토건 비리가 기초지자체 단위로 확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기초지자체 도시개발사업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아 국내 토건 비리에서 기초지자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현재 도시개발사업 관련 허술한 제도와 운영시스템을 그대로 방치되는 한 앞으로 대장동 개발 사태에서 드러난 민관 유착 토건 비리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초지자체 주도 개발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직접적 개입이 차단됨에 따라 외부 감시와 견제는 전적으로 시의회의 몫이다. 그러나 대장동 사태처럼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조직적인 부패와 비리에 이용될 경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이 제기된 이후 유사 사례가 속속 드러나며 대장동 개발사업이 일회적이거나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2

토건 비리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중앙정부 권력이 보수이든 진보이든 상관없이 지자체는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골고루 포진해있기 때문에 지자체 행정과 시의회 등 정치권과 부동산개발업자의 유착관계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민관 유착 토건 비리를 둘러싸고 여야를 구분하여 서로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민간사업자에 의존하는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관 유착 토건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전체 기획을 담당하는 공공부문의 의사결정에 민간개발업자들의 성패와 명운이 갈리기 때문이다.

이 글은 도시개발사업 제도적 문제점의 관점에서 대장동 사태를 살펴보고 대장동 사태로 드러난 민관 공동 개발사업의 실태와 제도적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먼저 도시개발사업의 성격과 민간·공공·민관 공동 개발사업의 개념을 명확히 한 다음, 도시개발사업의 공적 성격을 후퇴시키고 민간사업자의 이익 보장에 초점을 맞춘 도시개발법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공익과 사익 간 이익 비대칭이 어떻게 제도화되어왔는지를 밝힌다. 2000년 이래 공익보다 민간자본 수익 보장을 우선시하는 국토개발 정책과 법제도가 우리사회에 고착된 것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보수정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당시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한 파격적인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토건 세력의 비호는 보수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수정당과 진보정당 간 정치적 합의의 산물이었다. 대장동 사태 이후 여·야 정치권이 뒤늦게 개발사업의 공공성 보호 강화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서 공공성이 의미하는 것은 개발수익 배분에서 공공의 몫을 더 늘리자는 것이다. 공공과 민간 이익 배분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토건 비리 근절 대책이 될 수는 없다. 토건 비리의 구조적 원인인 개발수익 극대화를 위한 공공과 민간의 불법적인 이권 거래를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여·야 모두 토건 비리를 근절할 의지도,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장려하여 망국적인 부동산공화국을 영구화하는 현행 국토개발 정책과 법제도를 개혁하는 일은 요원하다.

도시개발사업의 공적 성격

성남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은 민관 공동 출자법인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민관 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먼저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전제가 있다.3 어떤 사업방식을 채택하든 도시개발사업은 공공사업이며 법적으로도 “공익사업”에 해당한다. 그에 따라 공공이 참여하지 않는 순수 민간개발 방식이든 공공과 민간이 공동 출자법인을 설립하여 사업을 시행하는 민관 공동개발 방식이든 사업시행자의 주체와 구체적 사업방식과 상관없이 도시개발사업은 공익사업이며 공공부문이 주도한다. 주택공급을 공공복리를 위한 공익사업으로 분류하여 토지수용의 재산권 박탈을 정당화하고 합법적인 재산적 제한을 허용하는 것은 도시개발사업의 공적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더 나아가 공익사업의 법적 지위는 개발이익 환수라는 또 다른 재산권 제한의 근거가 된다. 1989년 제정(1990년 1월 시행)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약칭 개발이익환수법)의 개발부담금제도가 그것이다.4 개발이익환수법은 토지공개념의 일환5으로 지가상승에 따른 개발이익 사유화를 제한하고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개발이익환수법 제5조제4호에 따라 도시개발사업은 개발부담금 부과 대상이며 도시개발사업을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경우 개발이익환수법 제13조에 따라 개발이익의 20%를 해당하는 개발부담금을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도시개발사업 공적 성격의 또 다른 측면은 공공이 개발사업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시개발사업은 개발구역 지정에서부터 출발하는데 개발지역 지정은 공공의 고유 권한이다(도시개발법 제3조). 지자체가 자신의 책임하에 대상 구역을 지정하고 개발계획을 수립한 다음, 사업시행자 선정에서 시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 감독한다. 그런데 시행단계에서 공공이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지자체의 사업 시행 역량 부족과 자금 조달 능력의 한계 때문에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지자체장은 사업 시행을 전적으로 민간에게 맡겨 순수 민간개발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그 조건이 매우 엄격하다. 먼저 민간사업자는 대상 구역 민간 보유 토지면적의 2/3 이상을 소유해야 하고, 토지소유주 총수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개발사업에는 분양주택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유치원, 학교, 공원, 주차장, 수도, 전기, 도로, 교통 등 필수 생활시설과 사회간접기반시설 건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지자체에 요구에 따라 민간사업자는 이러한 필수 기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도시기반시설 중 필수 기반시설은 법적 의무 사항으로 민간사업자가 건설해서 공공부문에 무상으로 기부채납을 한다. 이러한 민간개발의 법적 요건과 기부채납 규정이 모두 도시개발의 공적 성격을 반영한다.

개발이익 환수와 기부채납의 차이 및 제도적 허점

도시개발사업의 공공성과 연관하여 개발이익 환수와 기부채납의 차이를 살펴본다. 기부채납은 공공부문이 민간사업자에게 개발사업의 인・허가, 용적률 또는 건폐율 완화, 토지형질 변경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민간사업자가 공공재 시설을 건설하여 개발사업 인허가권자인 공공부문에 무상 증여하는 것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개발 인센티브와 연계한 대가성 증여계약에 해당한다.6 공공재나 기반시설 공급은 원래 공공부문의 사업이지만, 지자체 직접 공급 시 재정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도시개발에서 기부채납제도는 통상적으로 공공재원을 투입하지 않고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가성 증여계약으로서 기부채납은 앞서 언급한 개발이익 환수와는 명확히 구별될 필요가 있다. 기부채납은 도시개발사업 공적 성격을 반영하여 민간사업자의 “공공기여”를 제도화한 것으로 각종 개발인허가권과 공공시설 공급을 놓고 계약당사자인 공공과 민간이 서로 이권을 맞교환하는 것이다. 민간사업자는 도시개발 사업권을 획득하고 통상적으로 현물 형태로 대가를 지급한다. 문제는 기부채납의 법률적 정의가 없고 규율체계도 미비하다는 사실이다. 민·관 이권 갈등과 법적 분쟁, 특혜와 뇌물 비리 등 각종 부작용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개발부담금은 지가상승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의 사적 전유를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토지공개념의 실현 수단이다. 개발사업권의 대가인 기부채납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계약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기부채납과 달리 개발이익환수법이라는 근거 법령이 존재하여 납부 대상과 범위와 기준 등이 명확하게 법에 명시되어 있다. 개발부담금은 지역발전특별회계와 개발이익이 발생한 지자체에 각각 50%씩 배분된다. 개발이익의 사적 전유를 제한하는 차원을 넘어 개발지역에만 개발이익이 귀속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토지공개념과 개발사업의 공공성을 대변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의 개발이익환수를 대가성 계약인 기부채납으로 대체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개발부담금 대신 기부채납이 개발이익 환수 수단처럼 활용되고 있다. 최근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특혜의혹에 대한 반론은 기부채납을 개발이익의 공익 환수라고 주장한다. 외형상 사유재산 무상 증여의 한 측면만을 부각하고 수익자 부담원칙에 입각한 대가성 계약으로서의 거래 관계인 기부채납의 본질을 감추고 있다. 국토연구원(2016; 12)에 따르면 기부채납의 경우 그 대상이 현물이든 현금이든 개발이익이 현지에 남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라고 볼 수 없다. 이렇듯 기부채납제도와 개발부담금제도의 전혀 다른 목적과 용도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제도가 모두 개발이익 환수로 포장될 수 있는 것은 개발이익환수법을 개정하여 기부채납액을 개발비용에 포함하여 개발부담금 부과기준 산정 시 공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개발이익환수법 제11조제1항제2호). 그 결과 법적인 기준이 불명확한 기부채납이 개발부담금제도의 대체물로 이용하는 관행이 자리 잡게 된다. 기부채납의 대상은 원래 생활 필수재와 공공재적 성격의 기반시설 등 현물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들어 기부채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유형도 다양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토지나 공공시설로 한정되지 않고, 공공주택을 기부채납으로 환수하기도 하고 현물이 아닌 현금기부채납(2016년 도시정비법 개정안)도 허용된다. 이로써 개발부담금과 기부채납의 차이가 점차 소멸하고 전자가 후자에 흡수·통합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개발부담금 부담률이 법 제정 당시 개발이익의 50%에서 1998년 25%, 2014년에는 20%로 대폭 낮아졌으며, 경기침체기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발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면제 또는 감면하고 있어(국토연구원 2016) 개발이익 환수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7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개발부담금 한시적 감면 조치는 2015년 8월 개정안에 제7조의2(개발부담금 감면에 관한 임시 특례) 조항을 신설한 것이었으며8 그에 따라 대장동 개발사업도 개발부담금 50% 경감 혜택을 받았다.

기부채납 법적 근거도 모호하고, 기준, 원칙도 없다

개발이익 환수제도의 대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행 기부채납제도의 실태와 문제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대가성 증여계약으로서 기부채납은 공공과 민간사업자의 상호 동의와 합의에 기초하며 민간개발 추진 시 양측의 개발사업 협약 과정에서 기부채납의 세부 내용이 결정된다. 기부채납이 민간개발에서 공익 보호 및 개발이익 환수의 대표적 제도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채납의 운영에 관한 기준과 법적 근거는 모호하다. 개발이익의 범위와 산정 기준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존재하는 개발부담금제도와는 달리 기부채납에 대한 통일된 법률적 정의나 각각의 법령을 관통하는 일관된 원칙이 없으며, 관련 규정은 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약칭 공유재산법), 주택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약칭 도시정비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약칭 국토계획법) 등에 산재해 있다. 명시적으로 기부채납 용어가 등장하는 주택법, 국유재산법, 공유재산법, 도시정비법에는 기부채납에 대한 정의가 없고, 국토계획법에는 기부채납 용어가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도시계획 변경으로 용도지역이 변경되거나 시설 결정으로 인한 행위제한이 완화되는 경우 해당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공공시설등의 부지를 제공하거나 공공시설등을 설치하여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여 용적률 또는 건축 제한의 완화가 가능하게 계획”하도록 하는 조항이 유일한 기부채납의 법률적 근거이며 이를 “공공기여”로 지칭하고 있다.9 기부채납 또는 공공기여 대상 사업과 운영 기준은 개별 법령마다 차이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명시적으로 기부채납 조항이 포함된 법률에서도 기부채납 의무 규정만 존재할 뿐 기부채납의 법률적 요건과 적정 수준에 관한 규정이 없다. 그로 인해 기부채납 대상 사업과 적용 수준이 지자체장의 재량적 결정에 좌우되어 공공부문이 개발사업과 무관한 시설의 설치나 개발이익 대부분을 요구하여 민간사업자와 이권 갈등과 법정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지목되고 있다(김상태 2011).

기부채납 범위를 둘러싼 민·관 이권 갈등은 사업의 지연 또는 무산으로 이어져 민간사업자의 재무적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민간사업자가 사업권 획득을 위해 지자체장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그 비용을 전액 분양 원가에 반영하여 분양 원가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김예성 2019). 그뿐만 아니라 지자체장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기부채납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유사한 규모의 개발사업에 대해 기부채납 부담 정도가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여 특혜 시비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전경련 2011). 지자체장의 자의적 재량권 남용 위험에 노출된 기부채납제도가 민·관 이권 갈등과 법적 분쟁, 민·관 야합에 의한 토건 비리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개발 사업권 및 수익권과 기부채납 범위를 놓고 이루어지는 민·관 이익의 조정과 배분이 전적으로 거래당사자 간 재량적 협상으로 결정되는 탓에 한편에서는 민간사업자와 공공부문의 야합에 의한 이권 거래, 다른 한편에서는 양자 간 이권 갈등이라는 상반된 위험요인이 현행 기부채납제도에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대장동 사태는 이 중 첫 번째 사례에 해당한다. 야합에 의한 이권 거래라는 것은 민간사업자에 대한 이익 몰아주기 특혜 주장과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주장이 상호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을 뜻한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익 환수”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가 무상 증여받은 기부채납을 개발사업 인허가권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라고 선전해왔다. 앞서 언급한 도시개발사업 인센티브와 연계된 기부채납제도의 문제점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오히려 기부채납 대상 사업과 수준 양 측면에서 적정성 논란의 소지가 크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5503억원 일명 “공익 환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신흥동 제1공단 사업비다. 공원 조성비 2561억원과 공원 지하 주차장 건립비 200억원을 합해 총 2761억원으로 공익 환수 총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택지개발 예상이익 3600억원 중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출자한 50% 지분에 대한 1822억 배당이익과 북측터널·대장IC 확장·배수지 건설 비용 920억원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1822억원 배당이익은 성남도개공의 50% 지분투자에 대한 대가이며 나머지 920억원은 개발구역 외부 교통 기반시설 기부채납에 해당한다. 여기서 도시개발사업의 통상적인 기부채납 범위를 넘어선 특이점이 발견된다. 대장동 개발구역 외부에 있는 제1공단 공원화 사업비와 교통 인프라 건설 비용을 민간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한 것이 그것이다. 1822억원 현금배당은 출자지분율에 비례하여 성남도개공에 귀속되는 택지 개발이익이라 공익 환수라 볼 수 없는 투자수익이며, 나머지 두 개 사업은 민간사업자 사업권의 대가로 성남시가 요구한 재량적 기부채납에 해당한다. 출자지분 비례한 개발이익 1822억원을 제외하면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공기여는 총 3681억원으로 볼 수 있다. 공공기여 3681억원의 75%를 차지하는 1공단 공원화 사업(공원 조성비와 지하 주차장 건립 비용 합계)은 민간사업자 공모에 명시된 사업권 획득의 조건이었다. 성남시는 이상엽 시장 시절 무산된 대장동 개발을 재추진하면서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 당시 선거공약이었던 제1공단의 공원화 사업과 개발을 결합하는 개발계획을 수립하였다.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공원화 사업의 예상 비용(2761억원)을 대장동 분양 주택단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충당하려는 구상이었다.

이 지점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공기여 세부 내용은 민관 협상을 통한 합의를 전제로 하는 통상적인 대가성 기부채납과는 다른 특이점이 발견된다. 먼저, 전혀 다른 성격의 개발사업을 결합했다는 점, 즉 대규모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설 대장동의 인접 지역이 아니고, 내용으로도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개발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공원 조성사업을 대장동 개발사업권 획득의 조건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신흥동 제1공단 공원화 결합 개발에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약속한 선거공약 실행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었다. 2010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신흥동 제1공단 부지에 예정되었던 민간 도시개발사업 관련 인허가를 모두 중단하여 개발사업을 무산시키고 공원화 공약사업으로 대체한 후 대장동 개발과 결합개발을 결정하였다. 이에 제1공단 아파트 개발사업 민간사업자가 사업 취소 결정에 불복하여 성남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시작하여 결합개발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성남시는 2016년 2월 제1공단 공원화 사업과 대장동 개발사업을 분리하기로 사업방식을 변경하였다. 분리 개발 결정에도 신흥동 공원화 사업은 성남의뜰에 맡겨졌으며, 성남시는 대장동 민간분양택지 용적률을 일괄 상향 조정하고 화천대유와 주택시공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혜택을 제공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협약서에 따르면 택지조성 개발이익 중 성남도개공의 지분율에 비례하는 1822억원을 환수하는 방안으로 공공임대주택 용지 무상 증여 또는 현금 지급의 두 가지 중 하나를 성남시가 선택할 수 있었는데, 2017년 이재명 성남시장은 개발이익 활용 방안 결정 시 현금 지급을 선택하였다. 개발이익을 환수하여 성남시 가구당 50∼60만원 정도의 시민배당을 지급한다는 계획이 그러한 결정의 배경으로 보인다.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것보다 선거공약이었던 시민배당 재원 확보가 중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시민배당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고,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성남시는 1822억원의 절반인 942억원을 성남시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사용했다.10 통상적인 기부채납 관행과는 달리 정치적 공약 실행을 우선한 접근이 현재 각종 특혜 의혹과 논란을 몰고 온 원인이 되었다.

지자체장의 재량권을 이용해 대장동 개발사업과 무관한 공약사업 실행을 인허가 조건으로 요구한 것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기부채납 대상 사업의 적절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공원화 사업비(2761억원)가 전체 예상 사업비 1조5천억원의 18.4%, 예상 택지개발 이익(3600억원)의 76.7%에 이르고, 그중 민간사업자 이익의 몫(1718억원)을 훨씬 초과한다는 점에서 기부채납 규모의 적정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 민간사업자 몫의 개발이익보다 1000억원 이상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가 사업권 전제조건이었던 만큼 그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대가를 보장해야만 개발사업 협약이 성사되었을 것이다. 개발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를 포기하고, 공사단계에 진입한 이후에도 사업계획을 수시로 변경하여 화천대유 택지 분양 수의계약 체결 및 용적률 상향 조정, 국민임대주택 일반 분양 변경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여 민간사업자의 수익 극대화를 지원했던 이유가 비정상적인 기부채납 요구에 대한 대가였다고 볼 수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무관한 공약사업 실행을 위해 통상적인 기부채납 부담률보다 높은 수준의 무상 증여 의무를 부과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국민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축소하면서까지 개발이익 보장을 위해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이권 거래였다는 것은 배임 의혹과 더불어 기부채납과 개발인허가권을 맞교환하는 도시개발사업 방식이 갖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성남시와 화천대유 간 이권 거래 야합에도 불구하고 대장동 개발사업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신흥동 도시개발 민간사업자가 성남시를 상대로 재량권 남용 혐의의 행정소송을 벌였으며,11 사업 무산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민사소송12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성남도개공이 최대주주인 성남의뜰도 2021년 2월 성남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한강유역환경청의 요청에 따라 성남시가 대장지구 북측 송전선 지중화 계획 이행 명령을 내리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성남의뜰이 성남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13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피해를 본 시행사와 수혜를 입은 시행사가 모두 개발 인허가권자인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장동식 민관 공동개발의 법적 성격은 민간개발

대선 과정 중 이재명 후보측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공영개발이라고 주장한다. 대장동 특혜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궁지에 몰리자 공영개발이라고 항변하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여 고의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민관 공동 출자법인이 사업 시행을 맡는 방식의 공동개발이었다. 하나은행이 대표주관사로 참여한 성남의뜰 콘소시엄이 “공공개발이익 공공 환원제’를 내세워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사업자가 특수목적법인(SPC)을 공동 설립해 개발하는 방식을 제안하였고, 민간사업자 공모 심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민간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그에 따라 성남도개공와 하나은행 콘소시엄이 사업협약서를 체결하고 성남의뜰을 설립하고 민간사업자 컨소시엄에 참여한 화천대유를 자산관리회사로 지정하였다. 그렇다면 민관 공공 출자법인이 사업시행자인 개발사업은 공공개발인가 아니면 민간개발인가, 민관 공동 개발에서는 누가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갖는가, 즉 민관 공동 개발사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제기된다. 대장동 개발사업처럼(대장동이 위치한 성남뿐만 아니라 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한 다른 경기도 지자체들의 개발사업도 모두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공공부문과 민간사업자가 공동으로 출자해서 법인을 설립하여 사업을 시행하는 민관 공동개발은 법적으로 민간개발이다(최정희 2011). 공공부문에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민간부문에서는 화천대유와 금융기관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설립한 성남의뜰은 도시개발법상 민간사업자에 해당한다. 성남도개공이 성남의뜰에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민간사업자라는 법적 지위가 달라지지 않는다. 법적으로 민간개발이기 때문에 공공 개발사업의 분양가상한제와 임대주택용지 25% 공급 의무가 적용되지 않고 도시개발법의 민간개발 규정이 적용된다.

민간개발과 공공개발이 어떻게 구분되지는 살펴보자.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은 누가 개발지역의 토지를 확보하여 택지를 공급하느냐에 따른 구분이다. 도시개발사업에서 가장 큰 난관이자 최대 위험요인이 바로 지주작업(개발 대상 지역의 토지소유주로부터 토지를 매입하여 부지를 확보하는 작업)이다. 공공개발은 공공부문이 지주작업을 수행하여 택지를 공급하는 것이고, 택지조성에 소용되는 비용도 공공부문이 조달한다. 공공개발이라고 해서 공공이 주택건설과 분양까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이 택지를 조성하거나 공공부지(정부·공공기관·지자체 소유 용지)를 활용한 개발사업도 건설단계에서는 민간사업자에게 시행을 맡겨 민간 분양을 하는데 이 경우 분양가상한제와 임대주택 공급 의무비율이 적용된다. 반면 민간개발은 민간사업자가 택지조성사업을 맡는다. 택지공급을 위한 지주작업에서부터 이후 건설, 분양까지 전 과정을 민간사업자가 수행한다. 이 경우 재정이나 공적 자금 지원 없이 순수 민간자본으로 사업비를 조달해야 하므로 개발사업의 위험과 수익은 전적으로 민간사업자의 몫이다. 즉 택지공급 주체가 누구이며 그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을 구분하는 기준선이다.

민관 공동 출자법인은 법률적 사각지대

민관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설립한 성남의뜰이 주관하는 대장동 개발사업은 민간개발에 해당하기 때문에 100% 민간자본으로 사업비를 조달했다. 성남시를 대신하여 성남도개공이 민간사업자인 성남의뜰에 지분을 투자하여 민간개발에 참여하는 것이며, 성남도개공은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며 출자지분에 비례하는 배당이익을 얻는다. 다시 말해, 공공개발에 민간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민간개발에 공공부문이 참여하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는 성남도개공이 25억5천만원을 투자하여 50%+1주를 확보한 최대주주이며, 성남도개공의 지분이 의결권을 가진 우선주이므로 최대주주로서 성남의뜰 운영에 가장 큰 발언권을 갖는다. 성남시는 민간사업자의 최대주주인 성남도개공을 통해 출자자로서 개발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개발사업 지정권자이자 인허가권자로서 민간사업자 선정에서부터 사업계획 세부 내용 확정과 변경 등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공공과 민간사업자가 공동으로 출자하여 설립한 사업시행사인 성남의뜰의 법적 형태는 법인세법상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는 특별한 인가 절차 없이 상법상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법인세법의 관련 조항이 정한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세제상의 혜택을 받는다. 법인세법상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는 본점 외의 영업소를 설치할 수 없고 직원과 상근하는 임원을 둘 수 없는 명목상의 회사(법인세법 제51조의2 제1항 제9호)이기 때문에 성남의뜰은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고 성남의뜰로부터 자산관리와 운용을 위탁받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질적 운영 주체다. 자산관리회사가 실질적인 운영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법은 PFV에 출자한 법인이거나 출자한 자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설립한 법인이어야 한다는 설립 요건(법인세법 시행령 제86조의2 제5항 제2호) 이외에 회사 운영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며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와 자산관리회사 간 법률관계도 불명확하다. 민관 공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관련 규정은 실체가 없는 명목상 투자회사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 목적으로 도입한 법인세법의 조세특례 조항 하나가 전부다. 민관 공동 도시개발사업의 민간시행사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의 설립과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오문성 외 2013)이 부재하고, 개발사업의 이해관계자 간 책임과 권한도 법률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민관 공동 출자법인에 대한 규율체계 부재는 지자체장의 재량권에 대한 통제 장치 부재와 맞물려 불법적인 민·관 야합과 토건 비리의 그림자가 도시개발사업의 동반자처럼 따라다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도시개발법 제정 목적 및 변천사

여기서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법률적 근거인 도시개발법을 간단히 살펴본다. 도시개발법은 원래 있던 도시계획법과 토지구획정리사업법 두 개의 법률을 통합·보완하여 2000년 1월 신규 제정된 것으로 도시개발에 관한 일반법으로 볼 수 있다. 당시 법 제정 목적을 보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도시개발과 민간 참여를 통한 다양한 도시개발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법 제정 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방점은 “민간 참여”에 있다. 그동안 공공부문이 전담했던 도시개발에 민간의 참여를 허용하고 민간에 의한 도시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2000년 초 법 제정 이후 2008년 3월 전부개정을 포함해 수차례에 걸쳐 법안이 개정되었다. 도시개발법 변천사를 보면 민간개발과 민간사업자에 유리한 규제 완화의 일관된 방향이 발견된다. 용지확보의 어려움, 과도한 기반시설 부담, 복잡하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인허가 절차 등 민간개발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것이 법 개정의 주요 과제였다.14 법 제정 목적이 민간개발 활성화였으니 그 목적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집권 당시 국민임대주택 건설등에 관한 특별조치법(2003년 12월 제정,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국가균형발전법(2004년 4월 제정), 기업도시개발 특별법(2005년 5월 제정),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혁신도시법, 2007년 2월 제정).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약칭 경제자유구역법, 2003년 7월 제정) 등 택지조성의 특례를 보장하는 도시개발사업과 유관한 각종 특별법이 제정된 것(국토연구원 2005-12)이 도시개발법의 규제 완화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

민간개발자에게 유리한 법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먼저 2000년 제정법을 보면 민관 공동 개발사업 참여 자격의 범주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공공부문에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또는 정부투자기관만 허용하고 지방공기업법에 의하여 설립된 지방공사(대장동 사업의 경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제외하였으며, 민간사업자는 건설업체만 참여를 허용했다. 또한, 민관 공동 출자 법인 설립 시 공공부문의 최소 출자 비중 50% 규정을 두었다. 그런데 2002년 12월 개정안은 민관 공동개발 참여 기관 제한 조항 자체를 아예 삭제함으로써 민관 공동 개발사업은 아무런 규정이 없는 무주공산이 된다. 그 외에도 원래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필수였으나 공청회 없이 공람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민간개발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꼽히는 일명 “알박기”나 세입자들의 저항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강제 철거를 허용했다. 토지수용위원회의 보상금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소유주가 보상금을 거부하고 버티는 경우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하게 한 다음 민간시행자가 강제로 이전 및 제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민간사업자에 의한 재산권 침해를 공권력이 뒷받침하는 것이다. 물론 공권력이 아닌 민간사업자에 의한 강제 철거는 지자체장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개발사업의 성공에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 지자체장이 강제 철거를 막을 유인은 거의 없으며, 반대로 사업 지연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지자체장의 급선무가 된다.

사업시행자의 범주(도시개발법 제11조)도 점차 확대되었는데, 2007년 4월 개정안은 부동산투자회사, 즉 리츠라고 불리는 부동산펀드가, 2012년 1월 개정안은 부동산개발업자가 추가되었다. 그에 따라 화천대유와 같은 부동산개발업자가 도시개발 사업 시행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부동산개발업은 법인의 경우 자본금 3억원과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등 전문인력 2명을 두고 등록만 하면 된다. 개인도 부동산개발업을 할 수 있는데 영업용 자산(사무실 임대보증금, 사무집기 구입비용, 운영자금 등) 6억원만 있으면 된다. 부동산투자펀드인 리츠는 별도의 근거 법률인 부동산투자회사법이 적용되어 리츠의 설립이나 운영에 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금융위 등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한 후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을 심사하여 영업인가를 하고 최저자본금 100억원을 확보해야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 리츠로부터 위탁을 받아 투자·운용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자산관리회사도 마찬가지다. 자본금 70억원 이상, 5인 이상의 자산운용 전문인력 및 투자자 간 이해상충 방지체계를 갖추어야 하고 금융위와 사전 협의를 거쳐 국토해양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설립이 가능하다. 도시개발법의 민간개발 사업 시행구조를 보면 형태적으로는 부동산투자회사 리츠의 구조와 유사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페이퍼컴퍼니인 프로젝트투자회사(PFV)와 자산관리회사에 관한 규제가 없고, 양자 간 업무위탁 관계에 관한 규정도 없다. 이렇게 민간개발 시행자의 진입장벽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전문 투기꾼들이 직접 사업 시행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 시행 법인의 운영에 관한 행위 규제도 공백 상태로 남겨 두어 전문 투기꾼들에게 자유로운 활동 공간을 보장하였다. 2021년 초반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LH 사태처럼 개발에 관한 사전정보를 미리 확보한 개인들에 의한 땅 투기가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의 전형이었다면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부동산 투기의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페이퍼컴퍼니인 성남의뜰의 위탁을 받아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질적 사업 시행을 맡은 화천대유는 부동산개발업자다. 2012년 개정안에 민간개발 시행 자격에 부동산개발업자가 포함되었으니, 화천대유같은 부동산개발업자에 의한 민간개발은 2012년 이전에는 불가능했다. 2012년부터 전문적인 부동산 투기꾼들이 시행에 직접 나설 수 있게 되었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3년 9월에 설립되었으니 2013년 9월 이후에야 비로소 민관 공동 출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성남도개공의 첫 민관 공동 개발사업은 위례신도시 사업이었는데 이때 이미 남욱 일당이 개입을 했고, 이어진 제2호 민관 공동 개발사업인 대장동 제1공단 결합개발의 시행을 맡았다. 위례신도시 사업이 호반건설이 자산관리회사 역할을 했기 때문에 남욱 일당은 주연이라기보다는 조연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는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건설사의 컨소시엄 참여를 배제한 탓에 부동산 시행 전문 투기꾼인 남욱 일당이 사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민간개발의 최대 위험을 제거하는 토지수용 특례조항

다른 무엇보다도 도시개발법이 민간사업자에게 선사한 최고의 선물은 제22조 토지등의 수용 또는 사용의 특례조항이다. 민간개발은 매우 위험이 매우 커서 계획단계에서 실패하는 사례가 허다하며 중도에 무산되는 일도 많다. 사업이 무산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한데 금융위기 같은 외적 변수를 제외하면 통상적으로 가장 큰 실패위험은 지주작업과 인허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지주작업은 사업 초기 민간개발의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토지보상금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한 토지소유주들의 버티기,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금으로 평생 살아온 집터를 잃고 쫓겨나는 토지소유주의 저항 등으로 지주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간개발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개발법은 민간사업자들도 토지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수용권이란 국가나 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소유한 재산의 소유권과 기타 권리를 법률이 정한 일련의 절차에 따라 소유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취득 또는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공익사업을 위한 재산권 제한을 제도화한 것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약칭 토지보상법)에 의해 규율된다.15 공권력의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도시개발법은 민간사업자의 토지수용권 허용에 한가지 단서 조항을 달았다. 민간사업자가 사업구역 2/3 이상 토지를 소유하고 사업구역 토지소유주 2/3 이상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 요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그 때문에 민간개발의 토지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2007년 4월 개정안은 단서 조항을 개정하여 토지 소유자 총수의 2/3 이상 동의를 1/2로 완화하였다.

민간사업자의 토지수용권 관련 규제 완화는 민간사업자의 지주작업에 높은 장애물을 낮추는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2007년 4월 개정안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파격적인 특례조항을 새로 담았다. 지방공사 등 공공부문이 민관 공동 출자법인에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공익성이 담보되었다고 간주하여 민간사업자 토지수용권의 단서 조항을 면제한다는 특례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이 조항 덕분에 도시개발공사가 50%+1 지분을 보유한 성남의뜰은 토지 2/3를 소유하거나 토지 소유자 절반 이상 동의를 얻어내는 힘겨운 과정을 면제받아 토지수용권을 자동 획득하였다. 성남도개공의 첫 번째 민관 공동개발 위례신도시 사업에서 성남도개공의 지분은 5%에 불과했으나, 대장동 개발사업에서는 도개공이 지분율을 50%로 높여 성남의뜰이 토지수용 특례조항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민간사업자가 감당해야 하는 지주작업의 위험을 제거해주는 것이 지배주주인 성남도개공의 주요 임무였고 성남도개공 50% 출자는 공공성 보호가 아닌 민간사업자와의 야합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16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반론의 허점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대장동 개발사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4년 한나라당 이대엽 성남시장이 LH와 기획했던 사업은 사업성 부족으로 취소되었고, 개발정보를 사전 유출하여 거액의 돈을 챙긴 공무원과 개발 보상을 노린 투기꾼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는 등 전형적인 땅 투기 사태가 벌어졌다.17 2009년 초 LH가 공공개발을 재시도하였으나, 민간개발을 요구하는 토지주가 거세게 반발하고 이러한 토지주들의 움직임에 정치권까지 합세하여 LH 주도 공공개발 저지에 나섰다. LH 주도 대장동 공공개발은 2010년 6월 LH가 개발계획 철회함으로써 무산되었다.18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성남시 독자 공공개발은 불가능했다

2009년 12월 29 도시개발법 개정안에 따라 50만 이상 대도시 지자체의 독자 개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성남시가 직접 공공개발에 나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0년 6월 LH가 개발사업을 공식 철회한 이후인 2010년 12월 당시 이재명 성남시 시장은 모라토리엄(채무 지급유예)을 선언했다. 성남시가 중앙정부와 경기도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판교신도시 조성사업과 관련해 성남시가 중앙정부에 지급해야 할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 당시 성남시 주장이었다. 즉,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상태에서 택지조성에 필요한 자금을 성남시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공공개발은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이재명 시장이 모라토리엄 종료를 공식 선언한 것이 2014년 1월이므로 모라토리엄 기간에 성남시 독자 공공개발은 불가능했다.

이재명 후보측의 반론 중 대장동 공공개발 계획이 무산된 것은 단지 토지주와 손잡은 민간사업자들의 반대 때문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2010년 6월 LH 사업 철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0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예기치 못한 외부 변수로 인해 국내 부동산시장 심각한 타격을 받아 침체기에 돌입했던 시점이다. 수도권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면서 건설사들마저도 신규 주택건설을 포기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부동산 불황기에 공공부문이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 불황의 여파가 2011년∼12년 저축은행의 연쇄 부도 사태를 초래하여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뿐만 아니라 제1금융권에서도 부동산개발 자금조달의 길이 막혀 민간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당시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부동산업체와 시행사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자금 대부분을 제공한 부산저축은행도 2011년 2월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고 2012년 8월 파산했다.19 심지어 사업비 31조원 규모로 2007년 시작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도시개발사업이라 불렸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대장동 개발과 같은 코레일과 민간투자자의 공동 출자법인에 의한 민관 공동개발 방식이었는데 2009년 초 자금난에 봉착한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다가 2013년 3월 최종 부도가 확정되어 사업이 무산되었다.20 서울 도심 한복판 개발사업도 자금난으로 부도에 내몰리는 판국에 보수당과 보수정권이 막아서 공공개발을 못 했다는 반론은 설득력이 없다. 국내 부동산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2014년 이전까지 금융시장에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의 마비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민간개발은 불가능했다. 만약 성남시가 독자적인 공공개발에 나섰다 하더라도 성남시와 신설 조직인 성남도개공이 거액의 사업비를 조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민자 수익을 우선하는 국토개발 정책과 법제도

현재 제기되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여러 가지 의혹들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특정 부동산 투기 일당에게 개발 사업권을 주고 이들이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익을 독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라는 주장으로 덮을 수 없고 보수정당 탓으로 돌릴 일도 아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지정권자도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었고 민관 공동 출자법인에 의한 민간개발 방식과 이익 배분의 실질적 설계자가 누구였든 간에 그것의 최종 결재권자도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었다. 성남시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인허가 관련 비리에 당시 보수정권 및 집권 여당 정치인이 연루되어 있다 하더라도 대장동 개발사업이 성남시의 독자적 개발사업이었던 만큼 인허가 관련 보수 정치권 뇌물 수수자가 사업방식과 이익 배분 구조를 결정하거나 그에 개입할 권한은 없었기 때문이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도시개발법을 제정한 것이 2000년 김대중 정권이었고 민간사업자에게 예외적으로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토지수용 특례조항을 추가한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2007년 4월 노무현 정권 집권 때였으며, 당시 국회 다수당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었다. 공익보다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도시개발법에 양대 거대정당은 한목소리였고, 도시개발사업의 공익 보호에는 무관심했으며 도시개발사업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기부채납의 제도적 허점에 대한 논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자체 공권력 남용으로부터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개별 법률의 시행규칙에 민간사업자가 부담하는 기부채납 수준을 제한하는 최고 한도 규정이 설치되는 등 공권력 남용 방지 장치가 제도화되었으나, 기부채납의 대가로 민간사업자가 획득하는 경제적 인센티브에 대한 제한 규정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무엇보다도 시민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공익성 검증 없는 토지수용권 남용과 민간사업자의 토지수용권 허용(정기상 2014, 안동인 2016, 박건우 2021), 민간사업자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선사하는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 개발방식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김종하·김재호 2010, 참여연대 2015, 경실련 2021),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도시개발법 개정 방향에 대한 우려와 함께 도시개발 공적 성격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요구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와 국회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왔다. 정부와 국회가 민간사업자의 민원해결사처럼 움직인 것이다. 민간사업자들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천하를 만들어주는 데에는 보수당 정권과 민주당 정권이 다르지 않았고 국회의 다수당이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아무런 차별성도 없었다.

개발이익환수제도의 회복과 강화

김대중정부 시절 민간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도시개발법이 제정된 이후 민간 도시개발은 공공부문이 택해야 하는 최선의 선택지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도시개발사업의 공적 성격에 부합하는 공익과 공공성에 관한 문제의식은 점차 민간자본 우선주의에 포섭되었다.21 그 결과 한편에서는 “공익사업”에 대한 관대한 법률적 해석과 다른 한편에서는 민간개발의 원활한 추진에 필요한 편의 제공의 법제화가 한 쌍을 이루어 민간개발의 성공을 통한 개발이익 극대화가 곧 “공공의 필요”라는 등식이 만들어졌다. 공공이 택지를 공급하는 공공개발도 마찬가지다. 기부채납 또는 공공기여과 관련해서 다른 규정이 적용되지만 공공개발도 민간에게 토지를 매각하여 개발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공공개발이든 민간개발이든 가능한 많은 개발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서로 나눠 갖는 것이 민·관 협업의 본질이자 공익과 사익의 조화로 인식되고 있다.

현행 민관 공동 출자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에서 공공부문과 민간사업자는 상호 이권 거래 관계를 맺고 개발이익 극대화라는 목표를 공유한다. 사업 시행 법인에 출자자로 참가한 공공부문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는 민간사업자를 통제할 이유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공부문으로 귀속되는 배당이익과 무상 증여 기부채납 규모가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과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업구조를 설계하여 성남시에 제안한 인물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가 도시개발법에 정통한 전문 투기꾼이었던 만큼 민간개발자의 토지수용 특혜를 활용할 수 있는 민관 공동개발 방식이 과거에 실패했던 순수 민간개발보다 훨씬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것이다. 성남시와 성남도개공은 이를 알고도 무시했거나 동조했거나 둘 중의 하나이며, 그 어느 쪽이든 공공성 보호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도시개발사업의 민관 야합이 늘 평화롭고 조화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성남의뜰 보통주 투자자들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을 얻었음에도 성남시의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하화 요구에 불복하여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수익 몰아주기 특혜도 비용부담을 둘러싼 이권 갈등과 법적 분쟁을 막지 못한 것이다.

대장동 사태가 대선 정국에서 뜨거운 정쟁의 핵으로 등장하자 갑작스럽게 국토부가 도시개발사업의 공공성 강화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고,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제한하는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내놓았다.22 2021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대장동 방지 3법이 통과되었다. 먼저 도시개발법 개정안은 민간참여자에게 개발이익이 과도하게 귀속되지 않도록 이윤율 상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민간 이윤 상한선의 구체적 수치를 법에 명문화하려는 시도는 불발로 끝났다. 상한률을 법으로 규정할 경우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위축시켜 도시개발사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개발이익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국토부의 반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개발이익의 투명성 없는 이윤 상한선 규정은 무용지물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현행 20~25% 수준인 개발부담금을 40%(계획입지)∼50%(개별입지)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반대에 부딪혀 처리하지 못했다.23 마지막으로 주택법 개정안은 공공부문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민관 공동 출자법인이 조성한 택지에 대해서는 공공택지로 분류하여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민관 공동 출자법인의 개발사업을 민간개발로 규정했던 것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이 과점주주로 참여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토지수용 특례 조항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50% 초과 지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분양가상한제와 토지수용 특례 적용을 놓고 득실 계산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을 나가며

대장동 특혜 논란이 사익을 우선하는 현행 도시개발정책과 법제도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상화하는 기폭제가 된 것은 대장동 사태가 남긴 긍정적인 변화다. 일명 대장동 방지법은 성남시와 성남도개공이 챙긴 이익이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화천대유와 남욱 일당의 폭리를 문제 삼아 민간사업자 이익을 제한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하였다. 개발이익을 공공과 민간이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사태의 본질로 본 것이다. 설사 개발이익 배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더라도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한 민관 이권 거래의 유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익 배분 조정에만 천착한 탓에 도시개발의 공적 성격에 부합하는 공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고 개발이익 극대화를 공익과 동일시하는 인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와 토건 비리의 근원은 그대로 남겨 둔 것이다. 공공부문의 재량권과 민·관의 자율적 협상에 의존하는 공공기여, 민간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의제화하는 것, 도시개발법의 토지수용 특례, 민·관 공동 출자법인 규제 공백 등 도시개발사업의 공적 성격 보호에 역행하는 제도적 허점에 대한 처방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개발부담금제도가 수익자부담원칙에 입각한 공공기여로 흡수·통합되어 개발이익환수제도가 무력화되는 문제도 방치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개발부담금 부담률을 다시 원상회복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부담률을 올리는 것이 개발이익환수제를 강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형해화되었던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정상화하려면 개발부담금제도를 지자체 재량권에 맡겨진 기부채납제도로 대체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기부채납과 관련해서 최근 기초지자체가 추진한 개발사업의 기부채납을 현금으로 받아 그 일부를 광역지자체가 공유하도록 하고 광역지자체 내부 낙후지역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토개발법의 공공기여 관련 조항이 개정되었다. 광역지자체 내부에서 개발이익의 전파와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염두에 두고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간 이익 배분을 법제화한 것이다. 이러한 법 개정은 개발이익환수제도를 기부채납 공공기여로 흡수통합하는 경향이 제도적으로 고착화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이 수도권과 소수 대도시에 집중하고 그 외의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의 지역 편중 현상을 더욱 심화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기부채납이 공공기여로 인정된다고 해도 개발사업에 뒤따르는 불로소득의 수혜는 개발이 이루어지는 지역에 귀속된다. 기부채납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부동산 투기와 토건 비리 근절 대책이 절대 될 수 없을뿐더러 전국적 차원에서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도 역행한다. 개발부담금제도는 토지개발사업에 의한 개발이익 일부를 공공이 환수할 수 있는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제도적 수단(국토연구원 2016; 76)라는 점에서 이를 기부채납이나 공공기여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

통상적인 개발사업 비리와 다른 대장동 사태의 특이점이 선거공약 실행이라는 정치적 목적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와 민간사업자의 폭리를 맞교환한 것이라고 할 때 대장동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첫째, 지자체장의 재량권 남용을 막고 기부채납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부채납 및 공공기여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고, 둘째 재량적 공공기여에 희생된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 대선정국에서 대장동 특혜 비리가 토건 세력이 연루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 불법 대출로 얼룩진 2011∼12년 저축은행 연쇄파산 사태까지 재소환하여 여·야 정치권 양쪽을 곤혹에 빠트렸다. 개발사업마다 등장하는 토건 비리와 금융 비리는 시대와 정권을 초월한다. 토건 비리와 금융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해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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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도시개발법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원문출처:

조혜경(2022). 「도시개발의 공적 성격과 민관 공동 개발사업의 제도적 문제점: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이 남긴 숙제」,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Alternative Issue Paper, No.23. (5월)
https://alternative.house/alternative-issue-paper-no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