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 미국 내 IFRS 적용 기업 현황 및 글로벌 채택의 정당성
경제민주주의21 회계지배구조투명성 센터
국제회계기준(IFRS)은 왜 글로벌 표준인가?
국제회계기준(IFRS)은 현재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사실상의 글로벌 회계언어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호주 등 140개가 넘는 관할국에서 상장기업에 IFRS 보고를 요구하거나 사용하고 있습니다. G20 국가 중에서도 4분의 3에 해당하는 나라들이 IFRS를 전면 채택했으며, 166개 국가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144개국(약 87%)이 IFRS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IFRS가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표준으로 광범위한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중국과 일본도 IFRS를 따른다
이만우 교수의 언론 기고처럼 일부에서는 “중국과 일본처럼 주요 경제대국은 자체 회계기준을 쓰고 있으니, IFRS를 따르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한국형 IFRS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이는 맥락을 무시한 왜곡입니다. 중국의 경우 비록 순수 IFRS를 국내 기업에 의무화하지는 않았지만, 중국회계기준(CAS)은 IFRS에 실질적으로 수렴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IFRS와의 지속적 정합을 공언해왔고, 2015년 IFRS 재단과 IFRS 확대 사용을 모색하는 공동 작업반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상하이나 선전 증시에 상장된 대형기업들 중 상당수(시가총액 기준 30% 이상)는 홍콩 등 해외 시장에 이중 상장하여 IFRS 준거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IFRS로 작성한 재무제표를 국제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IFRS와 중국 회계기준 간 차이는 매우 미미하며, “중국의 대형 기업들은 IFRS와 자국 회계기준으로 작성한 재무제표 간에 사실상 동일한 결과를 보일 정도”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는 중국 역시 IFRS를 사실상의 글로벌 기준으로 인정하고 움직이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일본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국 회계기준(J-GAAP)을 유지해왔으나, 2010년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한해 IFRS 자율 도입을 허용하였습니다. 그 결과 초기에는 IFRS를 택한 기업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몇 년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본 금융청(FSA)의 정책 지원과 기업들의 글로벌화에 힘입어 IFRS 자율적용 기업 수가 급증하여, 2012년에는 불과 10곳에 불과하던 것이 2020년 6월에는 234개사로 늘었고, 추가로 172개사가 IFRS 전환을 공식 발표하였습니다. 2021년 10월 기준으로는 256개 일본 기업이 IFRS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결정한 상태로 계속 증가 추세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다국적 대기업으로, 도쿄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가까운 장래에 절반 이상(50%)이 IFRS로 재무제표를 작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이 기업에 선택권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100% 순수 IFRS를 택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IFRS를 채택함으로써 얻는 혜택과 국제적 신뢰를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도 IFRS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공신력 있는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들여 IFRS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와 글로벌 추세
미국은 예외적으로 자국 기준인 US GAAP를 고수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이 기축통화국이자 거대한 단일 자본시장으로서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외상장 외국기업에 IFRS 재무제표를 허용하고 있으며, 단일 글로벌 회계기준의 목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G20 정상들도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고품질의 단일 글로벌 회계기준” 달성을 촉구해왔고, 미국 또한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와 FASB(미국기준위원회) 간의 기준 수렴(convergence) 작업에 참여해 왔습니다. 비록 미국이 아직 IFRS를 국내 의무기준으로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세계에서 미국만 고립된 별도 체계를 유지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 내 자회사 재무제표에 IFRS를 사용하거나, 해외 자회사 보고에 IFRS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IFRS를 채택함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IFRS를 사실상 공통 언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에서도 IFRS의 영향력은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며, “미국이 주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IFRS 사용은 계속해서 전진했다”는 평가처럼, 글로벌 추세는 IFRS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상태입니다.
IFRS 도입과 한국 회계투명성
한국은 2011년부터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를 도입하여 국제기준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과거 한국 회계기준(K-GAAP)의 한계와 불투명성을 극복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회계투명성 지표는 IFRS 도입 이전에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회계투명성 지수에서 2017년 한국은 조사 대상 63개국 중 6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오명에는 과거 국내 회계기준이 일부 대기업의 입맛에 따라 느슨하게 운영되고, 기업들이 분식회계나 이익조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었던 환경도 한 몫했습니다. 특히 특정 재벌 기업의 이해관계에 맞춘 회계제도 운영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한국 회계기준은 국제 기준에 비해 보수적이지 못하고, 지배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회계처리 관행이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IFRS 도입은 이러한 한국 회계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원칙중심의 IFRS는 투명한 공시와 공정한 평가를 요구하여, 기업들이 국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재무정보를 제공하도록 합니다. IFRS 도입 이후 한국의 회계투명성 지표가 개선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IMD 지수에서 한국은 2020년 46위, 2021년 37위까지 순위가 상승하며 과거 꼴찌 수준에서 벗어났습니다. 물론 회계투명성은 단기간에 완전히 개선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국제적 기준의 채택으로 한국 회계제도에 대한 신뢰가 증대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IFRS는 한국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국제적으로 비교가능해지고, 해외 투자 유치에 유리한 신용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에 필수적인 인프라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최근의 회계 스캔들들은 IFRS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일부 기업과 감독기관이 IFRS 원칙을 훼손하려 한 시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국제기준을 도입하고서도 국내에서 이를 온전히 지키지 않으려는 태도가 문제인 것이지, IFRS 체계 그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닙니다.
IFRS의 ‘override(일탈회계)’ 원칙과 그 오해
최근 논란이 된 ‘override’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기준을 능가하여 우선한다”는 의미로서, IFRS 맥락에서는 특정 기준 조항의 준수가 오히려 부적절한 재무제표 표시를 초래할 경우,기준을 일시적으로 벗어나 더 적합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일탈(逸脫)회계’ 정도로 번역될 수 있으나, 이 용어만 보고 마치 “멋대로 기준을 일탈한다”는 부정적 뉘앙스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IFRS 체계에서 override는 남용을 전제로 한 편법이 아니라, 오히려 재무제표의 진실한 표현(true and fair view)을 보장하기 위한 예외적 안전장치입니다.
구체적으로, 국제회계기준 IAS 1(재무제표 표시)에서는 모든 기업이 IFRS 개별 기준을 충실히 따르면 원칙적으로 공정한 표현이 달성될 것으로 보지만, 만약 특정 상황에서 기준의 요구사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재무제표가 왜곡되어 ‘진실하고 공정한 표현(true and fair view)’을 해치게 될 경우, 기업은 해당 기준 요구사항을 엄격한 조건 하에 일시적으로 따르지 않고 보다 올바른 회계처리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 이러한 경우 회사는 왜 해당 기준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었는지와 그 대안 처리 방법이 어떻게 더 공정한 표시를 달성하는지를 공시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override는 IFRS 정신에 어긋나는 ‘탈선’이 아니라, IFRS의 최고 목표인 공정한 표현(fair presentation)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것입니다.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도 성명을 통해 “IFRS에서도 필요한 경우 기준을 벗어나 더 적절한 정책을 택해야 할 법적 의무가 존재하며,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진실하고 공정한(view)’ 재무보고를 위한 장치”임을 명확히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만우 교수의 주장처럼, 마치 금융감독원과 회계기준원이 IFRS 용어인 override를 ‘일탈회계’로 번역한 것을 두고 IFRS가 무분별한 일탈을 조장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비판입니다. Override는 회계투명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단적 상황에서 투명성 수호를 위한 장치입니다. 평소에는 쓰일 일도 거의 없는 최후의 보루인 셈입니다. IFRS 도입 10여 년이 넘는 동안 국내에서 override 조항을 실제로 적용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합니다. 그만큼 IFRS 자체가 일반 상황에서는 충분히 투명하고 공정한 보고를 가능케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작 문제는 일부 기업들이 IFRS를 무시하거나 변형하여 자기 입맛대로 회계를 하려는 시도입니다.
최근 거론되는 삼성생명의 ‘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 논란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이는 보험업권에서 새로운 IFRS 17 도입을 앞두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막대한 평가이익 중 일부를 계약자(보험 가입자) 몫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였습니다. IFRS 17 기준에서는 보험 계약에서 발생하는 잉여이익 중 계약자에게 돌아갈 몫은 보험부채 등으로 인식하여 기업 순자산에 과도하게 잡히지 않도록 하는 개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이 계약자지분 항목을 두고 자기자본의 일부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금융당국에 특례를 요청하거나 회계 처리 방식을 달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는 IFRS 원칙상의 ‘공정한 표현’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후퇴한 행위로 평가됩니다. 만약 정상적인 IFRS 적용 하에서라면, 계약자의 몫을 투명하게 반영하여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실제 재무상태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회계처리 기준을 변칙적으로 적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회계 투명성의 훼손이자 일탈이라 할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IFRS의 override 조항은 이런 식의 편의적 회계변경을 정당화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특정 기준 조항을 따르는 것이 재무제표를 충실히 표현하지 못할 때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그 목적은 보다 투명하고 충실한 보고에 있다”는 것이 IFRS의 입장입니다. 삼성생명 사례에서 문제시된 행태는 IFRS override의 취지와 요건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서, IFRS를 탓할 일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회계윤리 의식과 감독의 문제라 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기준을 폐기하자는 주장의 위험성
이만우 교수는 이러한 논란을 빌미로 “차라리 IFRS를 철회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기준을 쓰자”는 식의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회계투명성과 국제적 신뢰 구축이라는 대의를 저버린 위험천만한 발상입니다. 한국이 다시 국내 기업편의적으로 왜곡된 회계기준을 운용한다면, 국내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 재무제표를 불신하게 될 것입니다. 국내 자본시장도 글로벌 고립을 자초하여 Korea Discount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140여 개국이 채택한 IFRS를 포기한다는 것은 한국 기업들 스스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를 역량과 의지가 없음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과연 어느 해외 투자자가 그런 나라의 기업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일본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자율적으로라도 IFRS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IFRS 재무제표는 국제적 비교가능성, 투명성, 그리고 기업가치 평가의 신뢰성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IFRS 도입으로 글로벌 투자유치 비용을 낮추고 해외 진출을 용이하게 만드는 순효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거슬러 한국만 역주행한다면, 오히려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과 평판이 떨어질 것입니다.
한국 회계기준의 과거 폐해를 돌이켜보면, 이미 답은 명확합니다. 한국은 더 이상 우물 안의 개구리식 회계체계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국제 기준을 도입한 이유는 글로벌 모범 관행을 따르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와서 특정 기업의 압력이나 불편함 때문에 국제 기준을 퇴행시킨다면, 이는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를 망각하는 것입니다. 학자라면 마땅히 기업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공익과 시장의 신뢰성 제고를 대변해야 합니다. 정중히 말씀드리자면, 이만우 교수의 주장에는 객관적 데이터와 국제 회계계의 흐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보입니다. IFRS는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현존하는 최고의 글로벌 합의 기준이며, 이를 개선해나가는 것도 국제 공조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 회계업계와 학계가 할 일은 IFRS 체계 하에서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건설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지, 시계를 거꾸로 돌리자고 호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까지 나가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펼치는 것은 대중과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궁극적으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요컨대 IFRS는 글로벌 표준이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그 중요성이 확고합니다. 한국이 IFRS를 도입한 것은 회계 투명성과 국제적 신뢰 획득을 위한 선택이자 필수였으며, 이를 통해 얻은 성과와 교훈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IFRS 내 ‘override’ 조항에 대한 오해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것은 투명한 회계를 저해하는 면죄부가 아니라, 오히려 진정으로 투명한 보고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삼성생명 사태 등에서 드러난 문제는 IFRS를 잘못 적용하거나 변칙적으로 이용하려 한 인간적 요인이지, IFRS 체계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회계기준을 흔들고 후퇴시키자는 주장은 단기적으로 일부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국가와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해가 되는 선택입니다. 기업 회계는 기업의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적 공기(公器)입니다. 삼성 등 일부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회계기준을 좌지우지하는 관행이야말로 우리 회계투명성을 갉아먹은 주범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국제적 기준과 투명성이라는 대의를 훼손하는 어떠한 역행에도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한국 회계의 신뢰 회복과 발전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투명한 정보공개에 달려 있으며, IFRS는 그 핵심 토대입니다. 부디 학계와 산업계가 함께 IFRS의 정착과 올바른 적용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뢰받는 국가로 계속 나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