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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5_금투세 유예냐 폐지냐 소모적 논쟁 중단하고 과세 체계 바로잡아야

2024년 10월 15일

금투세 유예냐 폐지냐 소모적 논쟁 중단하고

조세정의와 과세형평성 관점에서 과세 체계 다시 설계해야 (조혜경) 

 

현재의 금투세 과세 방안은 많은 허점이 있습니다. 특히 누진과세되는 노동소득과 금융종합소득세와 비교할때 지금의 금투세 방안은 과세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금투세 설계의 불공정성은 최근 금투세가 부자감세라는 주장으로 이어지며 금투세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치권은 금투세 논쟁을 유예와 폐지 사이의 양자택일로 몰아가며, 정작 불공정 논란을 불러온 과세 방안의 문제점과 무엇을 어떻게 바꿀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습니다. 

과세 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폐지가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그럴 일은 없어 보이지만, 설사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되더라도 과세형평성에 어긋난 금투세 과세 체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금융경제연구소가 지난 7월 실시한 금융소득 과세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중 금투세에 관한 조사 결과에서도 금투세가 필요하다는 민심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1) 금투세 폐지 찬성(46.3%)이 반대(20.8%)보다 훨씬 많았으나, 금투세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28.5%에 불과했습니다. 

2) 금투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45.1%)가 필요없다(35.7%)보다 많았고, 금융상품 투자자 중에서도 금투세가 필요하다는 응답(44%)이 필요없다(42%)보다 약간 많았습니다.   

 

3) 금투세가 필요하다는 응답 비중이 더 높고, 금투세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과세 방안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조세정의의 원칙과 다른 소득 원천과의 과세형평성에 부합하도록 과세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의 금융투자소득 과세는 금융투자소득을 다른 소득 원천(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과 합산하는 종합과세 방식을 채택하여 누진적 소득세율을 적용합니다. 소득 원천을 구분하지 않고 개인이 한 해 벌어 들인 모든 소득을 합산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금융소득과 근로소득, 사업소득을 동등하게 취급할 뿐만 아니라 소득세는 누진세이므로 합산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냅니다. 그 때문에 조세정의와 과세형평성 논란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소득은 종합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단, 원금 손실이 없는 금융소득은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이자소득세, 배당소득세와 같이 원금 손실이 없는 금융소득은 공제한도 2000만원 이하에서는 15.4%(소득세 14%+지방소득세 1.4%)를 분리과세하여 금융기관이 원천징수하고, 2000만원이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는 종합과세 방식이 적용되어 누진과세됩니다.

새로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는 전혀 다릅니다. 부동산과 같은 거액의 자산에 적용되는 분류과세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미 금융종합소득과세 제도가 있는데 금융투자소득 과세는 따로 떼내 왜 분류과세 방식을 채택했는지 의문입니다. 다른 소득과 분리하여 단일 세율로 과세하면 투자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금투세 기본공제 금액은 5000만원으로 금융종합과세 공제한도 2000만원보다 훨씬 높습니다. 

금융투자소득을 종합과세하는 영국에도 금융투자수익 공제 제도가 있습니다. 2024년 공제한도가 3000파운드, 한화 530만원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작년 6000파운드, 제 작년 12,300파운드에서 점차 공제한도를 낮추고 있습니다. 독일은 노동소득과 금융소득을 분리과세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데, 이자소득, 배당소득, 금융투자소득을 구분하지 않고 금융소득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합산하여 단일 세율로 과세하며 공제한도는 1000유로, 한화 147만원입니다. 누진과세되지 않는 금융소득 분리과세가 노동소득과 차별이라며 모든 주요 정당이 금융소득세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금투세의 공제 한도는 과도하게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상품 투자로만 한 해 50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개미투자자는 평범한 직장인은 아닐 것입니다.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의 경우는 공제금액 2000만원 미만이어도 15.4%의 세금이 부과되지만, 투자수익이 5000만원 미만이면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공제한도를 5000만원으로 높게 설정한 것은 아마도 개미투자자들의 조세저항을 고려해 과세 대상을 줄이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기재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전체 개인투자자의 1%인 1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삼성그룹의 이재용 회장,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카카오 김범수 회장같이 우리나라 최고 주식부자들이 포함된 수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이미 대주주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자이며, 금투세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세금을 안 내려고 국장을 탈출할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금투세 반대 투쟁 전선에 나온 사람들은 1% 주식부자들이 국내 시장을 떠날까 걱정하며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니 요지경 같은 세상입니다.

금투세의 운명은 이제 민주당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당 대표에게 금투세 당론 결정을 일임했으니 정확하게는 이재명 당대표의 결단에 달려있는 셈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폐지든 유예든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 금투세 찬성론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왜 당론으로 채택해 밀어불이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금투세가 유예되든 폐지되든 금투세 논란으로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간 형평성을 위한 소득세 과세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분명해졌습니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정치의 회복 없이는 요원한 과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