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후 통지 없는 수사기관 통신자료 수집 헌법불합치 결정”
기사내용 요약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등 헌법소원
공수처, ‘정치권·언론 사찰 논란’ 불거져
헌재 “이용자에 안 알려 적법절차 무시”
“수사 우려는 통지 예외사유 규정으로”
헌법재판소는 21일 오후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등이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과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소장 유출 의혹’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시민사회 인사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통신조회를 벌여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김경율 회계사가 지난해 12월 공수처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한 내역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성윤 연구위원에 대한 공수처의 ‘황제조사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기자들을 시작으로 언론사 기자, 국민의힘 정치인 등이 통신조회 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중략)
이에 형사소송법학회와 국민의힘 등은 공수처의 통신조회 근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아울러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지난 2016년 “국가정보원·경찰·검찰·군 등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행위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또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의 유족을 대리하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가 검·경으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한 점을 문제 삼으며 낸 헌법소원도 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수사나 재판받고 있는 사건이 없는데도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인천지검, 서울 서초경찰서 등으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해 변호권이 위축된다고 주장했다.
헌법 12조는 수사 등 형사절차뿐 아니라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해야 한다는 적법절차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통신사업법상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요청해도 이용자에게는 사전에 고지되지 않는다. 조회 이후에도 이용자가 직접 열람하지 않으면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는지 알기 힘들다.
물론 이용자가 사후에 통신조회 내역을 알 수 있긴 하지만 공개되는 내용은 제공일자, 요청기관 등이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유로 자신의 정보가 제공됐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즉, 수사의 신속성이나 밀행성을 이유로 헌법에서 정한 적법절차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수사에 방해가 되거나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면 통지의 예외를 두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용자에 대한 아무런 통지 절차를 두지 않는 것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헌재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수사기관 통신조회에 대한 사후통지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회의 개선입법은 오는 2023년 12월31일까지 실시하도록 했다.
다만 헌재는 검·경이나 공수처 등의 통신자료 취득행위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당시 이미 종료돼 권리를 보호할 이익이 없으며, 문제가 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이상 취득행위 자체를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