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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211130_[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박근혜 vs 문재인

2021년 11월 30일

[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박근혜 vs 문재인

 

이번 정부 초반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회의를 마친 후 한 변호사로부터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왜 그러시냐는 반문에 돌아온 대답은 청와대에서 동 제도를 사용해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란다.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아휴, 그게 말이 돼요. 턱도 없는 생각이죠”라는 식으로 웃어넘겼다. 당황한 상대는 그러면 다른 전문가들을 내가 직접 섭외해서 청와대 측 인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 했고 부탁대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 취득세 감면, 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임대소득세 감면,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6년 이상 임대하는 장기임대주택에 대해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추가공제, 8년 이상 임대하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준공공임대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율 확대적용 및 양도소득세 감면, 거주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필자로서는 애초 질문을 받았을 때 어이없어 한 이유가 정부가 활성화하려는 정책의 결과로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40대 임대사업자는 최다 594채를 마포구의 40대(584채), 광주광역시 서구의 60대(529채)도 500채가 넘는 임대주택을 소유했고 이들 3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8명이 각 300채 이상의 임대주택을 운영’하리라는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중략) 이와 같은 현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는 정부는 지난해 7·10대책에서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의무임대기간이 5년 이하인 원룸, 빌라 등 비(非)아파트와 모든 아파트에 대한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이 금지됐고, 기존 임대주택은 잔여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면 강제 말소됐다. 과거 전·월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임대주택 등록을 장려했던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관련 제도를 전격 폐지한 것이다. 함께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혜택도 없어졌다.

정권 초기 정부의 시책을 잘 따른 이들이 애국자는 못 될지언정, 순식간에 만고역적이 된 셈이다. 요즘 단연 세간의 화제 중 하나는 종합부동산세다. 필자는 종합부동산세가 고지되는 11월 이전부터 관련해 큰 폭풍이 불 것이라고 주변에 이야기했다. 불구경하자는 심산이 아니라, 이번 정부 들어 28차례 발표됐다는 부동산 대책의 결과 우리나라 부동산 세법 체계는 너덜너덜해지다 못해 자구와 체계가 쐐기 문자처럼 읽고 해석하기 어려워졌다. 대책이라는 것이 항상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임시방편일 뿐이라 부동산 세법이라는 것이 예외, 예외의 예외, 예외의 규제 등등으로 이뤄져 일관되게 이해하고 숙지할 수 없어서 시점과 지역 그리고 각 당사자의 사생활까지 물어 따져야 하는 고역으로 탈바꿈했다. 필자가 주장하는 요지는 현재의 부동산 세법 체계로는 어떤 대책이라도 더 많은 혼선을 초래할 뿐 의도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임대사업자들은 부여됐던 혜택들이 없어짐에 따라 문자 그대로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게 된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 등에는 일시적 1세대 2주택 등 각종 예외를 열어뒀다가 종합부동산세에 대하여는 칼같이 닫아버리니 부모의 사망 또는 이사 시점 조정 등에 따른 다주택자 역시 폭탄을 피할 수는 없다. 전체 세수 대비 2%에도 못 미치는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서 “국민의 98%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거나 “26억짜리 집 종부세, 쏘나타 세금보다 적다”는(이는 여러 언론의 팩트체크 결과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식의 편가르기와 거짓 주장이 당·정·청에서 흘러나온다.

이 지점에서 엉터리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의 결과, 해질 대로 해진 부동산세법 체계에서 무리한 종합부동산세 과세가 빚어낼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있었던 각종 조세 관련 정책을 대비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 초반 ‘지하경제 양성화’를 이야기했을 때 필자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웬 2~30년 전 이야기냐며 비웃기에 바빴다. 그러나 예컨대 세무 실무에서 ‘적격증빙 검증 제도’ 등을 통하여 고소득 중소 규모 사업자에 대한 유례없는 과세를 끌어냈고 맥락은 다르지만, 각종 공제·감면을 재정비해 세수를 늘렸음은 통계로도 드러나는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 적어도 부동산 정책과 증세 문제에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우열은 뚜렷해 보인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출처 :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