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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210406_[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의심 없는 믿음은 악마

2021년 04월 6일

[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의심 없는 믿음은 악마


‘우린 모두 여러 가지 색깔로 이루어진 누더기, 헐겁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펄럭인다. 그러므로 우리와 우리 자신 사이에도,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만큼이나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인용된 ‘몽테뉴 수상록’의 일부이다. 읽는 이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나는 이 문장을 ‘인간의 불완전함과 그로 말미암은 타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으로 읽었다. 오랜 시간 우리 인간은 완전무결함, 절대성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삶과 자연은 일견 완전무결해 보이는 절대 강자도 한낱 스쳐 가는 바람에 허물어지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스로 최고 절대자라 일컫는 세력이 미치는 해악은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완전무결한 절대자인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절멸되어야 하는 악이라는 이유로 무자비한 탄압을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권력이 압도적 지지와 물리력을 바탕으로 지배자로 한때 군림할 수 있었지만, 바로 같은 이유로 처참한 말로를 맞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첫 소설 <장미의 이름> 역시 나는 그렇게 읽었다. 절대자 혹은 절대적 믿음을 향한 인간의 욕구, 결국은 그로 말미암은 개별 인간의 파멸. 소설 속에서 에코는 이를 ‘의심 없는 믿음은 악마’라고 표현했다.

내가 이 글에서 몽테뉴와 움베르토 에코를 소환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의심 없는 믿음’을 가진 집단을 이곳에 끌어내기 위해서다. 맞다 독자께서 연상하셨듯이 문재인 정부이다.

지난해 8월 윤도한 전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를 떠나며 “이 안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결과, 문재인 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 깨끗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민주정부의 전형이자 모범”이라며 급기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권력형 비리는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신앙고백이다. 절대자를 향한 찬양과 무오류성에 대한 예찬이다. 이들은 스스로가 믿었던 것처럼 완벽했을까?

먼저 청와대 내부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의 기강을 다룬다는 민정수석실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조국 전 민정수석은 2019년 말 불구속기소 되었던바 적용된 죄명은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위조공문서행사·허위작성공문서행사·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증거위조교사·증거은닉교사 등 11개에 달한다. 그의 배우자와 동생 5촌 조카, 아들딸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말자.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허위 인턴증명서를 주고도 지난해 4·15 총선 후보자 시절 조 전 장관 아들이 ‘실제 인턴을 했다’라는 취지로 허위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1심이 진행 중이고 지난해 4월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으로 허위사실이 담긴 글을 올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오는 9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민정수석실에 머무르는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또 어떤가. 조선일보 4월 1일 보도로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관련 보고서 작성 의혹 및 신현수 전 민정수석 패싱 개입 의혹 총 네 가지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옵티머스 펀드 관련 무자본 인수합병의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추정되는 이를 무려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끌어들인 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상황이 이럴진대, 민정수석실이라는 이름은 범죄의 온상이라 이름 붙여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청와대는 직제상 당연히 있어야 할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대통령 취임 이래 내내 공석인 채로 비웠다. 끝끝내 자신들은 완전하다고 믿어서였을까?

인간은 유한하고 따라서 불완전하며, 자칫 절대적인 것을 찾겠다는 혹은 찾았다는 것은 헛된 꿈이자 본인과 주변을 나아가 사회 전체를 망가뜨린다.

김경율 회계사ㆍ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원문출처: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56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