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등장한 의문의 ‘999’···정의연 해명할수록 논란 커졌다
회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가 기자회견을 연 11일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의 모습.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지난 30년 동안 지켜온 대의를 의심하는 게 아니다.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의 당연한 필요조건으로 회계처리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일 뿐 그걸 역사 훼손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최근 기부금 사용처를 두고 정의연이 논란에 휩싸이자 김경율 경제민주주의 21 대표(회계사)는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부금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의 발표 이후 나흘 만인 11일 정의연이 기자회견을 열고 “기금 운용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자료 공개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를 비롯해 회계 전문가들은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 공시된 정의연의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가 허점투성이라며 따져볼 것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99ㆍ999명 반복 등장
정의기억연대가 2018년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 올린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 자료. 99명, 999명이란 수혜 인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세청 자료 캡쳐]
우선 문제가 된 건 ‘99ㆍ999’라는 숫자다. 정의연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모금사업, 홍보사업 등의 기부금 수혜 인원에 반복적으로 99명과 999명을 기재했다. 일각에서는 시민단체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이기 때문에 수혜 인원을 특정하기 어려울 때 관례상 쓰는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면서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100명, 1000명 등으로 표기하며 넘기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투명성을 갖춰야 할 시민단체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정의연은 수혜 인원이 특정될 수 있는 기림 사업, 연구 조사 사업, 박물관 사업 등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전 한국회계학회장)는 “회계를 담당하는 이가 전문성이 하나도 없는 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은 기자회견에서 “데이터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회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박물관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연합뉴스.
김 대표는 수혜 인원 외에도 공시된 ‘기부금 수입ㆍ지출 명세서’를 보면 지출된 기부금의 총액이 항목별로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2018년 공시 자료를 보면 ‘월별’ 기부금의 수입 지출 명세 총액은 5억 6470여만원이지만 바로 밑에 ‘국내ㆍ외 사업별’ 지출 세부 내역표에는 총액이 다 합쳐도 3억 2450여만 정도”라면서 “월별 지출 내역과 국내·외 지출 금액이 2억 가까이 차이가 난다. 회계에서는 이런 장부는 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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