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투와 님비
유튜브 채널인 ‘박종훈의 지식한방’을 자주 보는데, 최근 ‘국민연금의 환율방어’ 뉴스를 다뤘다. 국민연금으로 주가부양하는 건 알겠는데 환율방어는 어떻게 하는 거지? 바로 해외자산에 투자하면서 ‘환 헤지’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환 헤지를 하면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효과가 생긴다.
투자수익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환 헤지를 안하는 판단이 여러모로 합리적인데, 구체적 이유는 유튜브에 잘 나오기 때문에 옮기지 않겠다. 핵심은, 투자적 판단이 아니라 기재부의 지시로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는 환 헤지를 하지 않는 운용 원칙을 세웠으나, 2022년말 추경호 당시 기재부장관의 지시로 환 헤지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추경호? 최근 유명해진 이름이다. 국민의 힘 원내대표로서 계엄 선포 후 자당 의원들에게 ‘당사로 집합’하라고 한 것 때문에 게엄해제를 방해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이었구나… 2016년 대구에서 국회의원이 된 후 정무직 관료와 국회의원을 왔다갔다 하다가,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였고,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기재부장관이 되었다. 장관이 되자마자 환 헤지를 지시해놓고, 얼마 뒤인 2024년 다시 대구에서 3선 국회의원이 되었던 것이다.
경제라는 것이 우리나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그럴 수록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옵션을 선택해야 할텐데, 많은 사람들은 추경호씨처럼 자기 임기 동안 경제 지표를 좋게 보이려고 알면서도 ‘악수’를 선택한다. “내 임기에는 안돼”가 워낙 흔한 현상이라서 ‘님투(NIMTOO·not in my terms of office)’라는 용어가 따로 있다.
우울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오는데 아파트 입구에 ‘일원 IC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설치했을 것이다. 교통적 측면에서 부적정한 지역 선정이라서? 그런 거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할 것이다. 그냥 내 집 앞이니 안된다는 것이다.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를 하는 주민이 ‘님투’를 하는 공무원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을 거부하는 모습에 “대통령이 법집행을 거부하다니!” 많은 사람이 놀랐는데, 본인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국민들은 뭐 다 법을 지키나? 나라고 왜, 나만 왜 특별히 법을 지켜야 된다는 거야!”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차분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나한테도 좋고 거시적으로도 좋을 것 같은 요즘이다.
예자선 변호사ㆍ경제민주주의21 금융사기감시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