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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241223_비트코인과 대통령

2024년 12월 23일

비트코인과 대통령 

이번 칼럼 주제로 ‘비트코인’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계엄사태로 모든 관심이 그쪽에 쏠리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고, 그 중에서도 돈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대통령과 공통점이 있는데, 대중이 선택했다는 것과 그 영향을 모두가 같이 받는다는 점이다. 모든 사업이 정치의 영향을 받지만 비트코인은 유독 심하다. 바로 정치가 생긴 이유에 가장 가까운 상품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인터넷으로 계정을 만든 뒤 코드를 주고받는 프로그램이다. 그것을 거래하는 거래소가 생기면서, 계정을 만들지 않고 매도와 매수 주문으로 변동성 높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금세탁이나 탈세에 실질적으로 ‘쓸모’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거래소가 있어서 환전이 쉽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처음에는 주로 중국에서 채굴되고 있었는데, 중국 정부가 2017년 9월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그러자 중국에서 물량을 대거 처분하면서 본격적인 가격 상승이 시작되었다. ‘판매가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공식은 소비재에나 적용되는 말이다. 사업 동력이 생기면 마케팅을 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낸다. 중국 정부가 ‘자금세탁과 자본유출’을 이유로 비트코인을 금지했다는 사실은 묻히고, ‘독재에 저항하는 탈중앙화 기술’로 미화되었다.

그뒤 채굴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월가가 붙어서 비트코인은 더욱 상승하게 되었다. 투기적 금융자본의 특성은 그 자체를 사고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레버리지를 만드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 비트코인ETF가 그 예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MBS(Morgage bakced security,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증권)와 같은 원리이다. 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집값이 오르다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 월가에서는 MBS라는 금융상품을 제공했다. 은행은 신규 대출을 하면, 그 채권으로 증권을 만들어서 팔수 있었고, 그 돈으로 또 대출을 할 수 있었다. 미친 듯이 대출을 했다. 뒤의 얘기는 다 아는 바와 같다.

그러면 누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가? 2008년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핵심적 능력이 있는데 바로 MBS를 파는 능력이다. ‘복잡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어쨋건 고수익·저위험’이라는 느낌을 주니까 기관투자자들이 앞다투어 샀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서 ETF를 만드니까 그냥 오른다. 이런 능력은 ‘특별한 위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마케팅에 많은 사람이 넘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버블이라는 건 알지만, 그들이 주도하고 있으니 당분간 오를 것이라는 계산을 하게 된다. 우리는 ‘나중’ 보다 ‘지금’에 반응하고, 특히 돈 문제는 상대적이라서 남과 비교한다. 폭락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미래 가능성이고, 사지 않아서 남이 더 부자가 되는 것은 당장 보이는 일이다.

이것이 법이 필요한 이유이다. 사익을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문명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 손이 나쁜 손이 되는 것까지 놔두면 생태계의 건강을 해칠 것이다. 개인의 미시적 입장과 사회의 거시적 이익을 조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오를까’를 생각할 때 ‘거시적 영향’을 생각하고 대응하는 업무도 필요해서 정부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산업이 커질 수록 오히려 가상자산을 적극 옹호하는 쪽으로 바뀌어왔다.

그 이유는 ‘정부’라는 것은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입법 행정 사법 중앙과 지방의 정치라는 기능은 존재하지만, 개인들이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결과일 뿐이다. 그 사람들의 개인적 입장이 사회 건강을 해치는 문제에 대한 장치는 없다. 대통령도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지만, ‘대중’은 도파민 자극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인생 철학에 따라 각자도생하는 세상이다.

예자선 변호사ㆍ경제민주주의21 금융사기감시센터 소장  

출처: https://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46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