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 언론속의 경민21

[뉴스웍스]250629_불장 코스피, 한국경제 저성장 위기의 구세주가 될까?

2025년 06월 29일

불장 코스피, 한국경제 저성장 위기의 구세주가 될까?

 

조혜경 경제민주주의21 대표 

 

이재명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가 6월 16일 공식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두 번째 대선 본선 도전인 데다가 능력을 인정받은 행정가 출신이라 정책공약에 대한 기대가 컸다. 무엇보다도 이재명표 탈이념·실용주의 성장 정책이 무엇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막상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 공개된 정책공약은 두루뭉술한 당위적 선언에 머물러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미완의 숙제를 넘겨받은 국정기획위원회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초유의 부처 업무보고 중단 사태와 이어지는 위원회의 호된 채찍질이 흡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회의 합의보다 절대우위에 있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보다 대통령 입이 훨씬 중요하다. 아직은 모든 게 안개 속이지만, 그간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반복했던 발언들을 쫓아가 보면 한 가지 확실한 것이 보인다. “전 국민의 투자자화”가 그것이다.

“1400만 개미와 함께, 5200만 국민과 함께 ‘코스피 5000’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실현하겠다”는 후보 시절의 메시지는 전 국민의 투자자화를 향한 진심어린 의지와 이 대통령이 그리는 진짜 대한민국의 ‘잘사니즘’ 실체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 확실한 메시지의 효과는 굉장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온갖 대내외 악재에도 아랑곳없이 코스피 지수가 무섭게 불타오르며 단숨에 3000을 돌파했다. 지금 증권가는 흥분의 도가니다.

상법 개정, 배당촉진 과세 개편, 주가조작 엄벌 등 증시 부양책 공약이 실행되기도 전에 주식 투자로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슈퍼 휴면 개미’ 대통령의 그 한마디로 억눌려있던 국장의 포텐이 터졌다. 이 대통령의 바람대로 5200만 국민이 증시에 뛰어된다면 코스피 5000이 대수겠는가? 게다가 대선 직전 기준금리 인하의 한국은행발 훈풍까지 가세해 은행에서 증권사로 쩐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역대 세 번째다.

첫 번째 쩐의 대이동은 ‘머니 무브’ 용어를 탄생시킨 노무현 정부 시절 적립식 펀드 붐이었고, 두 번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주린이’, ‘동학개미’ 유행어를 만들어낸 코로나 랠리였다. 세 번 모두 공교롭게도 민주당 집권 때다. 또 다른 공통점은 쩐의 대이동으로 증시가 불장이 되면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뛰어올랐다는 사실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증시도 뜨거운 상승장이 펼쳐진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불패 신화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증시는 그렇지 못했다. 코스피 5000 공약은 그 운명을 맞바꾸겠다는 것으로 망국적인 부동산 불패 신화를 끝내고 증시 불패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다. 그 바탕에는 강력한 증시 부양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돈을 증시로 돌리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 증시 부양이야말로 집값을 잡는 확실한 대안이라는 희망 섞인 믿음이 깔려있다.

전 국민의 투자자화를 이끌 두 번째 동력은 가상자산 시장이다. 국민연금의 코인 투자 허용을 포함해 가상자산 공약만큼은 시장 활성화 맞춤형으로 아주 구체적이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공개 발언으로 코인 업계에 힘을 실어주었으며,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가상자산 업계를 대변하며 스테이블코인 전도사로 활약 중인 인사를 임명했으니, 이보다 더 확실한 신호가 있을까?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돈은 일해서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자가 되려면 돈이 일하게 하라’, ‘돈은 버는 게 아니라 불리는 것이다’라는 재테크 시장의 교리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넘쳐나는 경제 유튜브 채널뿐만 아니라 레거시 언론까지 합세하여 주식·가상자산 투자 대박의 꿈을 응원한다. 재테크의 세상에서는 투자할 여윳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 부자되는 길에 뛰어드는 게 똑똑한 결정이다. 그 길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벼락거지’의 불행을 스스로 선택한 바보라 조롱받는다. 웬만해서 투자 포모(FOMO) 불안을 버텨내기 어렵다.

과거 두 번의 쩐의 대이동 때에도 주식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바보’ 지인이 이제라도 주식 투자를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을 보니 지금 분위기로는 전 국민의 투자자화가 헛된 기대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증시와 코인 시장이 아무리 불타올라도 경제 성장은 별개의 일이다. 경제가 성장하라면 노동과 자본을 사용하는 생산활동이 늘어야 한다. 다른 비법은 없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늘어 가계의 소득이 오르고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경제성장을 이끌어 낸다. 한국경제가 저상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 유동성은 넘쳐나지만, 그것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기형적 현상이 고착한 결과다. 부동산 자금을 다른 자산시장으로 흐트러뜨린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워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소비 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엄청난 규모로 뿌렸지만, 민간 투자와 민간 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부진한 상황은 계속되어 GDP 대비 민간 부문의 투자와 소비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실물경기가 고전하는 와중에도 코스피 지수는 3300까지 천정부지로 올랐고, 집값은 폭등하여 자산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그 대가는 5년 만의 정권교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출처 : 뉴스웍스(https://www.newswor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