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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240425_나는 얼마나 양보할 수 있나?

2024년 05월 6일

나는 얼마나 양보할 수 있나?

경제민주주의21 예자선 변호사 금융사기감시센터 소장

 

며칠 전 아침일찍 홍대 액세서리 가게 앞에 줄을 섰다. 평소 가지고 싶던 캐릭터 ‘햄짱’ 목걸이를 판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한 디자인당 딱 1개씩 총30개도만 팔기 때문에 문을 열자마자 30분 내에 다 팔린다고, 딸 아이가 일찍 가라고 조언했다. 햄짱의 가격은 개당 3만 7,000원. 가격보다는 싸 보였지만 너무 귀여웠기 때문에 나는 ‘싹쓸이 하겠다’는 각오로 액세서리 가게로 달려갔다. 일찍 간 덕분에 찜했던 모양 중에서 1개 빼고 다 진열대에 있었다. 나는 5개를 집어들고 아침 일찍 서두른 보람을 느꼈다. 다행히 구매 제한은 없었다. ‘또 오기 힘드니까 더 살까?’ 무심코 진열대를 보니 젊은 친구들이 고민하며 고르는 모습이 보였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린 친구들이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한 개 장만하려고 와서 열심히 고르고 있는데 웬 아줌마가 염치없이 사재기하는 걸로 보이겠다’ 그래서 고민 끝에 겨우 1개를 반납하고 결국 4개를 샀는데 돌아오는 마음이 무거웠다.

세대갈등은 결국 기성세대들이 압도적으로 큰 경제력을 가진 상태에서 양보를 안해서 생기는 돈 문제들일 것이다. 그 양보가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별거 아닌 것도 이리 어렵다니. 훔친 것도 아니고 내 돈을 쓴 것이지만 뭔가 불합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등’이나 ‘정의’가 아니더라도 순수한 ‘지속’을 위해서 기성세대의 양보를 강제하는 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후 한 경제연구소에서 주최한 한국사회 양극화 포럼에 참석했다. 포럼의 주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 고임금자와 저임금자의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으며, 동일노동을 하면서도 비정규직 신분이라서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경제적 곤란과 심리적 박탈감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것은 회사 대 노조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단체들에게도 새로운 과제이다. 발제자(한석호 전태일재단 전 사무총장)는 ‘3D 업종’ 같은 부정적 단어 말고, 모든 노동은 사회에 필요한 ‘괜찮은 일자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등’이 아니라 ‘참을만한 불평등’을 방향으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고를 ‘연대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사례로 부산 지하철 공사에서 정규직 노조가 임금인상율을 양보하는 대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받아낸 것을 들었다.

‘연대’와 ‘투쟁’ 모두 이해관계가 다른 주체들이 특정 쟁점을 놓고 타협안을 논의하는 것은 같지만 투쟁은 ‘나’와 ‘남’ 간의 협상이고, 연대는 ‘우리’끼리의 양보이다. 너와 내가 어째서 우리가 될까? 개별자가 존재함으로써 생태계가 유지되고, 하나가 무너지면 생태계가 지속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연대는 투쟁 보다 당연히 고려의 대상이 넓어진다. 생태계 구성원들을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바탕에서 개별 사안의 해법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임금 노동자 이슈였지만 재벌의 경영권을 존중하는 ‘차등의결권’ 인정까지 제안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현실은 얼마나 반대인가! 가상자산만 해도 경제 전체의 관점은 없고 사업자와 투자자 얘기만 하는 와중에 경제라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연대의 장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금전적 이익은 이익집단에서 나오기 때문에 연대를 외치는 자에게는 보상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속을 위해서는 이것만이 길이다. 앞으로는 이해관계 충돌에 관한 주제를 접할 때 드러나지 않았지만 관련된 플레이어들이 누가 있을지 한번 질문을 해봐야겠다.

원문출처: https://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42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