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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240621_좋은 취지로 모임을 하려니 장소를 내주시오

2024년 06월 21일

좋은 취지로 모임을 하려니 장소를 내주시오 

 

올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는데, 발행과 거래소 규제는 빠져 있다. 추가 입법 세미나를 준비하다가 미국 소식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장자산 발행 자체를 규제하고 있어 코인이 우리나라처럼 많지가 않다. 그런데 5월 22일 하원이 SEC의 가상자산에 대한 업무 권한을 빼앗는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21세기를 위한 금융혁신 및 기술법안'(Financial Innovation & Technology for 21 centry)이 바로 그것이다.

벌써 ‘역시 미국이 글로벌’이라며 이 소식을 반기는 글들이 눈에 띈다. 이로써 전부터 가졌던 의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다른 나라도 정치가 이상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인지 더 큰일인지 헷갈렸었다. 후회로 개학을 맞아도 다들 마찬가지라서 성적이 못 오를 뿐 떨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건지? 기후위기처럼 더 빨리 망하는 문제인지? 당연히 후자였던 거다. 지금도 아무것도 안하는 우리나라는 미국을 핑계삼으며 버티다 미국보다 먼저 망할 것이다.

결국 미국도 정치가 문제다. SEC와 시민단체들이 성토하고 있지만, 하원은 초당파적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원만 넘으면 바이든도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거부권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가상자산이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인이 투자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그냥 사업자가 부자이기 때문이다. 강 달러 주장자로서 비트코인을 비판했던 트럼프도 지지선언으로 돌아선지 오래다. 업계는 국회의원별로 등급을 매겨서, 찬성하면 TV 광고시간을 사주고, 끝까지 반대하는 자는 네거티브 광고를 한다. 그래서 의원들이 줄을 서고, 가상자산 전문 로비스트로 전업한 사람도 여럿이라고 한다.신기한 점은, 미국은 로비가 공식화되어서 이런 사실들을 찾아볼 수도 있고 기사도 나오는데 돈을 받은 사람들이 계속 자리를 잘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하나를 뽑게 되어 있으니, 모두 같이 돈을 받으면 유권자 눈치는 볼 필요가 없다. 점점 당내 자리싸움에 능한, 그런 성향의 사람들만 남는다.

이제 정치문제는, 평소 멍 때리다가 선거가 되면 어쩔 수 없다면서 계속 뽑아주는 우리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파벌 짓지 말고 정책만 논하라면서, 진짜 당파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우리 아닐까? 솔직히, 거짓말에 기반해서 세운 정책들을 구별하는데 관심을 쏟은 적이 있나?

정치가 변해야 하는데, 해결책은 “정치인이 XX하지 말고, OO해야 한다”라니. 남이 주어인 것은 대책이 아니라 원인일 뿐이다. 정치인들 입장에서 지금이 이득인데 왜 바뀌겠나. 정파든 계파든 자기들이 뭔가 투입해서 구축한 결과물이다. 지분을 차지해서 누릴 수 있게 됐는데, 나라 생각해야 한다고 개인적 손해를 감수하라고 하면 듣기싫을 것이다. 교회나 절에 불쑥 들어가서 “종교는 사랑이지요, 좋은 취지로 모임을 해야 하니 장소를 내주시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 건물을 비워주지 않는다고 모임을 못하는 것이 아니듯, 유권자인 우리가 문제의식을 크게 가져보자. 그런 걸로 지인들과 수다도 떨어보자. 사회문제나 정책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의 돈의 흐름을 떠올리면 전모를 꿰어 맞출 수 있다. 속세를 초월한 듯 보이는 불교에서도 사회문제에 직면하는 개인의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괴로움의 주된 원인이 마음에 있는 문제는 마음만 다스리면 되지만, 사회적 요인이 큰 문제는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지 않는 한 괴로움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법륜스님 ‘젊은 불자들을 위한 수행론’). 그럼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코인거래소와 그 산업이 유해성만 큰 것이 뻔한 현실인데, 기술과 혁신의 미사어구로 호위무사 노릇하는 정치인들부터 당파를 초월해서 떨어뜨려버리자!

예자선 변호사·경제민주주의21 금융사기감시센터 소장

출처 : https://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43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