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 유권무죄에 관하여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피고인’ 신분의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전례없는 일이라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헌법의 규정(헌법 제84조)의 해석과 적용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습니다만,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연이어 재판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당선 이전 이재명 대통령은 총 5개 형사 사건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아래 표 참조). 임기 시작 이후 이 대통령의 5개 재판 중 위증교사 재판,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대장동 재판, 관용차 및 법인카드 유용 재판 등 네 개의 재판이 중단되었습니다. 나머지 쌍방울 대북 불법송금 사건 재판 진행 여부는 오는 7월 22일에 열릴 공판준비기일에 해당 재판부가 결정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재판 무기한 연기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써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는 잠정적으로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통상적으로 국가원수에 대해서는 형사상 특권이 헌법에 보장되는데, 그 범위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미국을 제외하면, 재직중 직무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만 부여하고 직무와 관련이 없는 범죄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경우가 있고, 직무 행위에 대한 면책 특권에 더해 그 외의 범죄에 대한 불소추특권을 명문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에 대하여 재직 중의 소추만을 금지(공소시효도 정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헌법재판소(1995. 1. 20. 선고 94헌마246)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따라 일반 국민과는 달리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대통령으로 재직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재직 중에만 소추를 금지할 뿐, 형사상의 면책과 재직 후의 소추 금지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통령은 퇴임 후에 재직 이전과 재직기간 중 모든 범죄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러한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의 5개 재판은 퇴임 이후에 재개됩니다.
얼마 전부터 정치인에 대한 수사와 기소뿐만 아니라 법원 유죄 판결까지도 “정치적 보복”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정치인과 권력자를 법 위의 존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권에 따라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운명이 좌우되거나 뒤바뀌는 일이 벌어지며 법치주의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사법제도 개혁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동반 위기를 멈출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가 정치 검찰에 대한 해법인지는 의문입니다. 정치 검찰을 정치 경찰이 대체할 가능성에 속수무책이고, 제도적 분리로 인한 수많은 허점이 오히려 유권무죄를 더 고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6월 4일,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까지 증원하는 법안을 단독 처리하여 권력자의 사법부 장악 논란을 또 다시 자초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셈법에 따른 대법관 증원 시도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를 밀어붙인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대선 승리로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정부와 거대 여당 모두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 법 앞의 평등을 훼손하는 위험한 시도는 중단해야 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사법제도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 앞에 굴복하지 않는 사법부,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더 이상 통하지는 않는 공정한 사회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