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21, 삼성생명의 회계처리에 관해 금감원에 질의서 제출
경제민주주의21은 2025년 7월 28일 삼성생명 회계처리에 관한 두 건의 질의서를 금감원에 제출하였습니다. 첫번째 질의서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해놓고도 편입 이전과 마찬가지로 두 회사를 “남남”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이 타당한지, 두번째 질의서는 얼마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매각한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유배당 보험계약에 관해 인정받은 조건부 일탈 회계처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물었습니다.
만약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회계처리하고, 유배당 보험계약에 관한 일탈회계 처리를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삼성생명은 유배당 보험계약자에 수조원대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유배당 보험은 일반보험보다 더 비싼 보험료를 내고 그 대가로 삼성생명이 주식투자로 얻은 수익을 배당받는 상품이라 그렇습니다. 즉, 원칙대로 회계처리를 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주식- 이번에 자회사로 편입한 삼성화재 지분이든, 삼성그룹의 주력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이든 – 을 시가로 계산하여 평가차익을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배당을 해야 합니다. 그걸 하지 않으려고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돈 문제도 있지만, 삼성생명이 사활을 걸고 지금의 편법적 회계처리를 지켜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의 핵심고리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합니다. 쥐꼬리만도 못한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분구조 덕분입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로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최대주주,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9.76%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고객의 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사서 회사에 묶어두고 유배당 보험계약자의 배당 받을 권리를 빼앗아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라는 명성이 창피스럽습니다.
첫번째 고리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불병합병 논란입니다. 이 사태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로 이어져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았고, 이재용 회장은 뇌물죄가 인정되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아 감옥살이를 하다가 문재인정부 시절 수감 207일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하였습니다. 지난 7월 17일 불법합병 회계부정 관련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이 나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연금의 손해배상소송 등 민사재판, 금융위의 분식회계 제재에 관한 행정소송은 진행 중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닙니다.
두번째 고리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문제는 아직 시작도 못 한 상태입니다. 오늘 금감원에 보낸 질의서 2건의 회계처리도 문제지만, 삼성생명 회계처리 논란을 관통하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삼성 특혜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일명 “삼성생명법”입니다. 우리나라 보험업법 제106조는 보험사가 총자산의 3%를 넘는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삼성생명이 총자산의 3%를 훌쩍 웃도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은 보험업 감독규정에 주식·채권 계산 방식을 ‘시장가격’(공정가치)이 아닌 ‘취득 당시 가격’으로 정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주식을 놓고 산식의 분모인 총자산을 계산할 때는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분자인 주식소유금액을 계산할 때는 취득 원가로 하는 얼토당토않는 계산법으로 보험업법의 3%룰을 휴지조각처럼 만들어버렸습니다.
상위법인 보험업법에 아무런 위임의 근거가 없는데도 감독규정에서 보험사의 자산평가 방법을 임의로 정해 이재용 회장의 아킬레스건을 보호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행태는 단순한 특혜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자의적 법 집행을 막기 위해 하위 법규에 포괄적 위임을 금지하는 헌법 정신을 어기는 것입니다. 금융위도 국회도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년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경제민주주의21은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한 삼성그룹의 편법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금감원 질서를 시작으로 금융위와 국회가 법과 국제회계기준 원칙에 어긋나는 삼성생명의 비정상적 회계처리를 바로잡는데 적극 나서도록 목소리를 더욱 높여나갈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