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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240524_최고권력과 전문관료의 균형

2024년 05월 24일

최고권력과 전문관료의 균형 

 

지난 5월20일 “KC 미인증 직구 금지, 대통령실의 뒷수습”이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해외직구 일부 품목에 KC인증을 요구하겠다”는 정책이 발표된지 며칠 만에 번복된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대통령실에서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애쓰는 국민의 불편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정책으로 대통령은 보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수습하는 입장임을 강조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저가 상품들이 논란이 되기 시작하자 정부에서는 지난 3월 종합대책 TF를 발족했다. 국무조정실과 14개 부처가 참여해서 검토했고, 두 달만에 어린이, 전기, 생활화학에 해당하는 80개 품목에 대해서는 직구에도 KC인증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발표했던 것이다. 국내 제조사와 쇼핑몰은 이미 적용하고 있는 이 기준이 “국민이 애용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규제”인지, “안전과 기업 보호는 직구 이용자들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인지, 생각은 각자 다를 것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번복의 이유이다. 애초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용자의 불만이 예상됨에도 그 결정을 했을 때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이유를 설명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반대가 예상보다 거센 것을 본 대통령이 질책을 했고 없던 일이 되었다. 직구 규제에 대해서 광화문 시위와 모금을 위한 계좌 공개까지 진행될 만큼 반발이 거센 것은 사실이나, 직구가 절대 제한할 수 없는 성역은 아니다. 직구 온라인 몰을 이용하는 사람들만 이 정책의 이해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 산업, 무역, 규제 형평 등을 고려해야 하며, 여론으로 불리는 현상에 사업자들이 개입하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의 질책이라는 한마디로 결론이 뒤집히는 것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2017년 하반기 비트코인이 급등하면서 그해 12월 국무총리 주재 하에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대책 TF가 발족되었다. 2018년 1월 법무부장관과 금감원장은 가상자산거래소 폐지가 합의됐다고 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적 있습니까?”라는 거래소 폐쇄 반대 청원이 있었다. 대통령이 성급한 발표를 질책했다. 대안을 얘기했지만 아무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직구의 경우도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차단”한다는데, 실무상 불가능해서 방치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안도 다르고, 대통령도 다르지만 본질이 같은 문제이다.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정치적 입장에 연연하게 되기 쉬운 속성이 있다. 그런 개인의 격노, 질책, 뚝심이 여과없이 정책을 좌우하는 나라의 운명이 어떨지는 뻔하다. 다양한 직업들은 자연스럽게 분업을 하면서 국가라는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관료들도 각자 분야에 있어서 국가 전체의 이익을 검토하는 나름 중요한 직업이다. 최고권력과 전문관료의 역할에 존중과 균형이 있어야 생태계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을 논의하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여러 옵션들의 장단점과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근거까지 국민들에게 구체적이고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이란 ‘당면 문제에 대한 정부의 행동방침’이다. 문제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아무도 불만하지 않고 장점만 있는 해결책이란 없다. 정부가 보도자료는 많이 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이런 훌륭한 일을 했다’는 기업 홍보물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많다. 전모 관계를 설명하고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번거롭고 내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치인이 행정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자기의 업무를 지키면서 국익을 지키는 길은 이제 국민과의 소통뿐이다.

예자선 변호사 경제민주주의21 사법감시센터 소장 

출처 : https://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43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