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이재명 수사’ 단초 제공한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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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허구’, 김혜경 법카 유용은 ‘公的 재산의 私有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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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김경율 하면 ‘노빠꾸’ 떠올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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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1일 페이스북에 ‘성남의뜰(대장동 사업 시행자),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 천화동인(투자자) 중간 정리’ 글 올려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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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공적 지위 이용해 사익 챙긴 사건’… 최대 피해자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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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골수 운동권… 조국·윤미향 사태 계기로 20년간 활동한 참여연대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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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연대, 정의구현사제단, 민주당, 국힘 등 反지성주의·민족주의 기인한 속성이 극우 ”
7부 능선은 넘은 것 같다. 식상한 표현을 빌리자면, 검찰의 ‘칼끝’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리키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토건 비리로 불리는 대장동 사건이 여기까지 온 데는 김경율(金經矞·53) 회계사의 공(功)이 크다.
(중략) ‘샹그릴라(이상향)는 세상에 있을까요?’라는 페이스북 글이 시작이었다. 이후 김 회계사는 개인 7명이 총 3억5000만원을 투자해 그 1100배인 4040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간 ‘대장동 미스터리’를 1년 반 동안 물어뜯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구속기소한 뒤 이 대표 소환조사 작업에 나섰다. 앞서 한 달 전에는 이 대표의 선거자금 명목으로 8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기소했다. 이 대표 최측근이 모두 재판에 넘겨진 셈이다.
“이재명, 법의 심판 받아야”
― 최근 김용, 정진상이 구속되면서 시일 내 이재명 대표도 소환될 거라는 얘기가 나오더군요.
“소환 조사하지 않겠습니까. 좀 늦어진 감이 있는데, 그동안은 아무래도 야당 대표라는 지위가 감안되지 않았겠나 싶어요. 아무리 검찰 조직이라도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 이 대표는 측근인 정 실장이 기소되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는데요.
이 대표는 그러면서 “검찰은 저를 직접 수사하겠다고 벼르는 모양”이라며 “10년간 털어왔지만 어디 한 번 또 탈탈 털어보시라.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 이재명은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유의 말장난이죠. 결국 계좌를 통한 게 아니니 물증이 없다는 건데, 대장동 세력들의 현금 거래 정황이 많이 드러났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포착된 것들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핵심 인물들의 진술이 나오고 있는 이상 혐의는 피하기 힘들 거라 생각해요. 특히 김용, 정진상의 구속영장 신청서에도 여러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이재명 대표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고 봅니다.”
대장동 개발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9만 평에 5684가구를 지어 분양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14년 당시 성남 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가 설계한 사업이다. 매출 4조원, 비용 2조원, 이익 2조원 규모다.
사업은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 업체와 공동으로 특수 목적 법인 ‘성남의뜰’을 설립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성남의뜰 전체 지분의 50%는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시)가 보유했다. 사건의 핵심은, 지분보유율 50%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3년간 1830억원(30%)을 배당받은 반면, 고작 7%의 지분을 보유한 민간주주(화천대유 1%, SK증권 6%)가 같은 기간 4040억원(70%)을 가져갔다는 거다. 화천대유는 김만배가 지분 100%를 소유했던 자산관리회사고, SK증권은 김씨와 그가 모집한 투자자 6명으로 구성된 ‘특정금전신탁’이다. SK증권이 실제 소유주가 아니라 SK증권에 ‘성남의뜰에 투자해달라’고 돈을 맡긴 투자자 7명(천화동인)이 주인이라는 의미다. 천화동인 1~7호 소유주는 각각 김만배, 김만배 지인, 김만배 지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조현성 변호사, 배모 전 기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4040억원의 택지 조성 배당금 말고도, 대장동 지구 15곳 중 다섯 지구의 아파트 분양 사업권을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가져갔다. 다 합치면 이들이 거둔 수익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公的 지위 이용해 私的 이익을 챙긴 사건”
김 회계사는 지난 2021년 9월 11일 ‘성남의뜰(대장동 사업 시행자),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 천화동인(투자자) 중간 정리’라는 제목의 글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때 성남의뜰 지분 관계를 살피다 SK증권이 특정금전신탁으로 보유한 3억원과 ‘천화동인’ 1호부터 7호까지 전체 투자액 3억원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 대장동 사건을 초등학생도 알 정도로 쉽게 요약하자면요.
“공적(公的)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이용해 사적(私的) 이익을 챙긴 사건. 4조 중 대략 2조가 누군가에게 흘러갔다. 그 누군가가 이재명일 가능성이 크다.”
― 검찰 또한 ‘이 돈이 선거 자금으로 쓰였다’고 수사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왠지 결정적인 ‘한 방’은 없다는 느낌인데요.
실제로 검찰 안팎에서는 관계자 진술 등 간접 증거가 아닌 물증을 가지고 이 대표를 소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부동산 개발엔 결국 ‘인허가권’이 중요합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라는 기초자치단체 인허가권이 이용된 사업이에요. 기초자치단체서 이뤄진 사업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이 어떤 역할을 했겠습니까. 스스로 대장동은 본인이 설계했다고 한 것만으로도 이재명 대표 혐의는 뚜렷하다고 봅니다.”
― 만약 김용과 정진상이 입을 열지 않으면요.
“작년 초 상황에서는 유동규, 남욱도 입을 안 열었잖아요. 이미 유동규, 남욱 등이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술하지 않으면 죄가 마지막 사람에게 몰리게 되겠죠. 결국 입을 열 거라 봅니다.”
“대장동 최대 피해자는 국민”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
지난해 12월 6일, 이재명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취임 100일을 맞이해서다. 그는 “가장 민주당답고 이재명다운 길을 걷겠다”고 했다.
― 이재명 대표는 막상 초연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겉으로 그래 보여도 실제로는 힘들 겁니다.”
― 대장동 사건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이 누굽니까.
“국민이라고 봐야죠.”
― 잠재적인 피해 아닙니까.
“좀 더 정확히는 성남시민의 공익이 훼손된 거죠. 여기서 공익이라는 건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당 등의 형태로 가져왔어야 할 실질적 금액인 거죠. 크게는 1조~2조, 최소한 천화동인 1~7호의 약 404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이 사실은 성남시 금고로 들어왔어야 하는 겁니다.”
― 이재명이 2030 여성들, 이른바 ‘개딸’에게 인기 있는 이유가 뭘까요.
“모르죠. 우선 ‘개딸’들의 실체를 모르겠어요. 실은 4050 여성이라는 말도 들리고요. 대선 때 박지현 위원장 영입과 함께 2030 여성들의 합류는 분명히 있었을 것 같긴 한데, 그분들이 이후 ‘개딸’이라는 형태로 움직이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 혹시 ‘재명이네 마을(개딸을 주축으로 한 이재명 대표의 팬 카페)’에 가입했습니까.
“전혀요. 제 페이스북에 카페 글을 캡처해서 올린 적은 있습니다.”
― ‘개딸’은 최근까지도 “대장동은 민간 사업자에게 1조가 넘는 돈을 고스란히 줄 수 있는 사업이다. 이재명이 25억을 투자해서 5500억원 수익을 얻어서 성남시 빚을 갚고 시민들에게 나눠줬다”고 주장합니다.
“개딸들의 뇌피셜”
“개딸들의 뇌피셜이죠. 흔히 시행사업이라는 게 세 가지입니다. 지주 작업, 인허가 작업, PF 자금 조달. 지주 작업의 경우 수용이라는 형태로, 인허가는 성남도시개발공사라는, 사실상 성남시가 주체가 돼 공적인 영역에서 해결한 겁니다. 대장동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첫 번째, 두 번째가 해결되면 PF 자금이 금융권을 통해 들어오지 않을 리가 없는 거죠. 이걸 온전히 민간업자가 한다? 결코 수익을 장담 못 합니다. 5500억원의 공공 수익을 가져온 최대 치적이다? 그건 상당 부분 기부채납 등으로 얻은 수익이에요. 어떤 민간 기업이고 부동산 개발에 참여하면 공원, 터널 등 공공시설을 설치해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 기부채납 하게 돼 있습니다.”
― 대장동 사건의 마무리는 어떤 그림일까요.
“물리적 수사에 있어 우선 자금의 흐름을 파악해야겠죠. 또한 지금 검찰 수사는 성남 택지 분양 사업에 대한 것이지 아파트 분양 관련은 뚜껑을 열지도 않았어요. 아파트 시행사 선정에 있어서도 많은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고요. 법적 영역에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단죄가 있어야겠고, 이후 기초자치단체에서 벌어진 공공의 시행 영역과 관련 사후 대책 마련까지 심대하게 논의된다면 그 무렵이 아닐까 싶네요.”
김경율 회계사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光州)에서 자랐다. 연세대 철학과에 입학 후, 운동권 학생이 됐다. 화염병을 던졌고, 수배자 생활도 했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장장 20년 동안이다. 집행위원장까지 맡았다. 론스타 먹튀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다스 비자금 사건 등 거대 정치·경제 권력 비리를 파헤쳤다. 편의상 설명컨대, 한평생 ‘좌측통행’을 한 셈이다.
급커브를 튼 건 지난 정권 때다. 조국 사태가 발단이었다. 그는 “조국 가족 사모펀드 사건을 권력형 범죄로 봐 조국 장관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는데, 참여연대에서는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면서 “과연 ‘이 단체가 뭘로 움직이나’ 회의를 갖게 됐다”고 했다.
2019년 9월 29일 새벽 ‘조국은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드셨다’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업무를 잊은 참여연대는 부끄러운 줄 알라’는 독설을 페이스북에 쏟아낸 뒤 참여연대를 박차고 나왔다. 지난 2021년에는 ‘조국 흑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도 공저(共著)했다.
2022년 5월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시민사회, 이른바 진보적 시민사회는 깨끗이 초토화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대해 조국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은폐, 조작, 조직의 無力化’
‘은폐, 조작, 조직의 무력화(無力化)’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전형적인 ‘3단계 전법(戰法)’의 행태도 꼬집었다.
“대장동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냐면, 처음에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를 비롯한 여러 언론과 시민단체의 지적에 의해 은폐한 게 드러나게 되니까, 이제부터 조작을 합니다. ‘대장동의 주범은 윤석열이다.’ 이런 뜬금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껄입니다.”
이 대목에서 야당 의원들의 호통과 야유가 쏟아졌다.
“3단계에서는 이를 조사하기 위한, 수사하기 위한 조직들을 무력화시킵니다.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대통령 친인척 비위 행위를 감찰하기 위한) 특별감찰관, 없었습니다. 권력형 범죄에 대해, 경제범죄에 대해 어떻게 했습니까? 수사기관 무력화했습니다.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 없앴습니다.”
― 인사청문회 반응이 뜨거웠죠.
“국회에서 나올 때 욕 엄청 많이 먹겠구나,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되게 놀랐어요. 국민들의 바람이라는 게 있구나, 좀 더 잘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덮어주고 넘어갔던 걸까”
― 지난 정권 때 특히 자금 흐름을 좇아야 하는 사건들이 많았어요.
“작게는 조국 사모펀드 사건이 그랬고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같은 사건들이 자금 흐름을 좇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내야 하는 사건들이었죠.”
― 라임·옵티머스는 수사에 진척이 거의 없는데요.
“이런 사건들은 특수부가 할 수밖에 없을 텐데, 특수통들이 모두 이재명 대장동에 집중돼 있으니까요. 대장동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라임·옵티머스도 반드시 파헤쳐야 할 권력형 비리로 봅니다.”
― 조국 사태를 계기로 참여연대를 나왔는데, 몸담은 20년 동안은 해당 진영의 위선(僞善)을 단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던 겁니까.
“때때로 반추(反芻)해봅니다. 19년 동안 못 봤던 걸 1년 만에 본 건지, 혹은 19년 동안 없었던 모습이 2019년에 나타난 건지. 후자는 아닐 겁니다. 그러면 과연 19년 동안 내가 진짜 몰랐던 걸까, 혹은 나도 모르게 덮어주고 넘어갔던 걸까. 여기서는 후자가 맞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어 “그런 측면에서 반성도 한다”고 했다.
― 몸담은 20년간은 그 단체의 어떤 가치를 공유했던 걸 텐데요.
“넓게 뭉뚱그리면 진보적 가치라는 거였죠.”
― 그 ‘진보’라는 게 뭐지요.
“과거처럼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식으로 진보의 개념을 확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고요, 그람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지적·도덕적 우위. 저는 시민사회도 넓은 의미에서 정치의 영역이라고 보는데, 정치적 영역에서 지적·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도덕적 우위는 차치하고 지적 우위라는 건, 요컨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거예요. 공존, 공생하기 위한 과제죠. 예컨대 기후위기와 저출산, 저성장 문제 같은 게 있을 수 있겠죠. 물론 ‘답’은 없을지라도 모색하는 과정을 밟는 것, 그게 진보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과거에는 참여연대 내 지식인들이 이를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죠. 그런데 조국·윤미향 사태로 인해 지적 우위의 기반인 도덕적 우위 자체가 휩쓸려 나가버린 거죠.”
― 우리나라에 진보 정당이 있나요.
“그게 의문인 거죠. 과거 약 20년간 정당 투표는 항상 정의당에 했습니다. 지금은 민주당 2중대가 돼버렸죠. 자신의 정체성(正體性)을 회복 내지는 만들어내려고 노력은 하는 걸로 아는데, 이미 민주당화가 돼버린 지금 진보당이 있느냐, 글쎄요. 어렵네요.”
‘진짜 진보’ 위한 경제민주주의21
그는 이렇게 외로이(?) ‘진짜 진보’를 추구하는 중이다. 2019년 12월 ‘경제민주주의21’을 설립한 것도 이래서다. 김 회계사는 “경제민주주의는 모든 시장 참여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경제적인 시장 영역으로 정치적 민주주의 원리를 확장하는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건전한 비판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 우리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그 잘못됨을 지적해야 할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권력에 아부하고 이권이라는 부스러기에 매달리는 것을 지켜봤다. 이에 우리는 다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 권력과 재벌로 상징되는 경제 권력에 대한 감시의 눈과 입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물론 ‘변절자’라는 소리도 듣는다. 이에 그는 “좌든 우든 권력을 감시하는 것일 뿐”이라 답한다.
― ‘권력 감시’라는 목적이 더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뭐랄까, 솔직히 화천대유에 곽상도 전 의원이 엮여 있어 다행이다 싶었어요. ‘김경율은 민주당만 팬다.’ 이런 얘기 듣기 싫었어요. 누구든 잘못이 있으면 지적할 겁니다. 지금 정부·여당도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다수가 지적하듯 극우화(極右化)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최근 국민의힘을 보면, 민주당의 극단적 속성에 조응하는 형태예요. 양극단의 모습들 가운데 합리적 중도의 목소리는 매몰되고 있고요.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이런 극단적인 지형을 이용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도이치모터스, ‘특검’ 외칠 사안인가?”
― ‘극우’라는 표현을 부연하자면요.
“적어도 대한민국에 한해서 특징 지어보면, 반(反)지성주의, 그리고 민족주의적 감성에 기인한 속성이죠. 그런 차원에서 지금의 민주당 또한 상당히 극우적이라 봅니다. 탄핵집회에 나선 촛불연대, 정의구현사제단도 저는 극우라고 생각해요. 굳이 정도를 따지면 민주당이 더 극우적인 속성이 많다고 보는데, 이런 형태가 국민의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참고로 저는 국민의힘 쪽에 네트워크가 전혀 없다가, 조국 사태 이후 몇 분과 대화를 나눠봤는데, ‘국힘은 역시 국힘이구나’ 싶었어요. 시민사회 활동은 결국 자료 싸움입니다. 통상 접근하기 어려운 자료들은 국회에서 나오죠. 과거 민주당과 정의당의 협조 정도를 6~10 정도로 보면 국힘은 1~2 정도밖에 안 됩니다.”
― 경제민주주의21 대표로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어떻게 봅니까.
“사건을 볼 때는 팩트 파인딩에 기초해야 합니다. 김건희씨나 윤 대통령의 장모가 주가 조작을 했다는 건데, 아직까지 그런 사실이 없는 사건이죠. 검찰에서 10년 가까이 수사했잖아요. 특히 문재인 정부 말기에는 대대적으로 수사를 했죠. 혐의가 있다면 기소가 됐을 겁니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같은 데서 교묘하게 작전주 차트를 띄워놓고 현혹시켰지만 결국 그들의 주장은 ‘김건희씨가 상담사 직원과 전화 통화로 주가 조작을 했다’는 건데,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심지어 주가 조작을 주장하는 인사들에게 근거 자료도 요청해봤어요. 안 주더라고요. ‘구하려면 쉽게 구한다’는 말만 하고요. 쉽게 구한다니, 찾아봤거든요? 없어요, 어디에도.”
그는 “무엇보다 윤 대통령과 결혼 전에 있었던 일”이라면서 “과연 (야당) 국회의원이 플래카드를 들고 ‘특검’을 외칠 사안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김건희씨가 주가 조작범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당연히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김어준 방송은 ‘뉴스’ 아니라 ‘쇼’”
― 말이 나와서 그런데, 2018년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적이 있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주제였는데, 그때는 이상한 점을 못 느꼈나요.
“‘너 이제 와서 그런 말 하느냐’고 할 수도 있는데, 김어준 방송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대화의 흐름이 정해져 있고, 어떻게든 이를 맞춰나갑니다. 각론은 중요하지 않아요.
예컨대 대화를 하다가 저한테 그래요. ‘5 더하기 3은 7이니까요.’ 그러면 속으로 ‘8인데’ 할 거 아녜요. 근데 그걸 막상 지적을 못 합니다. 김어준이 막 리듬 타면서 말을 하고 있는데 ‘7이 아니라 8이죠’ 하면 이상해져요. 어쨌든 그날의 대화 주제는 정해져 있고, 그에 따른 서사를 써 내려가는데, 애초에 서사는 감정선을 자극하는 것이니, ‘8’이라는 팩트는 중요하지 않은 거죠. ‘8’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날의 서사가, 그날의 방송 전체가 찌그러지는 것이니 출연자들은 대부분 김어준의 말에 추임새를 넣는 역할만 하다 끝나는 겁니다.
결론은 김어준 방송에는 안 나가는 게 정답입니다. 괜히 ‘진실’을 전하겠다는 생각으로 나갔다가 결국 꼬이게 돼요. ‘뉴스’ 채널이 아니라 ‘쇼’인 거죠. 김어준 쇼.”
“김혜경 법카 유용, 이재명 비리 의혹의 전형”
지난해 11월 7일에는 《맞짱, 이재명과의 한판》이라는 책도 냈다. 서민 단국대 교수와 함께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김혜경씨 법카 불법 유용,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기업 후원금 의혹 등 이재명 대표의 5대 사법리스크를 분석했다. 1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2쇄를 찍었다.
― 출간 후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가 걸려오지 않던가요.
“안 오던데요. 그 전에도 온 적 없고요.”
― 2021년 9월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죠. ‘도지사 부인이 법인카드 좀 썼기로서니 너무 괴롭히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금액 규모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됩니다.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은 공적 재산을 사유화(私有化)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비리 의혹의 전형이에요. 이재명 대표는 이를 ‘정치의 사법화(司法化)’라고 했지만, 한동훈 장관 말처럼 사실 이건 ‘사법의 정치화’로 봐야 할 문제입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이라고 하는데 ‘공적 자금 유용’이라는 사건에서 범죄화할 수 있는 액수가 그만큼 남은 것뿐이고, 더 심각한 건 사적 채용 문제죠. 경기도 공무원(배모씨)을 전적으로 본인 수발에 이용한 건데, 법인카드 횡령, 관용차 렌트 비용, 배모씨가 성남시청과 경기도청에서 근무하면서 받은 11년 치 급여 등 국고손실액이 5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압니다. 기초자치단체에서 이 같은 범죄가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왜 통제가 안 되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해요.”
― 책에 ‘이재명은 내가 싸운 누구보다 더 악(惡)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구절이 있더군요. ‘악’의 정도는 어떤 기준에서 산정한 건가요.
“한때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세 명(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중 이재명이 가장 호감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일련의 사법 리스크를 지켜보면서 상당히 극단적이고 극화(劇化)된 인물이라 느껴지더군요. 자신의 욕구와 권력을 위해 많은 것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이미지화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인물이 과거에 있었나’, 돌아봤더니 처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올랐어요. 한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본인의 욕구를 그대로 표출했다는 점에서 이재명과는 다르더군요. 이재명은 본인의 욕구와 실체들을 숨기고 공익과 선(善)의 이미지로 포장했잖습니까.”
그는 “10년 전에 사놓고 안 읽혀서 덮어둔 《히틀러 평전》을 요즘 읽고 있다”면서 “그렇게 안 읽히던 책이 요즘은 술술 읽힌다. 누군가를 대입(代入)해서 보니 그렇더라”고 했다.
“이재명은 우리 사회에 이제까지 없었던, 상당히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만일 현세대에서 ‘악’이라는 게 형상화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거죠.”
“싸움은 누구 하나 죽일 각오로 하는 것”
― 만일 이재명 대표에게 다섯 가지 사법리스크가 없다면, 그는 좋은 정치인일까요.
“글쎄요, 그런 모습을 다 빼면 이재명에게 뭐가 남을까 싶네요.”
―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에게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박용진·이상민·조응천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김해영 전 의원 등이 소셜미디어·언론을 통해 이 대표의 정치적 책임론을 제기했다.
“국회의원으로, 헌법기관 구성원으로 당연한 움직임이라 생각합니다. 설혹 그분들이 이른바 ‘난파선상의 쥐’여서, 미래 대비 차원에서 한 말일지라도요. 조금 기대하자면, 이로 말미암아 민주당에서 이재명이라는 상징적 인물이 사라지면, 당이 더 나빠질 일은 없겠다는 겁니다.”
― 이 ‘맞짱’은 언제까지 뜰 생각입니까.
“고깝게 들릴 수도 있는데, 싸움은 누구 하나 죽일 각오로 하는 겁니다. 특히 상대가 대기업이나 거대 권력인 경우 대충 싸우면 죽어도 못 이겨요. 전치 4주, 8주 흠집 내자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그러다가는 제가 지거든요.”
― 이 싸움에서 아직 안 깐 패가 있습니까.
“패 숨기고 완급 조절하면서, 저쪽 반응 떠보고 이러는 건 성향상 안 맞아서요.”
― 그런 각오씩 하고 싸우는 궁극적인 이유가 있다면요. 왜 이렇게까지 할까 싶기도 해요.
“내가 미친놈이라서, 돌아이라서, 혹은 공명심이 넘쳐서라기보다, 남 탓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데 이 사회가 신사적으로, 주어진 방법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민사회를 둘러싼 정치 지형이, 거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려면 소리 지르고 싸울 수밖에 없는, 저 같은 괴물을 만들어낸 거죠.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일개 ‘더탐사’를 상대로 소송하냐고 하죠. 저는 이해해요.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됐거든요. 악다구니 쓰지 않으면 순화되고, 포획되는 사회가 된 거죠.”
“‘타협’ 몰라서 국회는 못 간다”
― 시민사회 영역에서 앞으로의 구상은요.
“시민사회의 주축이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86세대예요. 영역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누누이 ‘진보적 가치를 지닌 시민사회는 있어야 하고, 거기에 남겠다’고 했는데, 특히 조국 사태를 거치며 지적, 도덕적 자산이 다 허물어진 지금, 불타버린 시민사회의 폐허 속에서 알맹이를 찾으며 실존적인 고민을 해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 만약에 화천대유 대주주와 같은 제안이 온다면 잡을 건가요.
“하하하. 잡을 수 없죠. 그러면 안 되죠.”
― 왜죠? 머리 아픈 ‘실존적 고민’ 같은 거 안 해도 될 텐데요.
“제가 한 개인이라면, 그래도 도덕의 범주 안에서 움직이겠지만, 예컨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에 투자해서 돈 벌 기회가 온다면, 할 겁니다. 그런데 화천대유는 범죄 모델이에요. 그 구조를 안 이상, 개혁운동을 한다는 시민단체의 일원이 그러면 안 되죠.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특히 대기업, 혹은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어떠한 금전적 이득도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분명히 했습니다.”
혹자는 그에게 정치를 하라고 한다. 김 대표는 “이럴 때 ‘타협’이라는 걸 몰라서 국회는 못 간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김경율, 하면 ‘노빠꾸’를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번 시작하면 물러서지 않는다는 의미라서다.
원문출처: http://m.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H&nNewsNumb=20230110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