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文정부 검찰재벌개혁의 본 모습
지난 9일에는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두 가지 일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 수사·공판 중간결과’를 오전에 발표한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오후에 열린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결정된 것이다.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이 발주한 매출채권 등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약 1조2천억 원의 자금을 모아서 실제로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주식회사의 2대 주주가 대표로 있는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 등을 사들였다. 이후 이 회사들은 투자금을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 부실채권 인수,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 등 위험자산에 투자해왔고 선순위 투자자들의 펀드 돌려막기에도 이용했으며 개인 선물옵션 투자 등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을 일컫는다. 이 대목에서는 핸드폰을 주문했는데 붉은 벽돌이 박스에 실려 왔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옵티머스 사건이 세간에 화제가 된 것은 법인등기부등본에 적힌 등기이사들과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의 면면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재직 경력, 문재인 대통령 특보 출신, 조직폭력배 전력 등 화려할뿐더러 권력형 비리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와 같은 의혹은 옵티머스 사태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김 아무개씨가 작성한 이른바 ‘펀드 하자치유’ 문건에 등장하는 ‘옵티머스 고문단’, ‘기타 조력자 및 SPC 고문들’의 윤곽이 드러나자 더욱 증폭됐다. 고문단으로 알려진 명단에는 전직 경제부총리와 전 검찰총장 등의 이름이 있었고, 실제 고문으로 일컬어진 인물들이 정관계 주요 인사들을 만난 것도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의혹들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금융감독원 검사를 연기할 목적으로 펀드 운용 상황과 고문단의 역할 들을 과장해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고, 실제 위 문건에 기재된 인물들로부터 옵티머스 사모펀드 운용 및 판매와 관련하여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는 점이다. 또 옵티머스자산운용(주)의 주요주주일 뿐 아니라,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한 회사의 최대 주주였던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에 대해서도 의법처리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 모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사건을 전후해 상장사의 사외이사로도 재직했고 무자본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와중에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옵티머스 관련 로비스트로부터 집권 여당 모 후보는 정치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사무실 임대보증금 2천700만원 및 1천260만원 상당의 가구, 복합기 임차료 등을 받았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수사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한 당시 비서실 부실장에게 혐의가 덮어졌을 뿐, 정작 당시 당대표이자 현재 대통령 선거 유력후보인 인사는 증거 불충분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실로 우스운 일이다. 수많은 정관계 인사가 로비스트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주요 피의자의 구체적인 문서로 드러났음에도 누구 하나 기소된 바가 없다.
저녁나절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소식이 들려왔다. (중략) 이 부회장이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유는 경영상의 어떤 이유가 아니라 순전히 개인적인 목적 ‘승계’를 위한 뇌물을 제공한 것이고 회사로부터 횡령한 것이라는 점이다. 언필칭 총수라고는 하나 고작 3% 안팎의 지분을 가지고서 개인적 이해관계를 불법적으로 실현하고자 회사의 금고에 손을 대고 최고 통수권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점에서 정상참작의 여지라든가 재고할 여지는 없다.
사건의 경위가 이러할진대,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대표,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언론을 통해 가석방의 당위성을 읊고 또 그를 위한 심사기준까지 개정하고야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자칭 ‘재벌 개혁의 전도사’를 앞세워 시민사회를 비롯한 국민의 경제민주화 요구에 대해 “조급하다”고 힐난했을 뿐더러 “일관되고 꾸준한 재벌개혁 추진을 했고 새로운 방법론도 확립”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8월9일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의 성과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원문출처 :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6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