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언론의 자유와 피해구제를 위한 법률로
원점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통과, 여당의 대선 대비한 무리한 행보
-
전문가 의견과 여론을 담지 않은 편향적이고 무책임한 태도
-
규제 미비한 SNS,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제외하고 언론사만 규제
-
정부 스스로도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 부정하지 않아
1.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강행 통과된 가운데 이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미디어 환경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변화(의안번호 2100874)”, “잘못된 보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의안번호 2103112)”등 제안 이유로 거론되어 온 명분들은 일부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후반기 국회 법사위가 야당으로 전환되기 직전 총 16개 안을 통합한 개정안이 여당 의원들의 주도 하에 처리된 것은, 법의 도입 취지와 입법 전망을 넘어서 내년 대선을 대비한 언론개혁이라는 의제를 주도하기 위해 강행한 것으로 비쳐진다.
2. 이러한 밀어붙이기식 언론중재법 통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소위 언론개혁과 실제 오보에 따른 피해구제를 위한 법리는 다르며, 이 사이에 여당은 전문가 의견과 여론수렴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된다. 즉 언론기관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갖고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허위·조작보도’, ‘징벌적 손해배상’, ‘기사의 열람차단’ 등을 담고 있으며, 이는 정부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에 개입하고 사전에 통제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지난 6월 30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전문가 의견청취 회의의 자료집에는 개정안에 언론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또한 “언론사 자체를 직접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규정들을 정비하여 언론 환경이 바로 잡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고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사후적인 피해 구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담겨 있다. (https://bit.ly/3CagAEJ) 뿐만 아니라 가짜 뉴스의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찬성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여론을 반영하고자 했다면, (https://bit.ly/3rPJgxT) 여당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려는 헌법의 기본 원리 내에서 해당 법안의 순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의견을 반영하여 보다 더 신중하고 성실하게 임했어야 할 것이다.
3. 또한 이번 개정안은 인터넷 신문과 뉴스 서비스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여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를 갖는다지만 이 역시도 양가적이다. 인터넷 뉴스 사업자,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를 포함하여 기성 언론사와 사업자에 의한 피해 보상을 명시하면서 정작 현행법상 규제가 미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1인 미디어 등은 여전히 제외되었다. 언론중재위원장이 직접 나서 “기성 언론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잘못된 유튜브 보도로 피해 입은 사람은 일반 민사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다.”고 하며, (https://bit.ly/3rVAEWO)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이처럼 SNS,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의 허위·조작보도가 가짜 뉴스의 사각지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해당 법안을 통과한 점에 대해 기성 언론계에서 전면적인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4. 실제로 지난달 27일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의 속기록을 보면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정부 스스로도 유례가 없고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전문가, 업계도 비판하고 정부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강행 처리될 것이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전제를 바탕으로 법체계에 맞는 피해구제 방안을 확립하는 것을 우선하도록 하여 다시 원점에서부터 논의해야 할 것이다. 끝.
첨부: ED210806_논평_언론중재법,_언론의_자유와_피해구제를_위한_법률로_원점에서_다시_논의되어야_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