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는 부르고
5조원 걸린 론스타 소송 증인은 안 부른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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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시민단체 “국민들은 지갑만 준비했다가 나중에 돈만 내면 되나”
12일 경제민주주의21·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 3개 시민단체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론스타 봐주기 국정감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앞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론스타 사태와 관련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를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증인 수에 대한 제한이 걸리자, 배 의원실 측은 김 전 위원장의 불출석 가능성을 높게 보고 다른 증인을 신청하고 전 교수만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정무위원회는 끝내 전 교수를 참고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면서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ISDS 소송을 냈다. 청구액만 46억8천만달러, 약 5조5천500억원으로 한국 정부에 제기된 ISDS 중 가장 큰 규모다.
만약 정부가 패소하게 된다면, 배상금은 세금으로 충당될 전망이다. 거액이 걸려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론스타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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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ISDS의 쟁점은 론스타 측 주장대로 금융당국이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시켰는지, 또 당국의 개입으로 인하된 가격에 외환은행을 매각함으로써 론스타 측이 손해를 입었는지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강제 매각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법적 불확실성’이 있었으므로 정당하게 심사를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또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는 론스타가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후 협상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하나은행과 재협상한 것에 불과한 것이며, 금융당국이 매각 가격 인하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른 쟁점은 금융당국이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ISDS에서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시중은행의 주식을 일정비율을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지난 2011년 일부 언론과 정치권 등에선 론스타의 일본 내 골프장 관리회사 PGM 홀딩스를 들어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는 비금융주력자 문제를 확인하고도 문제 제기를 포기하고, 징벌적 매각명령에 대한 법적 권한이 있었다고 함축하면서도 이 조치를 내리지 않는 등 비일관적인 대응으로 론스타의 논리적 공격을 자초했다는 게 이들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는 점이 확인되면 소송 자체가 각하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렇듯 의문점 투성이임에도 이번 국감에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배경으로는 정부의 입김이 지목된다. 문제를 제기할 경우 ISDS 중재 판정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3개 시민단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달 정치권에 론스타 문제를 지적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자료를 배포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패소할 경우 정부가 배상금을 내야하는데 결국 세금에서 충당될 것인 만큼, 사실상 국민이 소송 당사자다”라며 “감정섞인 비난이 아니라 론스타의 아픈점을 지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적절한 소송전략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다”라며 “지는 걸 보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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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행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가 증인 채택조차 하지 않으면서 이 문제를 막으려고 하고 있다”라며 “이 정부의 모토가 공정과 정의인데, 왜 이렇게 숨기려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정무위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빠르게 진상을 밝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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