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가덕도’로 가릴 수 없어
선거용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폐기되어야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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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전 평가 꼴찌 가덕도를 불가역 법제화하려는 아무런 근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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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법무부, 기재부 등의 위법성 우려와 지적 무시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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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 선거의 발단인 성범죄, 가덕도 신공항으로 가려지지 않아
1. 지난 19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결되었다. 곧 국회 법사위원회를 거쳐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2016년 6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두고 고심하다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짓는 김해 신공항안을 발표함으로써 일단락되었던 동남권 신공항 논란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기화로 다시 불붙었다.
2. 지난해 11월 17일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발표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김해 신공항안을 백지화하고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기정사실로 하는 특별법을 발의하였다. 검증위의 재검토 결론만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곧바로 가덕도가 새로운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확정된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진선미, 서울 강동구갑)이 제안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은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 신공항 건설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는바,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부산 가덕도로 입지를 확정하여 신속하게 신공항 건설을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선포하였고,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가덕도 신공항을 되돌릴 수 없는 국책사업이 되도록 법제화할 것”이라 공언하였다(http://bit.ly/2OSP3TY).
3. 백 보를 양보하여 김해 신공항 건설의 근본적 검토 결론을 인정한다고 해도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신공항 사전타당성 평가 당시 김해, 밀양에 밀려 꼴찌였던 가덕도를 아무런 근거도 없고, 사전 검증도 없이 최적의 입지인 것처럼 못 박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반민주적인 정치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각종 이유를 붙여 “김해신공항 건설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해 놓고선 정작 가덕도 신공항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자며 무모한 대규모 국책사업의 남발을 제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 무시하겠다는 것은 후안무치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권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미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작년 7월까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대규모 재정지출 사업비가 88조1396억원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전 기간 면제된 사업비(83조9278억원)보다 4조원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http://bit.ly/3pCeaHu).”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예타를 생략해 버려 국민 혈세 22조를 낭비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던 것이 무색할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주특기인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행태에 다름 아니다.
4. 이러한 졸속 처리에 대한 비판이 외부에만 있지 않고 정부 부처에서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선정과 관련하여 국토부는 “공항은 가능한 여러 대안 검토를 거쳐 입지를 결정한 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특별법이 그러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법무부는“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라는 개별적·구체적 사건만을 규율하는 개별 사건 법률로서 적법 절차 및 평등원칙에 위배될 우려”를 표명하였고, 기재부는 “예타는 예산 낭비 방지 등을 위해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미리 검증하는 제도로서 반드시 예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덕도신공항이 미래의 “적폐”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여러 부처가 제기하는 위법성 우려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5.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시민의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여당 소속 시장의 성범죄로부터 비롯되었다. 어쩌면 가덕도 신공항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만으로도 더불어민주당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수 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스스로 만든 당헌을 지키라는 요구가 빗발치던 때에 비하면 말이다. 다시 한번 부산 시민과 국민이 판단할 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