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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임찬종 기자 <이수진씨, 판사 출신 맞습니까?>

2020년 02월 3일

<이수진 씨, 판사 출신 맞습니까?>​

자신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정한 ‘물의 야기 판사’ 출신이고,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이수진 전 판사가 오늘(3일) 아침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했습니다. “[단독] “블랙리스트 피해 판사”라더니, 명단에 없었다”(2020. 01. 31. SBS 8뉴스 보도)라는 기사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가 맞으며, 자신에 대한 비판은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의 억지”라고 말했더군요.
[시선집중] 이수진 前 판사 “내가 블랙리스트에 없다? 사법농단 세력의 주장”

인터뷰 스크립트를 읽어보면서 과연 이수진 씨가 판사 출신이 맞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판적 보도에 대해 자기 입장을 밝히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도 법관이었던 분이라면 기초적인 수준의 논리성은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그런지, 하나 하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이수진 씨에 대한 SBS 보도 내용의 핵심을 간단히 요약하겠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취재파일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단독] “블랙리스트 피해 판사”라더니, 명단에 없었다 (SBS 8뉴스 / 2020. 01. 31.)
[취재파일] 이수진-이탄희, ‘법복정치인’들의 말은 진실일까? (SBS 취재파일 / 2020. 02.02.)

1. 이수진 씨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수진 씨는 자신이 ‘물의 야기 판사’였으며, ‘블랙리스트 판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은 사실이 아닙니다.​

2. (블랙리스트 문건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와 별론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10여 명의 법관들이 인사 불이익 피해자로 기재됐지만 여기에도 이수진 씨의 이름은 없습니다.​

3. (블랙리스트 문건에는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와 별론으로) 실제로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 것은 이수진 씨의 주장일 뿐입니다. 이수진 씨의 피해 주장에 대해 법원 내부 진상조사 과정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사가 이뤄졌지만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기사 내용에 대해 이수진 씨는 오늘 아침 “시선집중”에서 “저에 대한 그 소문을 굉장히 이제 거짓으로 흘리고 있고 그 다음에 몇몇 언론사 또한 사실을 굉장히 비틀고 왜곡해서 저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기사들을 내고 있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김종배 진행자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없다.’라는 보도를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수진 씨는 “그것도 마찬가지죠. 설명을 드릴까요?”라고 하면서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이수진 씨는 “행정처 문건들에 피해자로 적시돼 있는 물의 야기 법관으로 이렇게 내용이 기재가 돼 있는 법관들을 불러서 피해자 진술을 다 받았고 저 또한 전보 발령 난 것 때문에 피해자 진술을 했죠.”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사실관계를 교묘하게 섞은 발언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수진 씨의 이름이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수진 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물의 야기 법관” 문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이수진 씨가 자신에 대한 이례적 전보 발령이 부당한 인사 불이익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조사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수진 씨의 피해 주장의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죠.)​

그런데 이수진 씨는 “물의 야기 법관”으로 기재돼 있는 법관들이 검찰에서 피해자 진술을 했다는 사실에 이어서 자신도 전보 발령 받은 것 때문에 피해자 진술을 했다고 말해, 엄밀하게 구분하면서 듣지 않으면 마치 이수진 씨도 “물의 야기 법관”으로 언급된 법관들과 거의 동일한 이유로 조사를 받은 것처럼 인식될 수 있도록 말했습니다. 일부러 이랬는지, 아니면 본인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확실한 건 이수진 씨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건 “물의 야기 법관” 문건과는 관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이런 저런 말을 해도, 이수진 씨가 블랙리스트 문건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분명한 사실을 흔들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이수진 씨는 “억지를 부리면서 블랙리스트에 없다, 예를 들면 공소장에 피해자로 안 돼 있다고 하는데 그 한국일보에 났던 그 리스트에 있었던 여러 법관님들이 다 공소장 피해자로 기재된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이 피해자가 아닌 건 절대 아니죠. 공소제기를 하는 건 검찰 재량이고 기소 유지에 따라서 재량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가 아닌 게 아니에요.”라고 주장합니다.​

이수진 씨의 이름이 검찰 공소장에 피해자로 언급돼 있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는 이수진 씨가 ‘블랙리스트 피해자’가 아니라는 또 하나의 정황일 뿐일 뿐입니다. 더 중요한 핵심은 이수진 씨의 이름이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검찰 공소장 기재가 유일한 기준이 아닌 것은 맞는데, 이수진 씨는 검찰 공소장 기재 여부와 관계 없이 블랙리스트 문건에 이름이 없기 때문에 “물의 야기 판사”가 아닌 것입니다. 이수진 씨는 자꾸 자신이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돼 있다는 한국일보 기사 이야기하는데, 취재파일에서도 말했지만 그 기사 내용은 틀린 것입니다. 당시 여러 언론사가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대해 수백 건의 보도를 쏟아냈지만, 이수진 이름이 그 명단에 들어가 있다는 보도는 한국일보의 기사 한 개에 불과합니다. 왜 자꾸 관련된 내용이 잘못된 것으로 확인된 기사를 언급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

또, 이수진 씨는 “한국일보에 났던 그 리스트에 있던 여러 법관님들이 다 공소장 피해자로 기재된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이 피해자가 아닌 건 절대 아니죠.”라고 말했는데, 한국일보에 났던 그 리스트에 있던 법관들 대부분은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된 분들입니다. 이수진 씨는 아니고요. 블랙리스트 문건(“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되어 있는데 검찰이 공소장에 언급돼 있지 않은 분이 있다면, 그 분은 검찰의 판단과 관계 없이 물의 야기 판사’, ‘블랙리스트 판사’라고 주장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수진 씨는 아닙니다. 원래부터 문건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검찰 공소장이 ‘물의 야기 판사’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는 기사와 관련 없는 주장을 하는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수진 씨가 ‘물의 야기 법관’아 아닌 이유는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이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공소장에 언급하지 않았다는 건, 그 사실을 보충하는 정황일 뿐이고요.​

이수진 씨가 관련 없는 주장을 이어가자 김종배 진행자는 기사의 핵심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 질문을 했습니다. “물의 야기 법관이란 제목의 문건은 있는데 거기에 판사님 이름이 올라갔는지 안 올라갔는지 사실확인 혹시 해보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이수진 씨는 “당연히 저는 피해자고 피해자로서 그때 진술을 했고 했기 때문에 그 블랙리스트에 저를 넣고 안 넣고는 상관이 없고 그건 검찰 마음이고 또 사법농단 세력은 당연히 피해자가 아니라고 지금 당연히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라고 답했습니다.​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수진 씨가 엉뚱한 이야기를 하며 동문서답을 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이름이 올라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저는) 피해자로서 그때 진술을 했기 대문에 그 블랙리스트에 저를 넣고 안 넣고는 상관이 없고 그건 검찰 마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이름을 넣고 안 넣고를 결정한 건 검찰이 아니라 문건을 작성한 법원행정처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수진 씨 이름은 거기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이수진 씨의 이름을 넣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수진 씨는 마치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킬지 말지를 검찰이 결정한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검찰이 인정해주지 않아서 자신의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이 어떻게 논리성과 진실성이 극도로 중요한 판사직을 수행했는지 정말로 의문입니다.

이수진 씨는 또 “당연히 저는 피해자고 피해자로 그때 진술을 했고 했기 때문에” 본인은 ‘블랙리스트 판사’가 맞다고 주장합니다. 이수진 씨. 본인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고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수진 씨의 ‘인사 불이익’ 주장은 이수진 씨의 주장일 뿐입니다. 이수진 씨의 주장에 대해 법원 내부 진상조사나 검찰 수사에서 조사가 이뤄졌는데, 한 번도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이수진의 주장이 인정이 안 된 것입니다.​

왜 이수진 씨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았는지 자세히 얘기해볼까요? 취재파일에도 썼지만 이수진 씨가 남들이 3년 동안 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이례적으로 2년 밖에 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부당한 것인지 아닌지가 핵심 쟁점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수진 씨는 ‘법원행정처의 법관 인사 정책을 비판하는 공개 토론회를 막아달라’는 고위 법관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례적 인사 조치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법원행정처 실무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근무 성적이 평균보다 객관적으로 좋지 않고, 근무태도가 좋지 않으며, 정치권에 진출하겠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어서 나쁜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

실제로 이수진 씨에 대한 인사 평가가 담겨 있는 문건에는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오른 판사들에 대한 평가와 달리 사법행정에 반대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고, 근무 성적과 태도 등에 대한 언급만 있습니다. 토론회를 막아달라고 요구했던 인사로 이수진 씨가 지목한 관련자들도 이수진 씨의 주장과 다른 이야기를 했고요. 이런 이유로 법원 내부 진상조사단과 검찰은 ‘부당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수진 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내린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수진 씨가 ‘나는 사법행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 피해를 받았다.’라고 주장하면 다른 사람이 ‘아 그러시군요.’라면서 모두 인정해야 합니까?​

마지막으로 이수진 씨에게 경고합니다. 이수진 씨는 저하고 통화할 때도 “‘저쪽’에서 흘렸냐?”라면서 이른바 ‘적폐세력’ 또는 ‘적폐판사’들이 저에게 기사를 내도록 정보를 주거나 사주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통화에서도 저 역시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비판적으로 보도했으며, 기자의 비판적 취재에 대해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며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했죠. 그런데도 이수진 씨는 오늘 지상파 라디오 방송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몇몇 언론사 또한 사실을 굉장히 비틀고 왜곡해서 저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기사들을 내고 있더라”면서 “제가 이제 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주도하는 민주당에 입당하고 나니까 그 개혁을 반대하고자 하는 분들이 이제 지금은 억지를 부리면서 블랙리스트에 없다.”라고 주장한다고 말했습니다. ​

이수진 씨의 주장을 거꾸로 제가 돌려드리죠. 자신에 대한 비판을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억지’라고 규정한 이수진 씨의 말이야 말로 심각한 명예훼손입니다. 이수진 씨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 보도는 공직에 나서려는 정치인, 그것도 얼마 전까지 법관이었던 ‘법복정치인’의 말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거짓되거나 과장된 발언에 대해 공적 책임을 묻는 정상적이고 꼭 필요한 언론 보도일 뿐입니다.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분이 자신에 대해 불리한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사법농단 세력’이라든지 ‘개혁에 반대하고자 하는 분들의 억지’라고 몰아붙이는 행태는 어디서 배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수진 씨는 “물의 야기 법관”도 아니었고,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인사 불이익을 받은 분도 아닙니다. 이수진 씨 본인은 법원행청처 측의 요구를 거부해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본인의 주장일 뿐 법원 내부 진상조사에서나 검찰 조사에서나 인정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본인의 허위 발언에 대한 비판 보도를 반개혁 세력의 억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 누구입니까? ​

판사를 그만두자 마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만으로도,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사법농단 비판 관련 경력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이수진 씨는 이미 법관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상당 부분 허물었습니다. 오늘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이치에 닿지 않는 소리를 계속할 경우, 법관의 합리성이나 진실성에 대한 믿음까지 훼손될 것입니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국민에게 진실만을 말하기를 권고합니다.

<출처 및 원문 링크 : 임찬종 기자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jong.yim/posts/268217460515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