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전자정부 인공지능조차 내로남불?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를 목표로,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과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 등 디지털 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세계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구현을 약속하였다. 이에 대해 박영선 민주당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최고의 전자정부”라 밝혔고 삽시간에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민원서류 발급과 제출에 있어 굳이 정부기관을 찾아가지 않고 온라인 공간에서 해결한 경험으로 미루어 박영선 위원장의 발언에 상당히 공감 가는 면이 있다. 문제는 전자정부의 인공지능이 운용과정에서 학습했는지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을 그대로 체득했다는 것이다. (중략) 국방부는 이달 11일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장남 이모씨가 과거 군 복무 중 인사명령 기록을 남기지 않고 장기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특혜 입원했다는 의혹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병력 일일보고와 관련해 “공군 병력일일보고는 보존기간(1년) 경과로 해당내용은 현재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록 사립학교 재단이어서 정부의 그것과는 다르겠지만 역시 이재명 후보 장남의 고려대 입시 의혹과 관련해 입학 당시 전형 자료 요구 및 질의에 고려대학교는 “서류 보존 기간의 경과로 인해 자료가 파기돼 입학 전형관리실에서 회신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2012년 수시전형으로 고려대 경영학과에 들어간 입학자료는 학교에 남아있지 않다는 의미다.
국방부나 고려대학교 모두 서류 보존기간을 지났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병력일일보고나 대학의 입시 전형 관련 서류는 두 조직 운영의 공정성과 적절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서류일 것이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서류를 스스로 폐기했다는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중요치 않은 법조문 그것도 지키기 위해 굳이 폐기했을까 싶은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으로 국민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스스로 버린 셈이다. 더군다나 많은 문서가 전자적 형태로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 미뤄보면 더더욱 미련해 보이기조차 하다.
전자정부 인공지능에 이렇게 실망하다가도 또 희망을 살리는 뉴스를 접하게도 된다. 1987년 그러니까 35년 전이지만 사망진단서, 말소자 등본, 토지폐쇄등기부등본 등을 훌륭히 전자적으로 보존 및 생산해내는 사례가 그것이다. 어제 14일 자 민주당 강득구 의원 주장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장모 최모씨가 1987년 남편 김모씨 소유의 토지를 매각하면서 최소 4억원의 상속세를 피하려고 김씨의 사망일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 주장의 요지는 실제 사망일(1987년 9월 24일)을 속여서 뒤(1987년 11월 24일)로 늦추고 실제로는 사망하고 서류상으로만 살아있는 기간에 부동산을 매매하여 상속세를 탈루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부동산 특히 그 중 토지를 상속세 신고하는 데는 공시지가를 이용한다. 반면에 상속개시 시점 이전 즉 고인이 돌아가시기 이전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였다면 부동산이 현금화돼 시가로 평가되는 수밖에 없다. 애초 부동산 보유를 가정한 상속세 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명백하다. 강 의원의 주장을 쫓다 보면 조작 증거라며 제출한 토지폐쇄등기부등본을 접하게 된다. 서류에는 소유권 이전 원인을 1987년 12월 14일 매매라 적고 있고 접수 일자도 같은 날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강 의원이 주장하는 실제 사망일이든 조작된 사망일이든 부동산 이전은 둘 모두 사망 시점 이후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매체는 이달 10일자 기사에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2020년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배우자의 채무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부부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는 서초동 삼풍아파트의 등기부등본에는 배우자 진모 변호사의 명의로 채권최고액 기준 1억8000 만 원의 채무가 현재까지 존재한다. 그럼에도 한동훈 부원장은 2020년 고위공직자 재산신고는 물론 2021년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도 배우자의 채무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채권최고액이라 함은 금융권 채무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지 않다. 채무를 상환하고도 향후 금융거래의 편의를 위해서라든가 얼마든지 남겨 놓을 수 있다.
여기에서 다시 전자정부의 위력이 발생한다. 고위공직자의 금융기관 자산과 채무는 공직자재산등록시 자동입력되는 방식이어서 누락이 불가능하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두 사례 모두 전자정부가 밝혀낸 오보 및 실수라 할 것이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출처 : https://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99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