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이재명 업무추진비 사용처에 과일가게 있었다”
…李측 “사비 영수증 제출할 것”
- 경기도지사 업무추진비 2021년 9월 집행내역 보니…다래원, 과일가게 등 사용처 적시돼 있어
- 김경율 “제보자 진술과 상당히 일치…업무추진비로 구입 의혹, 아니면 영수증 제출하면 될 일”
- 민주당 관계자 “이재명 개인카드로 산 기록 남아 있고 확인했으니 입장문 나간 것” 의혹 일축
- “추후 감사 들어가면 사비로 산 영수증 기록 제출할 계획…감사와 수사 결과 지켜봐 달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도청 의전팀 공무원들이 이 지사의 친인척 선물, 성묘 차례상 준비 등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친척 명절선물은 후보 사비로 추가 구매했고 직원에게 직접 배송하라고 한 사실 또한 없다. 성묘 관련 물품도 모두 사비로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성묘 관련 물품을 사비가 아닌 업무추진비로 구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고, 민주당 관계자는 “감사에 들어가면 사비 영수증을 다 제출할 것”이라며 의혹을 다시 부인했다.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김경율 회계사는 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작년 추석을 앞두고 이 후보의 성묘 차례상을 준비하는 데 경기도 공무원들이 동원됐다고 주장한 제보자의 말을 듣고, 경기도지사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찾아보니 과일가게에서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내역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계사는 이어 “이런 자료를 근거로 봤을 때 과일가게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는 제보자의 진술과 상당히 일치하는 면이 있다”며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이 후보가 성묘 관련 물품을 업무추진비로 구입한 것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회계사는 “해당 과일가게는 경기도가 지난 해에만 4000만원 넘는 업무추진비를 쓴 곳으로 알려졌고, 해당 과일가게 주인은 당시 결제 방법이 기억이 안난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이 후보가 성묘 관련 물품을 주장하는대로 사비로 샀다면 개인카드 영수증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촉구했다.
2021년 9월 23일 경기도지사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경기도청 캡처
실제로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작년 9월 23일 이 후보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확인한 결과 ‘추석연휴 비상근무자 격려 경비 지출’을 위해 다래원 등에서, ‘생활치료센터 근무자 격려 경비 지급’을 위해 과일과게에서 물품을 구입했다고 사용처를 적시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에 근거한 정부의 ‘2021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지자체 업무추진비는 ‘클린카드’란 이름의 법인카드로만 쓰게 돼 있다. 이를 사적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 법인카드로 산 물품이 성묘 차례상과 같은 개인적인 용도로 쓰였다면 국가재정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공무원 카드를 사적으로 써서는 안되는 것은 공직자의 기본이자 상식”이라며 “상식적으로 도지사 4년을 한 사람이 친인척 선물 사는 것을 구분하지 않았겠느냐”며 업무추진비 유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성묘 관련 물품을 사비로 산 영수증 기록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시에 이 후보가 개인카드로 다 산 것인데, 기록들이 남아있고 확인을 했으니 입장문이 나간 것”이라며 “추후 감사에 들어가면 제출할 계획이고 감사와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앞서 SBS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청 별정직 7급 공무원 A씨는 작년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총무과 5급 비서 배모씨로부터 “지사님 친척 분들에게 배달해야 한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았다. 다음 날 배씨가 몇몇 주소를 전달했고, A씨는 총무과 “의전팀에서 받은 메모”라며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사진을 보면 ‘명절 선물’이라는 제목 아래 친익척과 이들이 사는 장소, 선물 품목이 적혀있다. ‘장모님’ ‘둘째 형님’ ‘막냇동생’에게는 고기를 보냈고, ‘여동생’과 ‘처남’에게는 과일만 보냈다. (중략)
이 후보의 성묘 차례상 준비에도 공무원들이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포착됐다. 배씨는 “지사님 추석 성묘 가신다고 하시니 제사 준비해서 챙겨야 한다”고 밝혔고, A씨는 “과일가게에 어떻게 주문할까요?”라고 되물었다.
A씨는 배씨의 지시에 따라 한 과일과게에서 과일과 대추, 밤 등을 받았는데, “경기도에서 왔다”고 말하면 가게 직원이 장부에 기록하고 물건을 줬다고 전했다. 해당 과일과게는 경기도가 지난해에만 4000만원 넘는 업무추진비를 쓴 곳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