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투자’, 나는 무엇에 투표하는가?
예자선 변호사ㆍ경제민주주의21 금융사기감시센터 소장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대통령 선거가 코 앞이다. 국민들도, 후보들도 모두 경제를 말한다. 그런데 전부터 진짜 이해가 안 됐던 것이 있는데, 대통령 선거든, 국회의원 선거든, 하다못해 지방선거라도 하면, 그때마다 왜 경제에 해로운 정책들이 나올까?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경제에 나쁜 공약을 한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의 재정 문제. 많이 걷고 적게 지급하는 길밖에 없을 텐데, 선거 때는 하던 논의도 중단된다. 코인 문제도 그렇다. 사기가 심각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암시장 거래가 커진 상황이다. 이제는 규제 얘기가 나올 법도 한데, 선거 앞에서는 어림없다. 서로 가상자산 대통령이 되겠다는 판이다. 무안 공항 사고로 많은 지방 공항이 적자임이 드러났는데, 여기저기 또 뭘 짓는다고 한다.
“경제를 잘 몰라서”, “어디서 돈을 받아서”라고만 생각하면, 물론 그런 부분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표를 받는 데 불리하다면 계속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나쁜 경제에 투표하는가?
여기서 중요한 개념의 혼동이 있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경제’와 ‘투자’이다. 경제는 ‘생태계’를 보는 것이고, 투자는 ‘내 자산’을 본다. 경제에서는 돈이 건강하게 도는 것이 좋지만, 투자에서는 나한테 쌓이는 것이 좋다. 경제와 투자는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 유동성 등 같은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하다고 착각할 뿐, 시야와 목적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경제가 아니라 투자이다. 그래서 정치인들도 투자를 얘기하고 있었다. 주가를 5000으로 만들겠다는 것도, 비트코인 ETF를 허용하겠다는 것도, 세금은 줄이고 혜택은 늘린다고 하는 것도 모두 경제가 아니라 투자의 관점이라고 생각하면 이제 의문이 풀린다.
사람들이 워런 버핏을 ‘현자’라고 하는 이유도 경제가 아니라 투자를 잘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만 해서 세계 제1의 부자가 될 수 있는 경제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주식을 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기에, 모두에게 공평한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부 좋아하는 투자가 곧 경제라면 좋으련만, 둘은 방향이 다르기에, 사람들이 투자에 몰두하는 경제는 좋을 리가 없다. 제도의 목적은 투자 심리로부터 생태계를 지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니, 투자만 말하는 후보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경제를 말하는 후보를 찍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라가 남아나야 투자도 있지 않겠는가.
출처: 법률방송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