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범죄행위 이후에 설치된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소고
2020. 01. 20.
지난 2020.1.1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제4차 공판에서 정준영 판사는 자신의 요구로 삼성이 재판과정에서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양형 사유로 참작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미국 연방양형기준을 적용할 경우 준법감시위원회 설치가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 감경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는 미국 연방양형기준을 올바르게 적용한 것이 아니다. 이하에서는 왜 정준영 판사의 주장이 잘못된 것인지를 살펴 본다.
- 사실 관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하 “이 부회장”)은 자신의 승계 문제를 유리하게 해결할 목적으로 삼성전자 돈을 횡령하여 최서원(일명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에게 승마용 마필을 구입하고 훈련비를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재판은 지난 2019.8.29.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어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이며, 지난 2020.1.17. 현재 제4차 공판까지 진행되었다.
- 정준영 부장판사의 발언
(1) 제1차 공판시의 발언
정준영 판사는 2019.10.25.의 제1차 공판에서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하다면서도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참조하여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 내부의 준법감시 제도(compliance program)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준영 판사의 보다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다고 전해진다.
“오늘 공판 마치기 전에 몇 가지 사항 덧붙이고자 합니다.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 시작된 지금 이 시점으로서는 이 사항[아래에 언급하는 몇 가지 사항을 말하는 것으로 그 중 첫 번째 사항이 이번 소고의 쟁점인 준법감시위원회 부분임] 재판진행이나 재판결과와는 무관함을 먼저 분명히 해둡니다.
이 사건 수사와 재판 위해 많은 국가적 자원이 투입됐습니다. 또 이 사건에서 밝혀진 위법행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국민적 열망도 큽니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삼성그룹이 이 사건과 같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
첫째,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범죄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효적인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중략] 실효적인 준범감시제도는 하급기관 비리만 방지하는 게 아니라 고위직 임원과 기업총수의 비리행위도 방지할 수 있는 철저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와 관하여는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과 그에 따른 미국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실효적 감시제도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하 생략]”
(2) 제4차 공판시의 발언
정준영 판사는 2020.1.17.의 제4차 공판에서 제1차 공판에서의 발언을 번복하고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 사유로 활용할 것같은 취지로 발언한 뒤, 그 실효적 운영을 위해 3인의 전문심리위원을 통해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이중 양형 사유 활용과 관련한 발언 번복 부분의 워딩은 다음과 같다고 알려졌다.
“오늘 변호인 측에서 제출해주신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제도. 이 부분.. 이 부분은.. 기업범죄 양형 기준의 핵심적 내용으로 1991년 제정된 미국의 연방양형기준 제8장에 언급된 양형 사유입니다. 여기 의하면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합니다. 미국연방법원은 기업범죄로 재판 받는 기업에 대해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명하고 전문가를 통해서 그 시행과정을 평가하고 감독했습니다. 통계를 보면 2002년 2016년 사이 연방법원은 무려 530개의 기업에 대해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명령했다고 합니다. 다만 이런 제도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즉 실효적으로 운영돼야만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 미국 연방양형기준 (US Sentencing Commission Guidelines Manual 2018) 상의 준법감시 및 윤리 프로그램의 적용 조건
(1) 자연인과 법인에 대한 양형의 근본적 차이
미국 연방양형기준에서 자연인(natural person)과 법인(광범위한 개념으로서 양형기준 내에서는 조직(organization)으로 지칭함. 이 소고에서는 자연인과의 대비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법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함.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잠재적으로 연루된 삼성의 계열사는 모두 법인이므로 아무런 실질적 왜곡은 없음.)의 양형 기준과 절차는 근본적으로 상이하다.
미국 연방양형위원회(US Sentencing Commission)의 위원장(chair)인 Diana E. Murphy가 2002년에 Iowa Law Review에 기고한 논문
(https://www.ussc.gov/sites/default/files/pdf/training/organizational-guidelines/selected-articles/Murphy1.pdf) 을 보면 이와 같은 차이점이 잘 나타나 있다. 자연인에 대한 형벌이 처벌(punishment)과 무력화(incapacitation)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에, 법인에 대한 형벌은 원상회복(restitution)과 벌금(fines)이 핵심을 이룬다.
형량을 정하는 절차도 상이하다. 미국에서 자연인에 대한 양형은 먼저 양형의 기본 범죄 수준(baseline offence level)을 정하고, 가중 혹은 경감 사유를 살핀 다음, 다른 범죄와의 경합을 고려하고, 과거 범죄 경력을 고려하여 최종 양형 범위를 도출한다. 그러나 법인에 대한 양형은 완전히 다른 절차를 거친다. 범죄의 결과에 대한 원상회복(restitution)이 가장 먼저 나온다. 이 원상회복은 공식적인 형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가장 먼저 나오고, 만일 해당 피고 법인이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모든 재정적 자원을 다 소모한다면 형벌, 즉 벌금은 부과하지 않는다. 자연인에 대한 원상회복 명령은 양형의 가장 마지막 요소인데, 법인에서는 원상회복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는 점은 미국 연방양형기준이 자연인과 법인에 대한 처벌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른 지를 잘 보여준다.
법인이 원상회복을 이행하고도 재원이 남는다면 그 때는 공식적인 형벌인 벌금액의 산정에 들어간다. 먼저 해당 범죄에 상응하는 기본 벌금액을 표에 의해 결정한 후 과실 점수(culpability score)를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중 사유와 감경 사유가 등장한다. 만일 범죄행위 시점에 잘 작동하는 준법감시 및 윤리 프로그램이 존재했다면 그것은 감경사유가 된다. 그러나 회사의 최고 임원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런 프로그램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감경에서 제외한다. 또한 회사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자본시장을 상대로 조작을 시도했다면 그런 것은 가중 사유가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산출된 과실 점수는 기본 벌금액에 곱해질 배수(multiple)의 크기를 결정한다. 최종 벌금액은 기본 벌금액에 위 배수를 곱한 금액이 된다. 이런 산정에 따라 벌금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이후에 만일 피고 법인이 아직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법원은 이를 갖추도록 요구할 수 있다. (Murphy(2002), pp. 705-706 참조.)
(2) 미국 사베인-옥슬리 법(Sarbanes-Oxley Act)이 초래한 변화
2000년대 초반 미국은 엔론(Enron)사의 회계부정이라는 엄청난 스캔들을 경험했다. 이 회계부정은 잘 나가던 회사였던 엔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회계적 조언을 담당했던 아더 앤더슨(Arthur Anderson)을 모두 경제계에서 사라지게 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회계부정을 겪은 후 이를 방지하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사베인–옥슬리법(Sarbanes-Oxley Act of 2002)이었다. 사베인-옥슬리법은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면서 회계책임자 및 회사 최고 경영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양형기준도 사베인-옥슬리법의 개정 취지에 맞게 개정되었다. 개인의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은 강화되었고 특히 금융시장이나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키는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은 대폭 강화되었다. 문제는 이처럼 자연인의 경제 범죄에 대한 형량이 강화되면서 법인 쪽에 부과되는 형량, 즉 벌금액도 급증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 연방양형기준의 전통이나 사베인-옥슬리법의 취지나 모두 법인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그 구성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단순한 처벌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에 따라 자연인에 대해서는 강화된 처벌을 하면서도, 법인에 대해서는 만일 잘 작동하는 준법감시 제도가 있다면 이를 반영하여 선량하게 행동하는 법인(“good corporate citizen”)에 대해서는 벌금액이 지나치게 급증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 연방양형위원회의 부위원장(vice chair)인 John R. Steer의 2003년 글 (https://www.ussc.gov/sites/default/files/pdf/training/organizational-guidelines/selected-articles/Steer-PLI-2003.pdf) 중 pp.21-22의 인용문은 이런 배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t]o the extent that the fraud guideline penalties for individual defendants are increased pursuant to implementation of Sarbanes-Oxley, the fines for many future de-frauding corporations also will be increased substantially. [중략]
The Commission asked the Advisory Group to focus principally on those features of the organizational sentencing guidelines that provide substantial mitigation of the otherwise applicable fine for “good corporate citizens” that operate an “effective compliance program.”
위 인용문은 자본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회계책임자나 CEO 등 자연인은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면서도, 유효한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선량한 법인”(good corporate citizens)에 대해서는 벌금액을 경감시켜주자는 연방양형기준의 취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3)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의 기본 내용
여기서는 정준영 판사가 언급한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의 진정한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본다.
원칙 1: 제8장의 양형기준은 조직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This chapter applies to the sentencing of all organizations for felony and Class A misdemeanor offenses. §8A1.1.)
여기서 조직(organization)이란 “개인이 아닌 모든 것”(“a person other than an individual.” 18 U.S.C. § 18)을 말한다. 참고로 자연인에 대한 양형기준은 제5장에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양형 기준을 산정하는 절차도 법인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점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원칙 2: 과실 점수(culpability score) 산정은 아래 절차에 따른다.(§8C2.5.)
(a) 기본 시작 점수는 5점으로 한다. (Start with 5 points)
(b) (범죄행위의 가담 혹은 용인 정도) 종업원이 5천명 이상인 조직에서 고위 임원이 범죄에 가담 혹은 범죄를 용인한 경우 5점을 가중한다.
((1) If—
(A) the organization had 5,000 or more employees and
(i) an individual within high-level personnel of the organization participated in, condoned, or was willfully ignorant of the offense; or [중략]
add 5 points)
[중략]
(e) (사법 방해) 만일 조직이 수사, 기소 및 양형 단계에서 사법 방해를 시도, 방조, 용인, 방해하거나 조사에 합리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경우 3점을 가중한다.
(If the organization willfully obstructed or impeded, attempted to obstruct or impede, or aided, abetted, or encouraged obstruction of justice during the investigation, prosecution, or sentencing of the instant offense, or, with knowledge thereof, failed to take reasonable steps to prevent such obstruction or impedance or attempted obstruction or impedance, add 3 points. )
(f)(1) (준법감시 및 윤리 프로그램의 유효성) 범죄 행위가 있던 시점에서 유효하게 작동하는 준법감시 및 윤리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3점을 감경한다.
(If the offense occurred even though the organization had in place at the time of the offense an effective compliance and ethics program, as provided in §8B2.1 (Effective Compliance and Ethics Program), subtract 3 points.)
(f)(2) (신고 지체 적용 배제) 만일 조직이 범죄 행위를 인지한 후 해당 정부 기관에 범죄 행위의 신고를 비합리적으로 지체한 경우 위 (f)(1)의 감경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Subsection (f)(1) shall not apply if, after becoming aware of an offense, the organization unreasonably delayed reporting the offense to appropriate governmental authorities.)
(f)(3) (고위 임원 연루시 적용 배제) 조직의 고위 임원이 범죄에 가담거나 범죄 행위를 묵인한 경우에는 위 (f)(1)의 감경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Except as provided in subparagraphs (B) and (C), subsection (f)(1) shall not apply if an individual within high-level personnel of the organization, a person within high-level personnel of the unit of the organization within which the offense was committed where the unit had 200 or more employees, or an individual described in §8B2.1(b)(2)(B) or (C), participated in, condoned, or was willfully ignorant of the offense. )
원칙 3: 시장에 대한 위협(§8C4.5. Threat to a Market), 공공 부패(§8C4.6. Official Corruption), 조직 과실 점수가 10점을 초과하는 등 조직 과실이 예외적으로 큰 경우(§8C4.11. Exceptional Organizational Culpability) 등 일부 경우에는 양형기준에 의해 산정한 벌금액수를 추가 상향시킬 수 있고, 당해 조직과 연관되지 않은 다른 조직이나 개인의 범죄 수사 등에 중대한 협조(§8C4.1. Substantial Assistance to Authorities )를 한 경우에는 추가 감경할 수 있다.
- 이재용 삼성 부회장 파기 환송심에 적용이 불가능한 이유 분석
첫째, 이재용 부회장은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므로 위 연방양형기준 제8장이 적용되지 않고(원칙 1에 위배), 제5장이 적용될 뿐이고 여기에는 준법감시위원회 작동에 따른 감경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법인인 삼성전자 또는 다른 삼성 계열회사 역시 현재 서울 고법에서 심리하는 파기환송심의 피고가 아니기 때문에(원칙 1에 위배), 파기환송심은 삼성전자와 관련하여 준법감시위원회 여부의 설치를 살필 지위에 있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법인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저지른 횡령 범죄의 피해자이다.)
셋째, 가상적으로 억지로 이 부회장에게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라는 조직의 고위 임원의 신분으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오히려 5점의 가중 사유에 해당한다. (원칙 2의 (b)에 해당)
넷째, 가상적으로 억지로 이 부회장에게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대법원이 인정한 승계 현안과 관련하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를 저지르고 그 증거를 회사 차원에서 인멸하는 사법 방해를 인지하고도 이런 사법 방해를 막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3점의 가중 사유에 해당한다. (원칙 2의 (e)에 해당)
다섯째, 가상적으로 억지로 이 부회장에게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이 부회장의 횡령 범죄가 있었던 시점에는 정준영 판사가 요구하여 설치된 준법감시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범죄 행위 시점에 유효하게 작동하는 준법감시 및 윤리 프로그램의 존재를 요건으로 하는 3점의 감경 사유는 적용할 수 없다. (원칙 2의 (f)(1) 요건에 위배)
여섯째, 가상적으로 억지로 이 부회장에게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횡령 및 뇌물 범죄 행위를 인지하고도 즉각 사직 당국에 이를 신고하지 않았으므로 (f)(1)이 규정하는 3점의 감경사유 적용을 배제하는 추가적 사유에 해당한다. (원칙 2의 (f)(2)의 감경 배제 사유에 해당)
일곱째, 가상적으로 억지로 이 부회장에게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이 부회장은 법인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으로서 횡령죄 및 뇌물죄를 저지른 당사자이기 때문에 (f)(1)이 규정하는 3점의 감경사유 적용을 배제하는 두 번째 추가적 사유에 해당한다. (원칙 2의 (f)(3)의 감경 배제 사유에 해당)
여덟째, 가상적으로 억지로 이 부회장에게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이 부회장은 시장에 대한 위협, 공공부패, 과실 점수 13점으로 10점을 초과하는 데 따르는 과실 점수의 예외적 크기 등에 모두 해당하여 추가적 벌금 상향 경우에 해당하지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칙 3에 해당)
- 결론
현재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정준영 판사가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의 규정을 인용하면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와 작동을 양형 사유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것은 정준영 판사가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의 내용을 전혀 숙지하지 못해 나온 결과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사베인-옥슬리법 제정을 통해 회계부정 등 경제적 범죄를 저지른 회사 대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한편, 선량한 법인에 대해서는 그 과중한 처벌을 일부 경감시킨다는 제도 운영의 배경도 망각한 것에 불과하다.
특히 이 부회장의 횡령 및 뇌물죄가 정확히 사베인-옥슬리법에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회계 사기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점을 중시하여 자연인인 이 부회장을 엄벌에 처하는 것이 미국 연방양형기준의 전체적인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사기에 관한 증거 채택 요구는 기각하고 법인에만 적용되는 규정을 거론하며, 심지어 그 규정조차 이번 이 부회장 경우에는 적용이 배제되는 상황에서 이를 억지로 적용하여 양형 사유로 삼으려고 하는 행위는 대단히 부적절한 직권남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부록> 삼성전자가 뇌물죄의 가상적 피고일 경우 미국 연방양형기준 적용의 결과
법인인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범죄를 저질러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가 아니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저지른 횡령죄의 피해자이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전자는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이하에서는 제8장의 양형 기준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가상적으로 삼성전자가 뇌물죄의 피고가 된 경우를 상정하여 법인에 대한 양형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를 살펴 보기로 한다. (따라서 이하의 논의는 어디까지나 예시 목적임을 분명히 밝힌다.)
만일 삼성전자 등 이번에 준법감시위원회 의 적용대상이 된 삼성 계열사가 법인 피고였다고 가정할 때 벌점 점수 산정을 보면
- 일단 과실 점수 5점에서 시작하여
- 이재용이라는 최고위 임원이 범죄에 가담한 것이므로 추가 벌점 5점
- 삼성전자 내 위치한 미전실이 삼바 증거인멸을 통해 승계의 핵심인 분식회계 증거를 인멸하여 사법방해를 했으므로 추가벌점 3점
- 준법감시 제도는 범죄 시점에서 작동하지 않았으므로(최고 임원인 이재용이 범죄를 저질렀으므로) 감점 3점은 적용되지 않고
- 수사개시와 함께 범죄를 인정하고 범죄 당사자를 사직 당국에 고발하고 모든 관련자료를 넘긴 것이 아니므로 자백(self reporting)에 의한 감점(1점 이상 5점 이내)도 적용되지 않음
=> 과실점수(culpability score) 총계는 13점
- §8C2.6의 표에 의한 벌점 배수(multiplier)를 보면 과실점수가 최대치 구간인 10점을 초과하는 13점이므로 최소배수는 2배, 최대배수는 4배가 됨
- 기본 범죄 수준(baseline offence level)의 산정
- 2C1.1의 뇌물죄의 경우 기본수준 = 14점인데
선거직 공무원에 대한 뇌물이므로 최소 18점 수준으로 증가
=> 기본 범죄 수준 = 18 (혹은 그 이상)
- 기본 벌금액(baseline fine) 산정
기본범죄수준 18 에 해당하는 벌금액과
법인에게 귀속된 금전적 이득액
법인이 초래한 금전적 손실액
중 가장 큰 것을 기본 벌금액(baseline fine)으로 선택
뇌물죄의 경우에는 금전적 손실액을 산정함에 있어 법인에 벌금형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특칙이 있는데 뇌물공여액, 뇌물로 인한 이득액, 뇌물로 인해 끼친 손해액 중 큰 것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음. 그냥 간단히 뇌물공여액 86억원을 사용할 경우 미화 약 750만달러가 됨
따라서 기본범죄점수 18에 해당하는 60만 달러보다 뇌물로 끼친 손해액인 750만 달러가 더 크므로 기본 벌금액 = 750만 달러
- 최소벌금액과 최대벌금액 산정
기본 벌금액에 벌점 배수를 곱하여 산정
최소벌금액 = 750만 달러 * 2배 = 1,500만 달러
최대벌금액 = 750만 달러 * 4배 = 3,000만 달러
- 추가 보정
(1) 시장에 대한 위협인 경우 상향
- 8C4.5. Threat to a Market (Policy Statement)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합병 당시 부당한 합병비율을 강제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에 손해가 발생함에도 대통령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를 억지로 수용토록 함으로써 주주권을 왜곡하고 기업합병시장의 질서를 훼손
=> 벌금액 상향
(2) (뇌물을 통한) 공공 부패
- 8C4.6. Official Corruption (Policy Statement)
국정농단 사건은 대통령에게 76억원의 뇌물을 공여하여 승계에 대한 부당한 특혜를 획득한 것이므로 공공 부패에 해당
=> 벌금액 상향
(3) 과도한 과실 점수
- 8C4.11. Exceptional Organizational Culpability (Policy Statement)
이 사건의 경우 과실 점수는 13으로 10을 초과
=> 벌금액 상향
따라서 만일 가상적으로 삼성전자가 뇌물죄의 피고라고 가정할 경우, 법인이 부담해야 할 액수는 위에서 산정한 최소, 최대 벌금액을 훨씬 초과할 수 있음 (끝)
첨부: 200120_이재용_파기환송심과_미국연방양형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