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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23_역대 정부 경제성적표와 이재명 대통령의 숙제

2025년 06월 23일

역대 정부의 경제성적표와 이재명 대통령의 숙제

이재명 정부가 지난 19일 20조2천억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13조2천억원(지방비 포함)을 비롯해 지역화폐, 5대 여가활동 할인쿠폰 등 소비진작에 총 15조2천억원, 소상공인 부채탕감 등 재기 지원에 1조4천억원이 배정되었습니다. 

소비 지원금, 지역화폐, 부채탕감 정책은 문재인 정부 때 경험이 있어 새롭지는 않습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갑자기 공돈이 생기고, 지역화폐의 할인혜택이 늘어나면 당연히 신이 나겠지만, 좋은 정책인지 논란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책 효과를 좋은 정책의 기준으로 삼으면 박수 받기 어렵습니다. 부채 탕감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기준이 점점 느슨해지고 재발 방지 대책이 안 보입니다. 정부가 매번 나서는 게 맞는 것인지 근본적 의문도 있습니다. 전국민 소비 지원금이든 지역화폐든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이제는 정설입니다만, 국민을 기분좋게 하는 인기영합적 정책일수록 정책 효과를 따지면 안 됩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 공약이고, 세금이 눈 먼 돈이라 그렇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급속히 나빠진 경제 상황 때문에 추경을 서둘렀다고 하는데, 한국경제가 성장 내리막길에 들어선지는 오래됐습니다. 내리막길에서도 경기는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지난 몇달간 소매판매는 뒷걸음질인데 경기지표가 미미하지만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주식시장, 가상자산 시장,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은 혹한기를 뒤로 하고 작년 말부터 상승장으로 돌아섰고 정권 교체와 동시에 무섭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자산시장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나혼자 벼락거지가 될까 불안해 하는 투자 포모 증후군도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자산시장이 조만간 뿌려질 소비 지원금까지 빨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 지원금이 소비보다는 주식시장과 코인시장의 오버슈팅을 부채질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경기가 하강을 멈추고 회복기에 들어서고, 자산시장이 불장이 된다고 해서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는 건 아닙니다. 전자와 후자는 별개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노동과 자본을 사용하는 생산활동이 늘어야 합니다. 다른 비법은 없습니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늘어 가계의 소득이 오르고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필요합니다. 한국경제 상황이 나쁜 건 그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중 유동성은 넘쳐나지만, 그것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기형적 현상이 고착한 결과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고, 장기연체자 채무를 탕감했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소비 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엄청난 규모로 뿌렸지만, 민간 소비와 투자는 악화 일로를 걸었습니다. 실물경기가 주저앉는 와중에도 코스피 지수는 3300까지 천정부지로 올랐고, 집값은 폭등하여 자산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 대가는 5년 만의 정권교체였습니다.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파면당한 박근혜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기간 각각 4년과 3년, 나머지 세 대통령은 5년 집권기간 동안의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 민간부문의 고정자본투자와 소비지출 증가율입니다. 지난 20여년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윤석열 정부 시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민간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처음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약간 앞 섰지만, 초유의 민간 투자 마이너스 충격 탓에 성장률은 역대 최저치인 2.1%로 주저앉았습니다.

역대 그 어떤 정부도 해내지 못한 일이 이제 이재명 대통령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실패한 과거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진짜 성장’을 이끌어낼 좋은 정책을 기대해보겠습니다.